#4 큰 틀의 원칙을 정해보자
우리 부부는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가에 대해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하나의 큰 원칙을 갖고 그 원칙에 따라 발달단계나 행동에 세부적인 지침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교과서나 많은 육아 지침서들과 같은 이론과 양육의 실제는 엄연히 다르다. 그렇지만 요즘은 너무나 많은 육아정보의 홍수가 있어서 잘못하면 일관성 없게 아이를 키우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업적인 육아 트렌드에 따라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도 유행을 타는 것 같다. 프랑스식 육아, 핀란드식 육아처럼 출간되는 책도 많고, 작은 스마트폰에서 검색만 해봐도 수십, 수백, 수만 가지의 정보들이 있다. 이렇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부모들은 혼란에 빠진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도 없고 가르쳐주는 대로 키워도 내 아이가 그대로 자라 주리라는 보장도 없다.
육아책에 탐닉하고, 남들이 좋다는 것은 다 해주려는 부모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전에 내가 키우는 아이는 남의 아이가 아니고, 내 아이라는 생각을 먼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것이긴 하지만 원하는 대로 커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나와 내 아내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큰 틀을 가지고 육아의 원칙을 세우는 것에 대해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름의 원칙을 만들었다.
우리가 세운 가장 중요한 육아원칙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아이로 키우자'였다.
아이가 좋고 싫음을 구분할 시기를 지나게 되면, 최대한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서 자율적으로 키우되, 부모로부터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 독립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주자는 것이 원칙이었다. 사실 우리 부부는 결혼도 늦게 한 편이고, 아이도 결혼 후 몇 년이 지나 태어났기 때문에 아이의 또래 부모보다 꽤 연령대가 높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를 낳기 전에도 주변에 아기들의 부모를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고, 아이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도 부모가 해주는 경우를 꽤 많이 목격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에서 혼자 스스로 먹도록 학습한 아이가 집에 와서는 부모가 먹여주는 것이라든가, 혼자서 신발을 신으려는 아이를 부모가 답답해서 신겨주는 경우 등 꽤 많은 일상생활에서 부모가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우리 부부는 꽤 일찍부터 아이를 혼자 재우기 시작했다.
보통, 아기가 태어나면 수시로 밤에 깨고 밤중 수유든 분유를 먹이든 아이를 옆에서 재운다. 그리고 그렇게 부모와 함께 하는 생활은 꽤 늦게까지 이루어지는 것 같고 초등학교에 가서도 부모와 함께 자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시기를 놓치면 부모와 떨어져 자는 것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성인이 되어서 부모와 자는 경우는 없지만 우리는 일찍부터 아이를 따로 재웠다. 예를 들면, 우리 뿡뿡이는 생후 5개월 정도부터 따로 방을 만들어주고 재웠다.
아이가 잘 따라줬는지, 불안하지는 않았는지 부모로서 당연히 궁금하고, 우리 또한 불안했다.
아이는 밤에 깨서 무섭기도 하니 엄마를 찾기도 하고, 아이가 조금 크면서부터는 가습기의 전원 버튼에 들어오는 불빛이나 cctv의 적외선 불빛도 무섭다며 울기도 했다. 부모로서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아이가 더 컸을 때 따로 재우기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독하게 계속했다. '독하게'라는 표현은 썼지만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아이가 떨어지기 싫어하면 함께 재우기도 했지만 아이에게 '밤에 잠은 방에서 혼자 자는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게끔은 했다. 많은 육아서들이 따로 재우기에 대한 시기를 정해놓고, 마치 그 시기 안에 따로 못 재우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분리불안이니 애착의 문제를 얘기하면 더더욱 부모들은 불안해진다. 일찍부터 따로 재우자니 분리불안이 생겨버릴 것 같고, 애착형성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네이버 검색창에 '따로 재우기'라고 쳐보았더니 아래와 같이 검색 결과가 나온다.
따로 재우는 시기는 다 다르다. 어떤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더니 만 3세라는 구체적인 시기도 있다.
발달심리학 이론서에는 분리불안이나 애착에 대해 발달단계에 대해 논하면서 시기도 언급되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아이가 만 3세라는 정해진 시기에 독립심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마치 모두 같은 출발점에서 100m 달리기를 하듯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아이의 성장과 발달은 차이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런 개인차이를 고려하되, 부모가 적절한 시기를 판단하면 좋지 않을까? 물론 그전에 왜 아이를 혼자서 일찍, 혹은 늦게 재우려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혼자 재우기와 더불어 우리가 했던 건 밥 혼자 먹기였다. 대부분 부모를 비롯한 양육자들은 아이가 음식을 입에 다 묻히고, 흘리는 것을 못 보고 있는다. 더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건 어른의 시선이다. 혼자서 숟가락을 쥐는 것이 어렵다면 모를까 아이는 밥을 혼자서 먹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뿌듯해할 수 있다. 내가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혼자 먹을 수 있다는 행위 자체에 대해 말이다.
보통 엄마들이나 어른들은 아이들이 혼자 먹게 하지 않고 떠먹여 준다.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혼자 놔두면 아이가 흘리고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근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아기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어른들이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면 아이는 혼자 밥 먹는다. 물론 손과 입과 옷은 엉망이 되기는 하지만..
양육의 원칙이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자존감 강한 아이로 키우기', '끈기있는 아이로 키우기' 등 영유아기를 거쳐,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의 긴 안목으로 큰 틀을 세우고, 그 틀에 맞추어 세세한 행동이나 훈육이 따라와주면 좋다.
나중에 자세히 글을 쓰겠지만 부모가 어느 정도의 원칙이 없다면 특히나 맞벌이 부부같이 주양육자가 부모가 아닌 경우, 더 힘들 수 있다. 주양육자와 부모 사이의 일관된 원칙이 없기 때문에 아이 입장에서는 더 혼동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은 양육에 있어서의 일관성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꼭 엄마, 아빠가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게 좋을지 꼭 대화를 많이 해보았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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