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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Nov 22. 2018

양육에서의 일관성

#5 부모가 흔들리면 아이도 흔들린다

큰 틀에서 아이 양육에 대한 원칙을 정하고 지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자녀가 부모가 원하는 대로 성장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어떤 아이로 커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원칙이 없다면, 어떤 방식으로 훈육을 해야 할지 또한 결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육에서의 '일관성'은 그 방법에 해당한다.


일관성은 한번 정한 원칙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행한다는 말이기도 하고, 부부 즉 엄마 아빠 사이에도 '어느 정도' 합의를 통한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걸 의미한다. 편의상 전자의 경우를 '종적인 일관성'이라고 부르고, 후자를 '횡적인 일관성'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이런 말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먼저 종적인 일관성은 예를 들어서, 시점은 달라도 아이에게는 어떤 상황이 반복될 때, 부모가 동일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이 식사를 거부하거나 제대로 먹지 않는 때가 종종 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엄마들은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쫒아다니면서 밥을 먹이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아빠들은 '때 되면 먹겠지'라든가, '먹기 싫다는데 놔둬'라고 하지만, 엄마들은 적게 먹더라도 꼭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른 기준에서는 식사는 식탁에서 하는 것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있을 리 없다. 분명히 식탁의자가 있든, 의자 위에 부스터가 있든 테이블에서 먹든 정해진 장소가 있는데 말이다. 아이는 밥을 거부하고 돌아다니며, '엄마 네가 와라 난 못 간다'이렇게 된다.

사실, 돌아다니면서 먹는 아이가 커서도 여전히 돌아다니면서 먹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식탁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당연히 때가 되면 하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탁예절을 중요하게 판단한다면, 밥은 식탁에서라는 규칙을 만들어주면 된다. 그리고 규칙을 만들었다면, 가급적 지키고 일관된 양육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다. 엄마가 쫓아다니면서 밥을 먹이게 되면 아이는 계속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밥은 식탁에서 먹는 것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최소한 식탁 주변에서 아이의 엄마가 기다리고 아이가 와서 먹게끔 하는 방법이었다. 아이가 와서 밥을 먹으면 물개 박수를 쳐주고(강화, reinforcement의 효과^^), 아이가 알아듣건 말건 우리는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밥은 식탁에서 먹는 거야'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아이가 습관적이 아니라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식탁의자에서 내려와 밥을 먹거나 거부할 때가 있다. 딸아이의 경우는 응가를 할 것 같거나 속이 더부룩하면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었다. 보통 이럴 때 기저귀를 확인해보면 왜 앉아서 밥을 먹기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어쨌거나 밥은 식탁에서 먹는 것임을 알려주는 것은 부모에게 상당한 인내력을 요구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럴 거면 먹지 마!"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왔으니까...

그래도 아이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48개월인 지금까지도 식탁 이외의 장소에서 밥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아이가 정말 밥을 먹기 싫어할 때가 있다. 아이가 밥을 정 먹고 싶지 않다면, 억지로 먹이지 말고, 잠깐의 시간을 주는 것은 어떨까?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식사를 거부하면, 억지로 먹이려다가 본인들의 기분 또한 상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잠시 생각해보자. 아이가 밥을 안 먹는 것과 내가 화나는 것은 무슨 상관일까? 결국은 부모의 의도대로 아이가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고, 아이 입장에서는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이는 부모가 싫을 것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특히, 양육 관계에서 감정싸움이 될 필요는 없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가 거부하면, 눈 앞에서 음식을 치워버리거나 뺏거나 굶기기도 하는데, 억지로 먹이는 것만큼이나 교육적으로는 좋지 않은 일이다. 아이가 언어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면, 밥을 먹지 않는 이유를 한번 물어봐주고, 기다려주는 것도 좋고,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라면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것은 분명, "한 끼 안 먹는다고 안 죽어"라든가 "굶겨"와는 다르다. 아이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주고도 아이가 식탁에 돌아와 먹으면 다행이고, 정 먹기 싫다면 식탁에 준비된 식사를 치우면 된다.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일관성 있게 반복하다 보면 아이도 그것이 하나의 규칙임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식탁에서 밥 먹기처럼, 배변훈련, 수면습관, 좋지 않은 버릇 고치기도 일관성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의 융통성은 발휘하되, 매번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관성은 횡적으로도 유지되어야 한다. 횡적 일관성이라는 말은 임의로 만든 말이지만, 각 양육자 간에 육아원칙에 대해 일관된 상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주양육자가 부모가 아니라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피치 못하게 부모가 키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부모 가 아닌 다른 사람, 예를 들어 시터 이모님, 할머니 등이 주양육자가 된다. 그러한 경우에도 주양육자에게 그러한 원칙을 설명해주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딸아이의 경우에는 4명의 양육자가 있다. 등원하기 전까지는 아빠인 나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할머니가, 하원 후 오후 7시까지는 아이를 봐주시는 이모님, 그리고 그 이후 아빠와 엄마.

예를 들어 부모는 '밥은 식탁에서 먹는 거야'라고 얘기하는데 할머니는 손자, 손녀를 먹이기 위해 따라다니면서 먹이거나, '군것질은 밥 먹고 나서'라는 것이 부모인데, 할머니나 이모님이 밥을 먹이기 위해서 군것질을 하게 만드는 경우가 곤란한 상황이다.

부모 또한 각자가 다른 말을 할 수도 있다. 엄마가 '일찍 자야지'하며 불을 끄는데 늦게 퇴근하는 아빠는 '조금 더 놀자' 고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 아이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

아이는 혼란스럽다. '나는 똑같이 했는데 누구는 이게 맞다 하고 누구는 이게 틀리다 하네?'

특히나 혼란이 오는 경우는 양육자 두 명이 아이 앞에서 동시에 다른 얘기를 할 때다. 아이는 참 난감하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에 대답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우리 부부도 이런 적이 몇 번 있었고 그럴 때마다 의견 충돌을 일으켰고, 요즘도 사실 마찬가지다. 일단, 부부간이라면 아이 앞에서는 한쪽의 말을 따라주는 것이 좋다. 반박을 하거나 한쪽의 의견에 대해 얘기하는 건 아이가 없을 때 하는 것이 좋다.


그럼 엄마, 아빠의 의견이 꼭 일치되어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각자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양육관이 다를 수 있다. 서로 다른 부모 아래서 성장하고, 이렇게 다른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해서 자녀를 두었다면 다른 것이 당연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 불일치하는 부분에 대해 '합의'를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합의를 볼 수 있다면 어떤 영역에 대해서는 아빠의 의견을, 어떤 영역에 대해서는 엄마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도 일관성을 살리는 한 형태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부모가 아닌 시터 이모님이나 할머니와의 문제인데, 시어머니-며느리, 친정엄마-딸과의 관계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우리 부부도 여러 번 겪었고, 수시로 겪고 있으며, 앞으로도 겪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경우, 주양육자가 누구이더라도 주도권은 부모에게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주도권을 갖는다는 건 시부모나 친정엄마랑 싸워서 쟁취하는 의미가 아니라 부모들의 원칙을 끊임없이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아무리 설명한들, 어찌 되었건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자식을 키웠기 때문에 그만의 방식을 고집하시고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 손주에 대한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다. 길러주시고 보살펴주시는 부분에 대한 감사는 충분히 구체적으로 표현하되 이러이러한 부분은 이렇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리면 어떨까?


참고로 우리 부부는 2016년 초여름부터 딸아이를 시터 이모님께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맡겼다. 그 당시에는 아직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았으니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양육자'인 셈이었다. 구인공고도 굉장히 자세하게 내고, 첫 주에 우리 부부가 작성한 A4용지 5장 분량(엄마 감수)으로 육아원칙과 세세한 생활습관을 정리해서 드렸다. 이모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한 60~70% 정도 지켜주시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밥은 식탁의자에서 먹는데 밥상에는 아무것도(인형, 책, 핸드폰 등) 없어야 한다는 원칙은 안드로메다로...

대신 우리가 정한 분명한 원칙은 끊임없이 말씀을 드렸다. 아이를 계속 키워야 하는 건 부모들이지, 이모님이 아니니까..


예전에는 그냥 지들끼리 놔둬도 알아서 크는 게 아이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요새 부모들은 더 이상 아무렇게나 키우지도 않으며, 온갖 정보와 트렌드를 접한 부모들이 키운다. 정보가 많다는 것은 아이를 풍요롭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도 되지만 원칙 없는 정보는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독이 된다. 그리고 수많은 정보와 책에서 보는 아이는 우리 아이가 아닌 남의 아이일 수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하였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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