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민주경희 기고글-2018년 1월]
아래의 글은 경희대학교 총 민주동문회 동문회보 '민주경희'에 2018년 1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처음 학부 때는 사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사회심리학 전공)을 졸업하고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해왔네요. 경희대 총 민주동문회 사무국에서 제게 '심리학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 말씀해주셔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9월인 현재까지 매달 기고하는 중입니다.
연말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해 초에 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아쉬움으로 한 해를 보내고 ‘시간 참 빨리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서는 곧 다가올 새해에는 지난해에 이루지 못한 계획을 다듬고, 또 새롭게 계획을 세우고 한 해의 목표를 정하게 됩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길던 하루인데 왜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을 받을까요? 돈도 아니고, 체력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1시간, 1일이 24시간이라는 것은 동일하다고 하는데 왜 도대체 나는 점점 더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두 명은 아니었는지 이런 책까지 나왔네요.
1995년 심리학자인 Peter A. Mangan은 재미난 실험을 했습니다. 3분이라는 시간을 측정하면서 19~25세와 60~80대 각각에게 3분이라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버튼을 누르게 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은 평균적으로 3분 3초 만에 버튼을 누른 반면, 노인들은 평균 3분 40초에 버튼을 눌렀다고 합니다. 즉, 젊은이들은 시간을 거의 정확하게 지각한 반면, 노인들은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느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합니다.
뇌과학이나 생물심리학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에게 강렬한 쾌감을 느끼게끔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소되게 됩니다. 그래서 강렬한 느낌은 기억이 잘 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일상적인 경험은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게 되어 skip 되는 느낌을 주게 됨으로써 전체적인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게 됩니다.
또한 인지적인 관점에서 보면 10대의 1년은 1/10이지만, 70대의 1년은 1/70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1년이라는 시간의 의미 또한 나이가 들수록 매우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나이가 들면, 어떤 특별한 경험이나 특별한 정서를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이미 경험을 해서 익숙해지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대부분 그래서 기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하며,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의해 상대방을 바라보게 됩니다. 한편, 어떤 면에서 보면 고정관념이나 편견이라는 도식에 의해서 판단하고 의사 결정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인지적인 측면에서 보면 최소한의 노력을 통해 최대한의 결과를 도출하기 때문이죠.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세월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만큼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도 젊게 살고, 젊은이와 같이 시간이 똑같이 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에서 말씀드린 심리학적인 실험과 연구결과를 통해 우리는 젊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선, 새로운 경험을 지속하고 매 순간 즐거운 강렬한 기억들을 만들어 가보시면 어떨까요? TV나 스마트폰 속의 세상이 아닌 해보지 않은 취미활동이나 여행도 좋습니다. 은퇴 후 많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할 일이 사라진 일상에서 권태감과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직장생활과 자녀양육 때문에 누리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기존과 달리 세상을 보고, 사람들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젊은이들과의 대화, 자녀들과의 대화, 본인들이 젊은 시절에 바라본 관점과는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내 경험이 아닌 타인의 생각과 다름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연말입니다. 한 해가 지나면서 그저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대신, 다가올 새해에는 ‘더 새로운 경험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각자 해보시길 기원합니다.
[참고문헌]
Murray, B., Mangan, P.A., Morgan, J., & Faris, V., (1996). Time perception: Age differences in the accuracy of cognitive clocks? Proceedings of the 42nd Southeastern Psychological Association, March, 1996
[출처] 2017년 11월 "민주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