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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걷는 사람들 Sep 19. 2018

독박육아 - 참을 수 없는 육아의 무거움

#2 [민주경희 기고글-2017년 12월]

아래의 글은 경희대학교 총민주동문회 동문회보 '민주경희'에 2017년 12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처음 학부 때는 사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사회심리학 전공)을 졸업하고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해왔네요. 경희대 총민주동문회 사무국에서 제게 '심리학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 말씀해주셔서 2017년 11월부터 2020년 현재까지 매달 기고하는 중입니다.  


얼마 전부터 ‘독박육아’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독박육아’를 하는 사람은 엄마이다 보니 ‘독박육아’라는 표현은 집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일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과거 산업화 이전 시기에는 대가족 제도가 유지되고, 마을공동체가 잘 형성되어 있어 아이를 양육하는 일이 특정 한 사람에게만 가중되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한집에서 3대가 모여 살다 보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아기를 봐주고, 동네에서도 아이들끼리 지내고 이웃끼리 아이를 봐주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저만 해도 야근과 출장이 잦은 아내가 집을 비우게 되면 ‘독박육아’가 시작됩니다. 

36개월 딸아이는 제가 화장실을 가기라도 하면 계속 문을 두드리며, 가끔은 불쑥 샤워 중에 문을 열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 아마 종종 경험하셨겠지만 아이를 안고 변기에 앉아있는 장면 역시 제게도 익숙합니다. 아빠인 제가 그런데, 엄마들은 어쩌면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다 보여주고 무엇 하나 뜻대로 할 수 없을 때가 많을 겁니다. 어쩌면 ‘독박육아’가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도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요?


자아존중감


심리학에서 자아 존중감(자존감, Self-esteem)은 자신에 대한 가치평가, 통제력(조절감), 안정감 등의 요인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갓난 아기를 키우거나 나 자신이 아닌 자녀를 자신의 의도로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엄마들의 자존감은 상처를 입습니다. 특히, 엄마로서의 경험이 처음인 첫자녀를 키우다보면 '내가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밤새 우는 아기를 달래도 울고,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를 돌보는 상황 자체가 엄마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산후우울증


올해(2017년) 7월에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던 엄마가 생후 6개월 된 딸이 울음을 그치지 않자 목을 졸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에는 산후우울증을 앓던 B씨가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엄마들이 독박육아로 인한 (산후)우울감 혹은 (산후)우울증을 경험함에도 우리들은 ‘아이 키우는 것이 다 그렇지’라든가 ‘엄마가 당연한 거지’라며 그냥 넘기곤 합니다. 물론 출산 후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나 신체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이로 인한 감정의 변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산후)우울감이나 (산후)우울증을 그냥 지나가는 하나의 증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엄마 본인과 자녀, 그리고 그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유명한 웹툰작가인 강풀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동안 독박육아의 모습을 자신의 웹툰으로 실감나게 그리고 있습니다. 


강풀육아웹툰[함께 하는 육아]


사실 ‘독박육아’는 그 표현 자체에 어쩌면 해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독박육아’로 인한 우울감 혹은 우울증의 해결방안은 육아에 대한 책임의 소재가 ‘독박’이 아닌 ‘공동’이 되어야 하고, ‘엄마’가 아닌 ‘부모’ 모두가 아이 양육에 대한 책임을 분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다시 말해서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아이 양육에 따르는 엄마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외벌이인 경우, 부득이하게 아빠가 시간적으로 육아에 참여하기 어렵다면, 아내의 역할에 대해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것만으로도 ‘독박육아’의 어려움은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많이 달라지기 했지만 여전히 육아에 대한 책임이 엄마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면, 엄마들은 아마 아래와 같은 책의 제목처럼 하루하루를 살게 되지 않을까요?

고바야시 미키 출판 북폴리오 발매 2017.06.30.


정서는 쉽게 전염되는 특성(정서전염, Emotional contagion)이 있다고 합니다. 상대방의 기분이 우울하면 자신의 기분도 우울해지고, 혹은 자신의 기분이 좋으면 상대방도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마치 감기가 전파되는 것처럼 말이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각자의 배우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각자의 배우자(아내, 남편)의, 엄마(아빠)의 기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곧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한 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출처] 2017년 12월 "민주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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