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민주경희 기고글-2018년 2월]
망막박리 수술을 한지 2주가 지났네요. 안정이 필요한 시기이긴 하지만 조금씩 일상생활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들 눈 건강에 신경쓰세요~^^
아래의 글은 경희대학교 총 민주동문회 동문회보 '민주경희'에 2018년 2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처음 학부 때는 사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사회심리학 전공)을 졸업하고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해왔네요. 경희대 총 민주동문회 사무국에서 제게 '심리학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 말씀해주셔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인 현재까지 매달 기고하는 중입니다.
우리는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가까운 지인들끼리 덕담을 많이 주고 받습니다.
원래 우리는 새해가 되면 "새배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주고 받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부자되세요’라는 광고카피가 덕담처럼 쓰이더니 이제는 ‘돈 많이 버세요’, ‘대박나세요’라는 이야기도 덕담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표현들은 사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마치 행복을 보장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2018년 올해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 30,000달러를 넘는다고 합니다.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잘 살게 된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요?
심리학에서는 행복(happiness)이라는 용어보다는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 SWB)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행복이라는 것은 주관적이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반면, 어떤 사람은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돈을 뿌릴 만큼 많이 가져야 행복하다고 믿습니다.
저는 학부와 대학원 시절 주관적 안녕감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은사님에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분은 주관적 안녕감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동시에 세계적 권위자이기도 한 Dr. Ed Diener의 제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 또한 심리학과 학부와 대학원 재학 중에 행복과 관련해 많은 연구결과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행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저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행복한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입니다. 외향적인 사람은 내향적인 사람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어필하고, 더 많은 관계를 맺고 그래서 더 많은 성공의 기회를 얻으며, 사회적 지지를 얻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행복의 조건을 남들보다 더 많이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행복한 사람들은 자존감(Self-esteem)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불행한 일이 발생해도 특유의 탄력성(resilience)으로 원래의 행복감을 되찾습니다.
세번째, 행복에 미치는 사건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로또에 수 십 억원 당첨이 되면 엄청나게 행복할 것 같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곧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오히려 5,000원 짜리 복권이 매주 당첨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죠.
이쯤 되면 몇가지 의문점이 있으실 겁니다.
‘아니, 그럼 내향적인 사람은 행복하지 않아?’ 혹은 ‘성격을 바꿔야 하나?’ 등등..
불행하게도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볼 때' 행복하다는 것은 사실이고, 외향적인 성격은 쌍둥이 연구나 부모-자녀 간 연구 등을 통해서 볼 때에도 유전적인 요인이 큽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것은 키가 커지려고 애쓰는 것과 같다’라고도 합니다.
반면, 최근에는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행복하긴 하지만, 그 범위 내에서 내향적인사람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나 혹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연구결과와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성격이 아니라 본인의 마음가짐입니다. 원래 행복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임에도 우리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주변과 비교하며 살아갑니다. 이른바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를 끊임없이 하게 된다면, 나보다 많이 갖고 많이 누리는 사람에 비해서는 항상 부족하니 덜 행복하지 않을까요? 또한 우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주변에서 하라는 것을 더 많이 하고 살아가지요. 부모의 기대, 친구의 권유, 온전히 나 스스로가 아닌 나만의 선택은 얼마나 하고 살아갈까요?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이 아닌, 외부가 아닌 ‘나’에 기준점을 둡니다. 그래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둡니다. 그리고, 일확천금이나 대박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행복거리를 많이 만드는 사람이 행복합니다. 이상하리만큼 신호 빨(?)받는 출근 길, 우연히 찾은 할인쿠폰, 가족과의 소박한 식사..
바로 이런 것들이 ‘주관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2018년 올 한해는 각자가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참고문헌]
Diener, E., Suh, E. M., Lucas, R. E., & Smith, H. L. (1999). Subjective well-being: Three decades of progress. Psychological Bulletin, 125, 276-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