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민주 경희 기고글-2018년 3월]
아래의 글은 경희대학교 총 민주동문회 동문회보 '민주경희'에 2018년 3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처음 학부 때는 사학을 전공했지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사회심리학 전공)을 졸업하고 10년 넘게 그와 관련된 일을 해왔네요. 경희대 총 민주동문회 사무국에서 제게 '심리학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달라 말씀해주셔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인 현재까지 매달 기고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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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어떤 가수의 노래에는 ‘겨울이 녹아 봄이 되듯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가사입니다. 그런데 정말 ‘겨울이 녹아 봄이 오듯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에, 미국과 북한의 상호 간 전쟁 운운하는 소리에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평창올림픽이라는 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여전히 의심스럽고, 절대 신뢰할 수 없으며, 두 얼굴을 가진 북한이라면서 경계의 눈빛을 거두지 않습니다.
서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이 나라에서 이렇게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한편, 저는 신문과 TV, 그리고 SNS에서의 사람들의 생각과 글을 보면서, 그리고 10대, 20대에게 '통일'이라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심적으로 꽤나 어려운 일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0년대 이전에 출생한 세대들에게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만큼 이나 자연스럽고,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마 대다수를 차지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나이를 먹어가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통한 위협을 느끼며 생각이 달라진 사람 역시 있을 겁니다. 예전에는 그저 한민족이니까 통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감성적인 분위기가 통일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을 겁니다. 반면, 통일 이후에 벌어질 현실적인 문제들, 그리고 과도기를 겪으며 경험하게 될 경제적인 어려움, 분단 이후 형성된 여러 고정관념 등을 통해 통일에 반대하는 다른 시선을 보면, 우리 마음속에 통일이 더 이상 소원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번에 뉴스와 SNS를 통해 접한, 이번 올림픽 기간 중 발생한 몇 가지 이슈가 떠오릅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지 못하고 만들어진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공정성 시비 문제, 인공기처럼 보인다는 단일팀의 유니폼, 북한의 공연단에 쓴 가면이 김일성의 얼굴처럼 보인다는 문제제기까지, 같은 현상과 모습을 보고도 이렇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러한 사고 가운데에는 '고정관념'이라는 심리적 현상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심리학자들은 고정관념 및 편견을 감소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화(socialization), 상호 접촉(intergroup contact), 그리고 재범주화(recategorization)를 제시합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은 비교적 어린 시절 사회화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제대로 된 통일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반공교육을 통해 ‘반공’이라는 고정관념을 형성한 것처럼 말이죠. 통일 교육 역시 초중고 교육과정 중에, 부모교육을 통해 통일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상호 접촉입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북한 주민을 만날 방법이 드물기 때문에 많은 부분, 언론을 통해 접촉하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서는 핵이나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많이 다루다 보니,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더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남북교류나 북한 사람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보편적인 측면을 더 부각하는 방향으로 언론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인 1984년 이산가족들 간의 눈물과 감동이었습니다. 똑같이 눈물을 흘리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이야 말로,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재범주화 과정은 이질적인 부분보다 공통점에 초점을 두는 방법입니다. 이번 아이스하키 단일팀처럼, 남북한이 하나가 되어 하나의 민족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주는 것이죠. 실제로 베트남 전쟁에서 인종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인과 흑인이기 전에 미국의 군인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인지적인 도식을 바꾸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은 우리도 분명 중요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일반국민들도, 그리고 세대 간에도 ‘통일’이라는 문제는 언제든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통해 논의해야 할 사안이기는 합니다. 우리에게 통일이란 4대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분단되었던 지난 세월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6자 회담처럼 각국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민족에게도 단순히 통일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길입니다. '통일 대박'이라는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말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통일 이후 얼마나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이고, 남북한의 균형발전을 위해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역시 세워져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마음속의 통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누군가는 쳐다보기도 싫을 만큼 혐오하는 공산당 1당 독재가 지배하는 체제, 누군가는 핵무기에 혈안이 되어 수많은 인민(국민)들을 굶기는 체제라고 본다면, 과연 우리에게 통일은 가능한 얘기일까요? 이제는 우리 마음속의 통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시작해야 할지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참고문헌]
Shelley E. Taylor, Letina A. Peplau, David O. Sears. (1997). Social Psychology. New Jersey: Prentice H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