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만 생각하면 죽고싶어. 01

부부관계 - 짧고 강렬했던 분식집장사.

by 누리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기분부전장애'를 앓는 저자의 치료 기록을 담은 책이랬다. 내 오랜 우울감이 혹시 이런 것이었을까? 싶어서 구입.


"이 책 읽어볼래? 요즘 베스트셀러래"


라고 그에게 건네었을 때 그는 단호하게 바로 대답했다.


"싫어. 떡볶이 때문에 죽고 싶었는데.

그 책 제목만 봐도 짜증이 나려고 한다. "


(책은 잘못이 없습니다 ;;;)


분식을 좋아하던 우리였지만.. 몇 달 분식집 근처도 가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분식집 장사?"


결혼 14년 차임에도 나는 여전히 요리에 관해서는 똥손이다. 어디 요리만 그러할까.. 살림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아이 셋 양육에 온 에너지를 다 쏟았던 시간들, 그 이후에는 학원 안 보내고 교육에 신경을 쓴다는 핑계로. 살림은 정말 최소한으로 하고 살았다.


(그 핑계였던 것이 지금 다 무너졌지만, 쨋든)


어디 음식뿐이겠냐,

우리 부부는 그때까지 '장사'라는 것에 대해서는 단 한순간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고,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집에서 라면 이외의 요리를 해 본 적이 없던 사람이었다.






마침 퇴직하시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면서 개인 사무실이 생기신 시아버님의 새로운 일에 보조로 집에만 계시던 시어머님께서 왔다 갔다 하시던 그때에.


그 사무실의 책상 한쪽을 그가 같이 쓰면서 개인 일을 하기로 했던 그때에.


(당시 시어머님도 본인의 '일'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셨고 사무실에 있는 그 시간을 답답해하시는 듯 보였다)


시어머님은 그 옆의 분식집에 관심이 가셨나 보다. 별 것 없는데 앉아있으면 띄엄띄엄 사람들이 와서 물건을 사가는 모습에 노력 대비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하셨던 건지. 아님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으셨는지.


마침 그 가게를 내놓았다면서

(아니, 장사가 잘 안되니까 몇 달 만에 나가는 거지!)


본인은 떡볶이 한 번을 안 사 먹지만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그 가게를 내놓았으니 인수해서 해보라고 하셨다.



장사를? 우리가? 심지어 요리를?



'우리가'라는 말은 빼야겠다.


나는 그의 일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만약 그가 해보겠다면 식사 챙겨주거나 설거지를 해 주거나 바쁜 시간엔 당연히 도와는.

완벽한 '도우미' 혹은 '보조'로서 도움이 될 의향은 있었다.


(당시 나는 나 혼자 아이 셋 육아와 남편의 생활태도에 억울함이 가득이었고, 나는 그때 막 '엄마표 학습'에 관심을 가지고 하고 싶어 했고 그래서 나름 바쁜 시기였다.)






그의 직업이 '그럴듯한 직업' 혹은 '잘 되는 돈벌이'로 보이지 않았던 것만은 확실했었나 보다.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서 그의 어머니의 눈에도 아들이 놀고 있는 것으로만 보였던 건지.


마침(?) 음식점에서 조리사로 일을 하던 내 동생이 잠시 쉰다고 일을 그만둔 상태였다. 새로운 일을 하고는 싶은데 자본은 없고 옮기자니 쉽지 않아 고민 중이었던.


그때에.


그와 그의 엄마와의 관계를 알았더라면

난 100번을 물어도 100번을 거절했을 것인데.






남편이 게임중독 증상을 보이고, 내가 우울증에 내 어린 아기를 던져버리고 싶던(마음만 그랬다) 그 시기에도 나는 그와의 결혼을 후회를 해 본 적은 없었다.



그와의 결혼은.. 그저 내가 결정한 일이었고, 그의 게임중독증상은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그런 내가,


그때에 나의 의견을 묻는 남편에게


"글쎄... 당신 괜찮으면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라는 말을 했고, 내 여동생을 끌어들인 것을

엄청나게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