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결혼생활 _ 떡볶이만 생각하면 죽고 싶어. 06
수입에 도움이 되고 안 되고는 둘째 문제였다. 우리가 가게를 하면서 몇 번 못 하겠다고 거절을 했던 일이었다.
내 동생이 그만두고 나서 시어머님은 더 자주 들르시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가게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더 많이 보였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없는 동안 형부가 혼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을 동생이 생각보다 더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딱히 화를 내시거나 소리를 지르시거나 하시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건 이렇게 해야지' '이건 왜 아직 안 하고 있니?'가 반복되니 우리는 끊임없이 지적받는 느낌이었는데.. 문제는, 그것이 옆에 손님이 있을 때에도 새파랗게 어린 새로 온 알바생이 있을 때에도 같았다는 것이었다.
간혹 마감 즈음에 어묵이 덜 준비되어 있다며 국물 안에 한 웅큼 넣고 가시기도 했다. 때론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마감 때 어묵이 남아 버리기도 했다.
내 남편은 종종 어린 아르바이트생 앞에서 엄마에게 혼나는 사장님이었고, 나는 그런 그가 조금씩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그와 나는 거의 하루 종일 같이 일은 하고 있지만 묘하게 같이 있는 것이 더 불편하던.. 위태로운 시간들을 계속 꾹꾹 눌러가며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중이었다.
어느 날 그저 빨리 치우고 집에 들어가서 씻고 싶은 생각만 가득하던 마감 시간.
시어머님께서 우리가 청소용으로 사용하던 행주들을 보시고 빨래를 더 깨끗하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네~ 테이블에는 다른 것을 써요.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낮에는 바쁘니 한 번에 모았다가 당연히 빨래를 하죠"
등의 말씀을 드렸는데
"손님들이 이걸로 테이블 닦는다고 보면 어쩌려고"
"빨래는 모아서 할 시간이 없는 거니"
"내가 저녁에 집에 들고 가서 한 번에 빨아다 가져다줄까? 줄게!"
등의 말이 몇 번 오고 갔던 것 같다.
나는 좀.. 지나치게 '신세 진다'라는 느낌이 드는 상황을 싫어했던 것.. 인정은 한다. 안 그래도 수시로 신경을 쓰시는데 그런 일까지 부탁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매일 한밤중에 그 빨래를 전달해야 상황도, 빨래 해 주신 행주들을 매일 받아야 하는 상황들도.. 몸은 아주 조금 편해질지 몰라도 상상만 해도 마음이 너무 불편해졌다.
몇 번의 실랑이.. 아니, 걱정해 주시는 것에 대한 거절을 하고 돌아가신 후 나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는데 옆에 있던 남편이 갑자기 깔깔거리면서 한참을 크게 웃었다.
어리둥절.
도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뭐가 웃긴 거지?
날 놀리는 건가, 혹은 드디어 제대로 미쳤나 싶기도 했던 순간이었다.
나중에야 남편은..
내 한숨에서 위로와 공감을 느꼈었다고 말을 했다.
본인은 늘 어머니가 불편했는데.. 항상 '네가 잘못이다'라는 말을 들었고, 아내(나)도 어머님과 갈등이 있거나 불편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니 그분 말씀처럼 '내가 이상한 건가'싶은 마음이 많았다고. 그런데 그 날 아내인 내가 대화 후 한숨을 쉬는 모습에서 '이 사람도 어머니의 말씀이 답답하게 느껴지는구나'하는 동질감(?)과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구나'하는 속 시원함을 느껴서 웃었다고.
당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이승환 님'의 '가족'이었다.
"어떻게야 내가 부모님의 맘에 들 수가 있을지 모르고"
그 곡의 마지막은 "사랑해요 우리 고마워요 모두"로 마무리되는 훈훈하고 감동적인 노래이지만.. 그는 그 노래 가사 중 딱 그 부분에만 집중해서 본인 마음을 투영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내가 시댁과 좀 더 많이 일상생활을 함께 하게 되면서 나는 그때 그 소절에 집중하던 남편의 모습이 종종 떠오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