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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달 Aug 25. 2022

그 어떤 노력도 닿지 않았다.

긴장감 넘치는 가정, 폭력에 노출된 아이. 07


조용하던 동네에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주차 문제였는지 차를 슬쩍 긁혔는지.. 티격태격하더니 언성이 높아지고 욕도 조금씩 섞여서 나오기 시작하고.


궁금해서 살짝 내다보니 어른 대여섯 명이 몰려 있었고 한 사람이 뭐라 하면 한 사람이 또 소리를 지르며 내가 더 옳다며 반박을 하고 있던 상황. 


내 시선이 더 머물었던 곳은 옆에서 이제 그만 하라며 열심히 말리다가 흥분된 어른의 손짓에 또 뒤로 밀려나야만 하는 청소년기 즈음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아마도 그분의 자식이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그 사람에게 그런 일이 얼마나 자주 있었던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 모습에서 내 모습이 겹쳐 보일만큼은 여러 번... (많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어린 시절 속 내 아버지는 종종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계셨고, 나는 최선을 다 해서 그분의 흥분을 가라앉히고자 노력을 했다. 종종 술과 본인 화에 취해서 소리를 지르며 목적 없이 주먹을 휘두르시기도 했다. 


어렸던 나는.. 쏟아내는 분노를 열심히 들어주고, 알았다고 대답을 해 주면서 그러니 이제 제발 그만하고 집에 들어가자는 말을 반복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분이 휘두르는 팔 동작에 바로 나가떨어질 것 같은 체구로,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해 진정시키려 기를 쓰던 어렸던 내가 생각난다. 


화를 내면서 같은 말의 무한 반복. 이 정도 표현을 했으면 되었을 텐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도 억울하고 화가 나서 끊임없이 내질러야만 하는 것인지. 도무지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의 반복.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무력감이었다. 그분이 내지르는 고성과 욕설을 듣는 것은 어린 나였다(물론 대부분 옆에 엄마도 계셨다). 그러다 지쳐서 길바닥에 주저앉아서도 그러고 있는 모습에 어리고 힘도 없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아버지를 진정시키고 데리고 들어 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나의 어떤 노력도 닿지 않는다는 그 감정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지쳤다. 그래도 내가 열심히 하면.. 조금 더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단 한 번도 멈추게 되었던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나쁜 년' 소리를 듣더라도 차라리 아버지를 외면했더라면 내 마음은 조금 덜 다쳤을까 싶기도 하고. 


그 어렸던 것이.. 뭘 안다고 그래도 내가 조금 더 잘하면 그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쓸데없이 힘을 들이고 있었는지. 


지금 와서 돌아보니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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