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리달 Sep 23. 2022

그때, 우리는.. 01

2007년의 일기장. 15년 만에 정리하는 신혼생활 


2022년에 쓰는 2007년의 신혼 일기.


매일도 아니고 짧지만 오래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었다.

15년이 지나서 정리해보는 나의 옛 일기.




그 당시의 인터넷 언어, 문체는 정신없다.

나의 20대 중후반, 그 시절의 글을 이렇게 보니 낯설다.






원래도 우리는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다.(-라고 생각을 했다)


거창할 계획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이럴까 저럴까 시간 보내다가 심심해져서 혹은 갑자기 생각나서 움직이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마음속으로 결정했을 때 너무 가벼운 일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의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그가 갑자기 나가는 대부분은 게임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주말이니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보려고 나름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너무 심심해서 한계가 찾아와서 나가고 싶어 졌다거나, 혹은 서운하지만 그런 나에 대한 생각조차 없이 그냥 뒹굴다가 PC방을 가고 싶어 졌거나. 


더 큰 문제는 생각의 과정을 의논하거나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혹은 '그럴까?'라는 생각 중일 때 우리는 상대방에게 그것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편이었기에 큰일이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나가는 일이 생기곤 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이 쿨한 사람인 줄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혹은 되고 싶은) 나 자신은 중요한 일이거나 같이 하기로 계획했던 일들이 없는 상황, 사소한 일상에서 그가 마음대로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 내 감정이 휘둘릴 일 없이 쿨하게 받아들이고 내 할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현실의 나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주말에 같이 뒹굴다가 그가 '약속이 있어서 나갈게'라고 말을 하고 나가버리면 같이 하기로 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면서 서운했고, '같이 하기로 한 무언가'가 없었으니 그것을 서운하다고 표현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임신 중이어서 몸이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하루 종일 옆에서 해 줄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어차피 같이 있어도 할 일은 없으니'라고 생각을 했었다. 


음식도 잘 못 하는 나였기에 마음 한쪽에는 항상 식사 부담이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그렇게 나가버리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내 마음이 허무해졌다.


"나는 '오늘 뭐 먹지?'가 매번 고민인 사람이라.. 집에서 나와 같이 밥을 같이 먹고 안 먹고를 미리 결정해 주면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라는 말을 그에게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걸 못 하고 '어차피 같이 있어도...'라는 말로 매 순간을 넘겨버렸고, 그것이 내 마음속에 서운함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다는 것도 아주 늦게서야 알았다.






작가의 이전글 왜 나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