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이...
2024. 1.13
난자채취하는 날이다.
마치 임신한 사람처럼 배가 산만해져서 이제 똑바로 누워있기도 힘들어 옆으로 누워자는게 편할정도다.
처음으로 난자채취를 보호자로 신랑없이 엄마와 같이 갔다. 딸이 고생하는게 안쓰러우신지 걱정스런 표정을 애써 감추시려는게 내눈엔 훤히 보였다. 그래서 괜히 쓸데없는 말도 건네며 장난도 치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원장님이 이번엔 수술실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원장님 잘 부탁드립니다~ㅜ
네 잘 채취할께요. 편안히 호흡하세요~
꿀잠을 잔것같이 푹 자고 일어났더니 회복실이였다. 이번엔 채취 후 후유증이 큰거같다. 며칠간 아랫배가 묵직하니 복수도 많이 찼고 몸이 많이 불편했다. 몸에 기력도 빠져 계속 힘이 없었다. 그래서 집콕을 하며 일주일간 푹 쉬어줬다. 그사이 9개를 채취했다는 결과도 들었다. 장기요법이라고 주사는 주사대로 아프게 맞고 돈은 돈대로 나갔는데...결과가 아쉬웠다. 그래서인지 몸이 더 축 쳐지고 기운이 없었다.
이번 과배란구성은:
데카펩틸(12일간- 생리 2일차까지)
고날에프 450
에스펜 유트로핀 (성장호르몬) 6IU x 6일
데카펩틸
펜 오비드렐 250ug
채취 9개> 수정 6개> 5일배양 2개 ( 3AC, Morula)> 신선이식
Morula는 원장님께 여쭤보니 4일배양과 5일배양 사이라고 나쁘지않은 배아라고 하셨다. 이번에도 역시 신선이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자궁내막 상태가 나쁘지않았고 프로게스테론 수치도 나쁘지않아서다.
이식날짜는 1월 18일, 정확히 채취 5일이후다.
5번째 시험관에 3번째 이식이지만 여전히 떨리는 마음은 어쩔수가 없었다.
이식하는 날까지 매일 기도를 드렸다. 묵주기도로 드리는 9일기도, 사도신경,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구원의 기도, 자녀를 바라는 기도...
씩씩하게 혼자 가서 이식 잘하고 끝나구선 전복삼계탕까지 깔끔하게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식후에도 끊임없이 놓아야하는 질정과 주사들, 크녹산과 푸롤루텍스...너무 아픈주사들이다.
와중에 다섯번째 셤관은 꼭 성공하고자 배아명칭까지 지었는데..이름하여 오복이.
오복이들이 착붙하여 다섯가지 복들을 가지고 잘 자라서 태어나라고..ㅎ 조금 마음에 걸렸던 Morula 배아도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다섯가지 세포들이 잘자라면 건강한 태아로 자라줄꺼라는 자료를 찾았다. 1.뼈세포 2.장기들 3.신경세포 4.혈관세포 5.근육세포
'오복아 오복아~~
질정의 부작용이든, 주사의 통증/부작용이든, 약제의 부작용이든, 호르몬의 변화이던 뭐든지 잘 견디고 잘이겨낼테니 오복이도 힘들겠지만 건강하게 열심히 세포분열해줘서 모든단계마다 최선을 다해줘~~~'
몇번이고 오복이를 부르고 기도했다.
매일매일 몸의 변화와 감정의 변화가 다른때보다 더 강하고 깊었다. 하루하루 이식후 몸의 반응들을 메모해놓았다.
<이식당일>
아랫배가 묵직
주사놓은 곳 뭉치고 아픔
낮잠 1-2시간
취침 10pm
<이식+1>
아랫배각 계속 아리아리
한번 골반쪽 사타구니가 쎄게 당김
프롤루텍스 맞은 곳이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아픔 ㅜ
낮잠 1시간
질정이후 어지럽고 피곤, 졸림
옆구리 결리고 쑤심
<이식+2>
잘때 더움/열
한밤중 깼을때 으슬으슬 오한/인후통
새벽에 화장실(소변)
추움
오전 질정후 배당김
오후 아랫배 콕콕, 싸함, 아리아리함이 더 심해짐
<이식+3>
아랫배 불편 (당김, 묵직)
새벽화장실, 속쓰림
점심- Y존 당기는듯한 느낌, 싸리한 느낌, 발이 시림
가슴통증 약간
미열
아랫배 줏사놓은 곳 통증
<이식+4>
가슴통증
미열 36.9도
새벽화장실 2번
다리저림
아랫배 콕콕
피곤함
오복아 힘내자!
<이식+5>
발시림
아랫배 주사놓는곳 통증
미열 37도
짜증/화
두통/어지러움
아랫배 묵직, 배꼽주변을 잡아당기는 느낌
짜증, 한숨
<이식+6>
무증상
새벽 화장실
두통 약간
열 36.6도
배 가끔 콕콕
<이식 +7>
꿈을 많이 꿈
새벽화장실
아랫배 욱신
가슴통증
아침- 선분홍색 빨간피가 묻어나옴...착상혈인가??제발
빈뇨감
속이 울렁거림
오복이가 붙었나보다 이번엔 확실해...!라고 너무나 확신하고 있었다.
증상들이 지난 2번했을때보다 더 강렬하고 명확했기때문에...
이식후 9일째 1차피검하는날 아침 임테기를 해보았다.
세상 떨릴수가 없었다. 제발 오복아~~~
사실 반은 실패를 반은 희망을 걸었었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인건 오로지 한줄. 또 단호박 한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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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검사 굳이 해야할까?
온몸에 힘이 빠져서 병원에 갈 에너지가 하나 없었다. 그래도 어쩌나...어쩔수 없이
무거워진 머리와 몸을 질질끌고 병원을 향했다.
피검사후 또 원장님 진료원하냐고 했을때 싫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낮잠을 청해보려했지만 잠도 안왔다...
긴머리가 거슬리고 거울도 보기싫어졌다.
다음날 미용실가서 단발머리로 싹뚝 잘라버렸다.
이제 어쩌지?
뭘 어떻게 더 해야할까??
오복아
내 기도가 부족했니
먹는 음식에서 영양가가 충분치 않았니
운동을 제대로 하지못해서 그런거니
내가 너무 스트레스와 짜증이 심했니
잠을 충분치 못잤니
무엇이 부족했던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