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터널의 끝일까?
2023. 12.11
생리 12일차. 병원을 나서려고 보니 창밖에 또 눈이 오고있었다.
하얀 눈을 보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게 매번 병원을 향하는 나에게 힘내라며 인사하는듯 하다.
오늘부터 주사가 들어가는줄 알았더니 초음파 검사만 하고 원장님께서 일주일 이후인 19일부터 새주사를 놓으라는거다. 그래서 챙겨받은 주사를 한가득 안고 또 집으로 돌아왔다.
장기요법이란...
과배란 시작하기 10-12일전부터 난소안에 난포들이 균일하게 많이 자랄수 있도록 호르몬주사제를 투여하여 더 많은 양의 난자를 채취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시험관, 즉 단기요법보다 호르몬주사를 맞는 기간이 길어진다. 주로 난소기능저하인 여성 또는 38세 이상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내리는 프로토콜중 하나다. 캐나다에서 비슷한 접근방법으로 Priming cycle 이 있는데 이때 나는 에스트라디올이라는 호르몬제 먹는약을 먹었었다. 그 당시 별로 큰 효과를 보지못했지만 이번엔 주사로 진행되기에 또다른 결과가 있기를 기대했다.
장기요법 호르몬제 주사는 데카펩틸로 매일 저녁 같은시간에 놓았다. 난포터뜨리는 주사로도 알고있는 데카펩틸은 다른 주사보다 조금 더 따갑고 멍이 잘 드는 주사다. 최대한 덜 아프게 놓기위해 난임까페의 도움을 빌렸다. 검색해본 결과 주사놓기전에 미리 놓는 부위를 얼음찜질해서 살을 얼얼하게 만들어놓으면 덜 아프다고 한다. 보통 이 주사맞을때 주사액이 들어가면서 내살이 칼에 베이는듯한 통증이 있는데 얼음팩으로 찜질을 하니까 훨씬 덜아팠다.
그래도 살이 찢어지는듯한 통증을 맞보았기때문에 며칠은 알람시계를 맞춰놓고 한참을 주사만 쥐고 놓을까 말까 망설여 목뒤에 또 손목에 담이 오기까지도 했다. 정말 내가 이렇게 미련했나... 싶을정도로 10분이상을 움켜진 뱃살만 쳐다보고 못놓았을때 정말 괴로웠다. 눈 질끔 감고 놓면 되는걸...새삼 시험관 고차수들이 대단하다 생각들었다. 아..언제까지 이 주사들을 맞아야할까?...ㅜ
어느덧 주사놓는게 익숙해지고나서는 저녁약속이 있거나 외출을 할때 가지고 나가서 놓기도 했다.
생리가 시작하고 12월 31일 이제 본격적인 과배란이 시작되었다.
그사이 연말분위기에 길거리엔 캐롤송과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가득찼다. 이맘때쯤 신랑과 스케이트도 타고 크리스마스 쇼핑도 하러 가고 빵도 굽고, 이쁜 식당가서 외식도 했는데...시댁가족들이 곁에 있지만 혼자 집을 지키며 쓸쓸할 신랑을 위해 내마음 가득담긴 선물을 몇가지 준비해 캐나다로 보냈다. 기뻐할 얼굴을 상상하니 마음이 뿌듯했다.
신랑은 떠나기전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갔는데 그 선물가방안엔 12/25 (Christmas day), After IVF, New years, 2/14 (Valentine's day), Pregnant 이라는 제목이 써있는 카드 5개가 들어가 있었다.
떨어져있는동안 함께 보내지못해 기념일 카드를 모두 미리 적어둔것이다ㅠㅠ
이런이런 감동이...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마지막카드를 뜯어보는 순간까지 어떻게 기다릴까싶다...
과배란이 시작되고 나의 아랫배는 점점 불러와 이곳저곳 멍까지 들어 주사맞는 곳을 못찾을 지경까지 왔다.
장기요법아니랄까바 배부터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이번엔 정말 많이 채취되어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