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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eubird Jan 09. 2024

4. 나의 두번째 시험관 (2)

기나긴 기다림

2022년 9월 마지막주쯤.


착상전 유전검사 PGT-A 결과가 나오고 이번달(9월)에 이식이 예정이었으나 이식이 시작되는 주에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As we look into your data before we start the embryo transfer we realize you have negative IgG test result which means you are not immune to rubella. So we want to make sure you get vaccinated before the transfer because it can transmit to fetus causing birth defects to the baby later..."


루벨라(풍진) 항체 음성이란 기록을 이제야 보고 예방접종을 맞으라고 하는거다 그러면서 이식날짜를 연기해야한다고. 아니면 임신할 경우 태아에게 옮겨져서 선천성 결함(기형)이 있는 아이가 태어날수도 있다는 거다. 아니...이걸 왜 이제야 얘기해주는거지? 이 중요한걸?


눈앞이 캄캄해졌다. 캐나다는 병원 진료예약 잡기도 힘들고 시간이 걸리기때문에 이 백신을 언제 맞을지도 모르고... 이식날짜는 다가오고... 겨울이 오기전에 나는 이식을 마치고 싶었기에 온갖 짜증이 밀려왔다. 도대체 왜 이제야 알려주는지, 왜 확인을 미리 못했는지 간호사에게 따져봤지만 음성이 보통 없기때문에 따로 확인을 하지않았고, 늦지않게 지금이라도 알았기에 천만다행이라 말해서 더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느껴 알았다고하고 끊었다. 누굴탓하는 시간도 아까워 전화끊자마자 루벨라 백신을 어디서 맞을수있는지 수소문해서 물어봤다. 애기가 둘있는 언니 왈, 태어났을때 보통 풍진 백신을 맞는데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면 다시 항체가 음성으로 변할수 있다고 본인은 패밀리닥터가 알려줘서 미리 맞고 임신을 했다 한다. 그리고 꼭 패밀리닥터가 아니여도 Walk-in clinic에 가도 주사를 놔준다고 한다.

나는 바로 점심시간에 집 가까이 있는 워크인 클리닉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루벨라 예방접종이 가능하다고 한다. Yes!! Get me that shot right now.


루벨라백신은 한달정도 몸안에서 면역력을 기르기때문에 그안에 임신하면 안된다고 해서 나에겐 또 한달이란 먹구름같은 시간들을 견뎌야했다.

'안그래도 코비드가 퍼지는 요즘같은 때 혹시 또 루벨라 바이러스에 걸려 안좋은 일이 일어나는것보다야 완벽하게 준비하고 이식하는게 제일 이상적이지..차라리 이식전에 알아서 다행이야 참 잘된일이야. 기다리는동안 몸을 더 만들어놓지모.'

또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아야했다.

....


시험관은 누가 그랬나,

기다림의 싸움이라고.

난 2차때부터 이 기다림의 쓴맛을 봤던거같다.


 매일먹는 시험관 영양제

 

Collingwood  Wasaga Beach
Alicia Keys concert


백신맞고 딱 4주째가 되는 날 11월 1일이 이식날짜로 정해졌다. 얼마나 이순간을 기다려왔는가...설레이면서도 긴장됬다.

 

여기서 배아 등급 (Embryo grading) 을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우리에게 통배 (유전자검사 통과한 배아)는 3BC였다. 평균이하라고 보면 된다. 최상급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또 의료계에선 배아등급에 따라 임신이 결정되는건 아니라고 한다. 배아등급은 그저 외모점수일 뿐이라고, 형태학적으로 잘생긴 배아들과 아닌 배아들로 등급을 나뉘었을뿐이라고 연구논문에선 말한다. 최상급이여도 착상이 안되 임신 실패인 경우도 있고 질나쁜 배아라고 해도 착상이 잘되어 임신성공할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확률을 따지고 봤을때 등급의 임신성공률은 다음과 같다. 그래서 신랑과 나는 이식쯔음에 성공률 25%이하라고 보고 그저 몇프로의 기적만을 바랬다.




이식은 난자채취 시술보단 쉬웠다. 수면마취도 없고 바로 긴 catheter를 이용해 배아를 자궁안 착상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이식한다. 이식할때 모니터로 같이 볼수있어 좋았다. 배아야 어디가지말고 꼭 붙어있어야해~ 알았지?

두손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이식을 마쳤다.


2차 시험관 난자채취 시술 전
5일배양 배아(위) 자궁안 이식된 배아 사진(아래)

하루하루 내 몸안에서 일어나는 느낌에 초민감해져서 잠도 제대로 푹 못자는것만 같았다. 이 자세를 해도 저 자세를 해도 불편했고, 혹여나 자궁에 무리가 갈까봐 온 신경을 아랫배에 두고 지냈다. 안그래야지 안그래야지 하면서도..어쩔수가 없었다.

몇가지 증상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가슴통증과 아랫배가 묵직하니 아픈거였다. 반응이 더 있을수록 나는 안심을 했는데 꼭 증상이 있어서 착상이 되는건 아니라고 하더라. 무증상일때도 임신일수있다고..

왜이렇게 시간은 안가는지 5일이후부터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매일 시간만 나면 핸드폰으로 이식후 증상들을 검색하고 내증상과 비교하며 안심하다가도 불안하기도 하고 정신줄을 잡고있기 힘들었다.


Tips after transfer~

1. Keep your feet warm

2. Eat healthy

3. No googling!


이렇게 다이어리에 이쁘게도 적어놨건만…


5일이후부터는 증상들이 점점 없어지기시작했다. 마음은 불안했고 9일째 되던날 나는 결국 임테기에 손을 대고야 말았다. 캐나다는 한국과 달리 임신 피검사를 이식이후 14일째 하게된다. 일주일도 일년같이 느껴지는데 2주는 이때 나에게 너무 피말리는 긴 시간이였다.

새벽에 일어나 신랑 몰래 해본 임테기 결과는 단호박 한줄이였다. 눈을 비비고 다시한번 불에 비춰보고 또 다시 다른 빛에 비춰봐도 무심한 임테기는 기준선 하나만 진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다음날에도 다다음날에도 계속 단호박 한줄이였다.

그냥 임테기 하지말고 기다릴걸...후회가 밀려왔다.

그랬으면 어쩌면 두줄이 나올수도 있지않았을까...

나자신을 탓하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며칠후에 신랑한테 사실을 고백했다.


이렇게 시험관 2차는 종료되고 15일에 피검사는 예상했던대로 비임신이란 결과를 전했다.


나에게 기나긴 겨울이 되겠구나...

추운 겨울인데 더 추운 겨울이 되겠구나...

하느님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제 기도는 들으셨나요 이토록 간절하게 기도한적이 없는데

이렇게 힘든데... 저 어떻하나요?


많은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2차 시험관 과배란 주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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