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장군인 간을 조절해줘요
우리는 살면서 화가 나는 상황을 수도 없이 겪습니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빨리 뛰고 가슴이 답답하며, 다른 사람의 말이 잘 들리지 않고 주변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때도 있죠. 머리가 띵하면서 사고 회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때로는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기도 합니다. 손발이 차갑게 식고 심하면 비틀거리며 쓰러지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분노라는 감정은 무조건 나쁜 걸까요?
옛사람들은 분노하는 것은 외부로부터 자극이 있을 때 생기는 일종의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갑자기, 너무 크게, 혹은 지나치게 자주 화를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죠. 이렇게 화내고 분노하면 특히 간을 손상시킨다고 했는데요. 반대로 간에 병이 들면 화를 잘 내게 된다고 하여, 화를 내는 감정과 간의 관계를 밀접하게 연관시켰어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중에 간에 관한 것이 꽤 많은데요.
'간이 크다'는 '겁이 없고 대담하다'는 의미를, '간 떨리다'는 '마음속으로 겁이 나다'를, '간이 조마조마하다'는 '초조하고 불안하다', '간이 콩알만 해지다'는 '몹시 두렵거나 무서워지다', '간 떨어지다'는 '몹시 놀라다', '간을 졸이다'는 '걱정되고 불안해 마음을 놓지 못하다'는 뜻을 가집니다.
한의학에서 간은 장군의 역할을 하며, 모려(계획)가 나온다고 했는데요.*
간의 기운이 허(虛)하면 무서워하고, 실(實)하면 화를 낸다고도 했습니다. 단지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영향을 주어 간이 허하면 눈이 침침하고 귀도 잘 들리지 않게 되고요.
이때 간의 기운이 실한 것은 '튼튼하다, 건강하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과하다'라고 볼 수 있는데요. 몸에 안 좋은 기운이나 물질들이 뭉치고 쌓여있는 것도 '실하다'고 하고,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과 저항이 강한 것도 '실증'에 속합니다. 면역력이 세다는 것이 항상 좋은 의미가 아닌 것처럼요.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아야 될 상황에서 과하게 반응하면, 알레르기나 천식 같이 오히려 몸에 불편함을 주는 증상들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간의 기운을 잘 다스리면, 나를 둘러싼 주위의 정서적인 자극에 대한 인내심이 커져 크게 화를 내거나 혹은 쉽게 조급하고 불안해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 경맥의 여러 혈자리들을 잘 이용하면 좋은데요.
그중 행간은 간의 울체 된 기울을 풀어주고, 화를 내려줍니다. 눈이 붉고 아프거나 잘 안 보이는 것, 두통과 현기증,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에 도움이 돼요. 가슴과 옆구리가 그득하게 답답하고 아프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에도 사용할 수 있고요.
행간은 첫째와 둘째 발가락이 갈라진 사이, 발등 쪽에서 찾을 수 있어요. 발등과 발가락의 경계면에 있죠.
사소한 일에 자꾸 화가 나고 마음이 요동친다면, 행간을 눌러보세요. 쉽게 불안해지고 겁이 날 때도 좋아요. 장군처럼 든든하고 씩씩하게, 주변 환경에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거예요.
* 간자 장군지관 모려출언(肝者 將軍之官 謀慮出焉)
: 간은 장군처럼 계획을 도모하며 앞에서 통솔하는 역할을 한다.
→ 간을 장군에 비유한 것은 간의 방어, 해독 기능을 가져 우리 몸을 보호하고 정신 활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설명한다.
모려(謀慮) : 어떤 일을 꾀하는 깊은 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