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운동을 합시다
드라마 속 멋진 남자 주인공이 고뇌에 차 있습니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한 다리는 굽히고 나머지 한 다리만 뻗은 채, 눈 윗부분에 손을 걸쳐놓고 있네요.
머릿속 생각이 많고 마음이 복잡할 때 우리는 눈을 질끈 감습니다. 마른세수를 하거나 눈 주위를 꾹꾹 누르기도 하죠.
중국 청나라 때의 한의서 <본초비요>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이 지난 일에 대하여 기억할 때 반드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것은 정신을 뇌에 응집하여 생각해내려 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눈에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여있다고 봅니다. 혼백이 항상 머무는 곳이자 정신이 생기는 곳이라고도 합니다.
또한 근육과 뼈, 기와 혈의 정기가 합쳐져 목계(目系)를 이룬다고 했죠. 목계란 눈과 뇌를 연결시키는 시신경과 혈관 등을 포괄하는 말입니다.
이렇듯, 눈과 정신 그리고 마음의 관계가 깊음을 강조했는데요. 이 때문에 정신이 혼란하면 이상한 것이 보일 수 있다고 했죠. 또한 눈을 치료하는 기본은 정신을 안정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눈이 충혈되거나 붓고 아픈 것 등 눈병은 모두 화 때문에 생긴다고도 했어요.
눈 주위에는 많은 혈자리가 있습니다.
그중 12경맥에 속한 5개 경혈을 눈썹부터 아래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죽공 혈은 눈썹 끝이 '가는 대나무(絲竹)'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눈썹 가쪽 끝의 오목(空; 빌 공)한 곳입니다. 눈썹의 안쪽은 찬죽, 바깥쪽은 사죽공 혈이죠. 결막염, 안검하수(눈꺼풀 처짐) 같은 안과 질환과 두통, 치통, 현기증 등 다양한 치료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놀란 걸 진정시키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효과도 있어요.
찬죽은 사람의 눈썹이 모인(攢; 모일 찬) 것이 대나무(竹) 같다고 하여 생긴 이름으로, 눈썹 안쪽 끝 오목한 부위입니다. 다양한 안과 질환과 두통에도 좋아요. 머리를 맑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켜줍니다. 찬죽 혈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정명이 있죠.
정명(睛明) 혈은 그 이름처럼 눈동자(睛)를 밝게(明) 합니다. 눈확 안쪽 모서리에 있는데, 눈구석에서 위 안쪽(코 방향)으로 1푼(0.1촌) 들어간 곳입니다. 근시, 야맹증, 백내장을 비롯한 거의 모든 눈 질환 치료에 좋습니다.
동자료 혈은 눈동자(瞳子) 바깥쪽의 뼈사이(髎; 뼈사이 료) 틈에 위치합니다. 눈확 가쪽 모서리에 있으며, 눈초리에서 가쪽으로 5푼(0.5촌) 옆 오목한 곳이에요. 눈확모서리의 안쪽이 정명이라면, 바깥쪽은 동자료가 있죠.
승읍 혈은 앞을 똑바로 보고 있을 때 동공의 아래쪽으로, 안구와 눈확아래모서리(안와하연) 사이에 쏙 들어간 곳입니다. 승(承)은 '이어받다', 읍(泣)은 '눈물'이란 뜻으로, 눈 아래에 위치해 '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나는 것'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죠. 이 밖에 눈이 빨갛게 붓고 아플 때, 야맹증, 눈꺼풀이나 눈 밑이 떨릴 때 그리고 안면신경마비 증상에도 활용합니다.
눈이 밝아지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죠.
이렇게 경혈의 효과를 살펴보니, 단지 기분상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눈의 건강은 정신과 마음과 이어져 있네요. TV, 노트북, 스마트폰까지 우리는 매일 눈을 혹사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이 지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싶네요.
틈틈이 눈썹과 눈 주위를 지압해주면 눈이 시원해질 뿐 아니라, 마음도 안정됨을 경험할 수 있으실 거예요.
밖에 있을 때는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특히 눈 주위를 마사지하는 것이 꺼려질 수 있죠. 이럴 땐 눈을 감은 채 눈을 상하좌우로, 혹은 원을 그리듯 움직이는 것도 좋아요.
이에 대한 동의보감에 나온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서진인은 눈병을 앓았을 때 캄캄한 방에 똑바로 앉아서 눈알을 81번 굴리고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반복하였는데, 몇 해 동안 그렇게 하자 눈에서 신비한 광채가 나더니 영원히 어두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영원히라니 과장된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만큼 눈에 좋다는 뜻이겠죠?
이 이야기에서 보듯, 몸을 비뚜로 하지 않고 자세를 똑바로 하면 기혈의 순환이 좋아져 더욱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지압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정신을 집중하고 점점 내 몸이 좋아진다고 믿으면서 하는 것도 좋아요.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이게 뭐 별다른 효과가 있겠어?" 하는 부정적인 마음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면서 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