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건강하게 나야, 봄 여름에도 건강하다
2023년 들어서는 그리 춥지 않은 날이 계속되고 있다. 불과 몇 주 전인 작년 12월,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던 추위에 비하면 말이다.
그럼에도 겨울은 만만치 않다. 바람이라도 조금 불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다. 난방이 되는 따뜻한 실내에 있다고 해도 순간순간 선뜩한 공기에 오한이 들고 몸이 움츠러들곤 한다.
▲ 사계산수도 김유성, 18세기, 종이에 담채, 42.1x29.1cm ⓒ 국립중앙박물관
옛그림에서 겨울을 표현할 때는, 눈 내리는 풍경 등 산수화에 담을 때가 많았다. 위 작품은 김유성(1725~?)의 사계산수도 중 겨울을 그린 것이다.
김유성은 조선 후기에 활동한 화원 화가이다. 도화서의 화원이었으며, 일본 통신사행 수행 화원이어서 일본의 요청으로 금상산도, 낙산사도를 그려 주기도 했다. 그는 정선과 심사정의 영향을 받아 남종문인화풍의 그림을 그렸는데, 특히 진경산수화풍을 반영한 그림을 일본에 전하는 역할을 했다.
▲ 풍속도8첩병 김홍도, 18세기, 비단에 옅은 채색, 100x49cm, 파리 기메 국립 아시아 미술관 소장 ⓒ 공유마당(CC BY)
김홍도의 풍속도8첩병풍 중 겨울을 배경으로 한 그림 2첩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한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병>과 유사한 화풍으로, 그보다는 채색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풍속도8첩병>은 김홍도의 풍속화 중 가장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하는 평이 있는 반면, 양식적 특징상 김홍도의 작품이 아닌 그의 그림을 모사한 19세기의 그림이라고도 한다. 이는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으로, 인류학자였던 프랑스인 루이 마랭이 1901년 서울에서 구입한 것을 후에 파리의 국립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왼쪽의 <설후야연>은 첫 번째 폭으로, 눈이 온 겨울밤에 벌어지는 연회의 모습이다. 화롯불을 가운데 두고 선비와 기생들이 함께 구운 고기와 함께 술을 마신다 하여, <고기굽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둥실 떠 있고, 눈이 소복이 쌓인 소나무 아래에는 돗자리를 깔고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다. 추운 날씨에 노출된 머리를 가리기 위한 방한모를 쓴 선비들도 있다.
오른쪽의 <설중행사>는 겨울 길거리에서 선비와 기생들이 만난 모습을 중심으로 이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기녀와 만남>이라고도 불린다.
기생들은 모두 자루 없는 우산 모양의 전모를 쓰고 있다. 전모는 조선시대에 여자들이 나들이할 때 쓰던 모자로, 대나무로 삿갓 모양의 테두리를 만들고 여기에 종이를 발라 기름에 절여 만든다.
▲ 설죽숙조도 심사정, 비단에 담채, 25x17.7 cm ⓒ 공유마당(CC BY)
눈 쌓인 대나무 가지 위에서 졸고 있는 새를 그린, 현재 심사정의 작품이다. 날개 죽지에 머리를 파묻은 채 잠을 청한 작은 새가 안쓰럽다. 같은 눈 오는 풍경을 배경으로 한 그림인데도, <설후야연>의 분위기가 풍족하고 낭만적이라면 <설죽숙조도>는 고단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동의보감 <잡병편>에는 구토, 기침, 부종, 황달 등 다양한 질병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操) 화(火)의 병을 일으키는 6가지 원인(사기;邪氣)을 설명한다.
이 중 한(추위)는 겨울과 관련이 깊다. 동위상한(冬爲傷寒)이라 하여 겨울에 인체는 찬 기운에 손상을 받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강 이후부터 춘분 이전까지 찬 이슬이나 서리를 맞으면 한사(寒邪)가 몸에 침범하여 병이 생기는데, 이를 상한(傷寒)이라고 한다. 상강은 서리가 내리는 시기로, 2022년에는 10월 23일이었다. 2023년 춘분은 3월 21일이다.
한사는 음사(陰邪)에 속하며 양기(陽氣)를 쉽게 상하게 한다. 음과 양의 관점으로 보면 봄 여름 즉 따뜻하고 더운 기운은 양(陽)에 속하고, 가을 겨울 즉 서늘하고 찬 기운은 음(陰)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차가운 한사는 음의 속성을 가진 사기(邪氣)인 음사이다.
인체가 추위를 막는 방한, 주위의 온도에 관계없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보온 능력이 약해지게 되면 한사가 쉽게 침습한다. 한사가 인체의 외부를 침범하여 공격하면 양의 기운이 허해져서 몸이 춥고 떨리는 오한(惡寒)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한사는 응결하고 저체되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우리 몸의 기혈의 활동과 소통을 방해한다. 또한 한사는 수축하고 당기는 성질을 가져, 통증의 원인이 된다.
봄 날씨는 따뜻하고 여름은 덥고 가을은 서늘하며 겨울은 찬데 이는 사철의 정상 날씨이다. 사철 날씨에 상하면 병이 생기는데 그 가운데서 상한의 병독(病毒)이 제일 심하다. 한사가 침범하여 바로 병이 생긴 것을 상한이라 한다.
한사가 침범했으나 그 즉시에 앓지 않고 잠복하면 봄에는 온병(溫病)이 되고 여름에는 서병(暑病)으로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겨울철 건강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동의보감에서는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은 방법을 제시한다.
- 겨울 3개월은 닫고 갈무리하는 계절이다. 겨울철에는 음기가 왕성하여 양기를 땅 속으로 감추어 저장한다. 양기(陽氣)를 요동시키지 말아라.
- 겨울철은 날씨가 몹시 차므로 세상 만물이 깊이 숨으니, 몸을 잘 감싼다면 한사에 상하지 않을 것이다.
-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난다.
- 마음을 숨긴 듯 밖으로 드러내지 말고, 무언가 귀한 것을 얻은 것처럼 하라.
- 추운 데를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 다만, 땀은 나지 않게 하여 기를 빼앗기지 않도록 한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에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