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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현 Jun 23. 2021

우리는 도시 세입자

당신이 사는 도시, 얼마나 알고 있나요?

매년 해외 유간지들은 때가 되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발표하곤 한다.

국내 특별시나 광역시들은 대략 중위권에 포진하고는 하지만 실재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서울에 거주민들 중에는 도시에 대한 애착이 커서 단연코 자신이 속한 도시를 최고의 도시로 뽑는 사람들도 본 적이 있었다. (2020년 서울이 상위권에 랭크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우리를 힘들게 하는 코로나에 대한 방역 대응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Best Cities to Live 2020


도시는 단순히 어메니티 측면의 쾌적함과 일상생활을 하기 위한 속도감 같은 도시 기능을 넘어 때론 도시적 화려함이나 생태환경적 복원을 통해 브랜드화되고 거주민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와 장소들을 소비한다.


그렇지만 도시는 그 도시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까? 도시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이든, 관광 등 임시체류객이든, 심지어는 거주민들조차 도시의 본모습을 100% 속속들이 관찰했던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도시는 밝은 면만 비춘다.

도시는 과거를 말하지 않는다.

도시 씀씀이는 비공개다


거주민들조차 알지 못하는 도시의 본모습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체류시간이 짧다거나  잘 알려진 동선 위주로 다닌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도시는 스스로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 있는 것일까? 도시에 거주하고 있어도 결국 머물다 가는 사람을 도시 세입자라 생각하는 내 대답은 YES다. 왜냐?


첫째, 도시는 밝은 면만 비춘다. 항상 깨끗하고 정돈된 지역을 더욱 강조한다. 돈된 도로와 비싼 건축자재로 만든 업용 건물들은 24시간 화려한 영상을 재생하는 옥외광고판의 총천연색 조명을 받아 더욱 빛이 난다. 지만 밝게 비춰진 공간 밖의 그림자에는 도시가 감추고 싶어 하는 것들이 있다.


종로구 거리에서 휴식중인 폐지 줍는 어르신 (출처 : 연합뉴스)

막상 종이박스 수거하는 어르신만 보아도 그. 어둔 거리를 느린 걸음으로 폐종이박스를 모으시는 분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른 새벽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도 특집 방송이 아니면 보기 어렵다. 이른바 메트로폴리탄이라 불리는 대도시에서 발생한 도시의 생활 오폐수는 곳저곳에서 모여들어 힐링을 주는 공원 등 근린시설 아래로 어마어마한 양이 되어 흐른다.

본모습인 다양한 요소와 활동들은 조명 밖 공간에 옮겨두어 잘 보이지 않는다.


둘째, 도시는 현재를 말한다. 특히나 슬픈 역사나 부끄러운 과거는 굳이 꺼내어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난날 화려했던 시대의 건축물들도 시의 현재다. 역사 건축물 리당국이 구석구석 살피고 관리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고 이미 절반 이상 과거의 건축물이라기보다 개보수되거나 복원되어 '현재'의 건축물이다. 래서 역사적 건축물이 잘 보존되고 있는 도시들은 현재 시점에서 뛰어난 건축기술을 보유한 도시들이다.


탈리아 로마, 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도시들 대표적으로 옛 건축물로 이름난 도시들이다. 이 도시 남아 있는 유적들 역사적으로 찬란한 시기의 유물이고 자랑할만한 관광자원이지만 사학이나 건축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숙련된 인력들을 통해 세심하게 관리하고 재생된다는 점 주목할 만하다. 근래 한국문화 체험형 TV쇼에서 국립박물관에 일제강점기에 대한 전시 컨텐트가 기대보다 부족했다는 핀란드인 출연자들의 아쉬움이 숨겨진 사실을 드러낸 것 같다.


도시가 드러내지 않는 모습, 그 마지막으로 도시의 씀씀이를 이야기해보자. 도시의 야경이 얼마나 화려한지 척도를 내보면 도시가 얼마나 소비와 자본에 목말라 있는지 알 수 있다. 도박과 향락의 라스베거스, 금융의 중심지 뉴욕, 동아시아 무역관광 수요를 삼 홍콩 등을 보면 딱히 덧붙히지 않아도 보인다. 돈이 모일 곳에 화려함이 있다. 여기까지는 누가 들어도시의 감춰진 팩트 시트라 할 수 없겠.


라스베거스의 화려한 야경

화려함을 유지하기 위한 도시의 씀씀이는 첫 번째 주제에도 일부 언급이 되었지만, 이에 더해 갈아 넣어야 할 다양한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라스베거스 같은 도시에서는 평소보다 절제가 모자란 관광객들로 시간당 어마어마한 양의 물과 에너지, 먹거리를 소비한다. 평소 강수량이 적어 수자원이 부족하고, 세계적으로 환경친화적으로 도입되는 신재생에너지원에도 드물게 연결되어 있는 이런 도시에도 휘향 찬란한 네온사인이 24시간 돌아간다.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화려한 도시가 라스베이거스라 여러 번 언급하기는 했지만 비단 도시의 화려함 속에 진실을 숨기고 있는 곳이 이곳 한 곳뿐이겠는가? 일상생활이 아닌 관광지에서 분위기를 타고 십분 즐기려는 편이라 하나하나 까칠하게 따지고 있지는 않지만, 도시 세입자로서 내가 머물고 있는 이 도시의 상태는 알아두어야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오늘도 자신에게 새롭게 되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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