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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현 Oct 07. 2021

지하철 공간에서 잘 사는 법

도시 세입자들의 지하철 고객경험

코로나 팬더믹으로 일주일에 비단 하루정도 출근하다 보니 지하철을 탈 일이 줄어든 것처럼 국내 지하철 출퇴근 수요가 다소 줄어 가뜩이나 적자 경영 때문에 어려운 지하철 운영대한 걱정이 앞서지만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어 많은 시간 지하철 살이를 하고 있는 도시 세입자로서 지하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전기로 움직이는 기차라는 의미에서 전철과 지하 터널로 움직이는 기차라는 의미에서 지하철을 혼용해서 쓰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땅을 파지 않고 지상의 철로를 따라 움직이는 Tram과 땅 속 터널을 따라 움직이는 Subway(미)/Underground(영)분명히 차이가 있고, 서울 같은 대도시의 곳곳을 이어주는 지하철을 유럽에서는 특별히 Metro라고도 부른다. Metropolitan의 어두를 써서 서울 메트로라고 부르며 중소 도시의 그것과 차별화하는 의미로 다.


도심의 집값을 좌지우지하는 지하철역의 지는 과거 고속도로 경로만큼이나 도시 세입자들에게 중요한 주제다.  오죽하면 역세권, 초역세권이라는 용어로 부동산 거래 광고로 활용하겠냐 말이다. 그만큼 지하철은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나 자가용 차량보다 도심지 어느 곳이든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지하철역은 우리의 거주에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주거지가 인근 지하철역까지 얼마나 가까운지, 지하철로 이동하면 학교가, 일터가 몇 정거장인지는 도시 세입자에게 무시하기 어려운 가치가 되었다.

  

그 가치 척도는 쉽게 말해 도심의 주요 위치까지 얼마나 단시간 내 도착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지하철 역에서 보내는 시간을 아까워한다는 이다. 콩나물시루처럼 낑겨서 적게는 십여분, 많게는 몇 시간을 이동해야 한다면 아마 지긋지긋한 지하철을 오래 타느니 전세든 월세든 웃돈을 주고서라도 학교나 직장 근처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닐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의 혼잡함을 감안한다 해도 전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무선통신과 청결도, 편리함 등 우수한 장점들이 떠오른다면, 아마 코로나 시국에 따른 재택근무가 확산된 현재와 분산근무가 일상화될 포스트 코로나 미래에는 지하철 탑승객들의 이용경험이 한층 개선되지 않을까? 또 만약 렇다면 리들 도시 세입자들은 지하철에서 무슨 경험을 하 좋을까?




지하철에서 할 수 있는 적절한 경험을 뽑기 위해 지하철의 공간적 특성에 대해 먼저 알아두면 좋겠다. 하루에도 수만 명의 사람들이 서로에 어두운 지하 터널을 달리는 밀폐된 공간에는 수많은 승객들이 들어차 익명성이 보장된다. 그곳은 또한 한없이 주행과 정차를 반복하며 열차에서는 누군가 딱히 대화할 동행이 없다면 무언가 해야 할 만한 것을 찾게 되는데 요즘은 스마트폰이 무한한 컨텐츠를 제공다. 약 개인적으로 자신이 유별날 게 별로 없는 사람이라 생각된다면 넷플릭스, 왓차는 나쁠 게 없다. 컨텐츠를 소비하다 보면 한두 시간쯤 순식간에 지나가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하철이라는 공간을 보다 의미 있게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 잊지 말자. 히트 뮤지컬인 Hamilton을 쓴 Lin-Manuel은 유명한 뉴욕의 지하철 A라인에서도 소재를 찾을 수 있었다니 말이다. 사실 한없이 반복되는 바쁜 출근길에서 미처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지하철은 특별하다 못해 유일한 공간이다.


토니상 11관왕의 뮤지컬 Hamilton


그럼 이제 지하철이 왜 특별한 공간인지 살펴보자. 우선, 지하철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 접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곳이다. 지하철 이용 중에 시야에 들어왔던 인파의 수를 세어본다면 수백 명은 될 텐데 아마 직장인 중에 하루 중 가장 많은 사람을 게 되는 공간이 분명하다. 리소설의 주인공인 셜록실존인물에 가까운 퍼스라는 기호학자는 전차가 전반적 추리능력을 발할 수 있는 '작업실'이라고 했을 정도다.


더구나 지하철은 서로에게 최소한의 신경만을 쓰는 곳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피상적으로나마 다양한 삶을 접하게 될 테니 대중적 반응을 파악하기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일 듯싶다. 특히나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무의식 중에 하는 이야기나 우연히 같은 노선을 동행하게 된 동료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필터링을 거의 거치지 않은 리얼 보이스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지하철 바깥은 컴컴한 터널로 시각적인 자극이 매우 적다. 가끔 시끄러운 승객들이 많으면 청각적 잡음으로 무언가에 집중하기는 어려울 때도 있지만, 헤드셋으로 차단하면 생각에 빠져들기 좋은 공간이 된다. 가끔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에 뇌리를 때리는 아이디어가 스치듯 지나가는 경험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만약 데이터 요금이 모자라거나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를 할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한다면 지하철이라는 공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또는 그저 한 공간에 우연히 동행하게 된 승객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셜록 같은 추리적 모델링을 시도하는 것도 또 다른 활용방법 같다. 넷플릭스를 시청하거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패션 트렌드를 따라잡는 것만큼이나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인적 역량을 개발하고, 휘발기 쉬운 기발한 아이디어와 생각을 잡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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