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럭셔리를 강조하던 브랜드들을 과감히 바꾸고 있는 것처럼 자동차업계에서는 내연기관의 헤리티지를 더 이상 고수하지 않는다. MECA로 정의된 변화의 흐림이 속도를 내자 OEM 사들도 인수합병과 파트너십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와 보스턴 다이나믹스 같은 회사들을 인수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산업계 지형변화를 주도하려고 노력 중이다. 가장 휴머노이드에 가깝다는 보스턴 다이나믹스도 아직 민감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을 만들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다운 휴머노이드를 만들게 되리라는 것은 기정사실 같다.
이번 '디트로이트:비컨 휴먼'이라는 Game의 배경은 사람이 보기에는 인간과 구분이 안 되는 휴머노이드가 자아를 갖추며 스스로가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시대다. 휴머노이드에게는 인간의 혈액과 같은 기능을 하는 파란색 인공 혈액인 '티리움'이 흐르고 머리카락을 포함한 인공피부가 있다. 이에 더해 휴머노이드의 인공지능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자아라는 개념까지 가지게 되면서 인류는 어떠한 미래를 맞게 될까 하는 것이 게임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이다.
휴머노이드의 인공지능이 자아를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해당 Game을 직접 즐겨보거나 Youtube 소개 동영상을 찾아서 시청해 보길 원한다. 또 다른 인공지능 영화들처럼 휴머노이드들의 피아식별이 가능해지면서 그들만의 권리를 갖기 위해 시위를 하기도 하고, 자아가 스스로 사라지기를 두려워하면서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인간을 공격하기까지 점차 '진화'하는 휴머노이드들의 심리 묘사가 시네마틱 하게 표현되고 있어 한번쯤 시청할만하다.
희, 노, 애, 락 지성과는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감정들이 휴머노이드에게서 발견되었던 원인은 바로 인공지능의 오류. 과연 이러한 감정들이 극단에 이르렀을 때 이어지는 스트레스는 인공지능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예상되는 현상 중 하나는 바로 과열.
인간의 신경계를 모방해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스트레스라는 자극과 반응에 노출되면서 과부하가 걸릴 것이고 그로 인해 발열이 심해져 과열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바로 PC나 스마트폰 게임기 등이 처리용량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과 같은 맥락에서 말이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일반적인 게임들과 구분된 디테일한 스토리를 전달하기는 하지만 휴머노이드에게 생각지 못한 버퍼링이 생긴다거나 이상행동이 발현된다거나 하는 '현상'만을 묘사할 뿐이지 인공지능 시스템, 특히 AI Chip이 스트레스로 과열된다거나 녹아버린다거나 하는 과정을 묘사하지는 않았다. 물리적인 인과관계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여기에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휴머노이드의 인공 혈액인 티리움이 과열부의 열을 흡수해 어디론가 전달한다면 아마 과다한 스트레스로 휴머노이드의 머리가 녹아버리는 최악의 장면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제거되는 휴머노이드, 과열과는 관계 없음
사실 요즘에도 반도체나 배터리 등 전기차, 자율주행 차량의 발열 부위에는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소재들이 사용된다고 하는데 휴머노이드의 인공 혈액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파란색과 투명도 등 외관을 결정하는 '바인더(수지)'에 열을 전달하는 물질적 특성을 부여하는 '필러'를 배합해 만든 방열 소재들이 액상 형태, 또는 접착제, 패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된다. 다만 게임 속의 휴머노이드의 기능을 미루어볼 때, 미래에 쓰일 AI Chip의 상상도 안될 성능만큼이나 발생하는 발열도 심각할 것이고 그래서 지금 쓰이고 있는 방열 소재를 혁신적으로 뛰어넘는 물질이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티리움'의 여려가지 기능들 중 핵심적인 부분으로 10k, 20k, 아니면 100k W/mK 정도의 방열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다만 현재 기술로는 이러한 고성능의 방열 소재 생산을 위해서 단위당 고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티리움처럼 휴머노이드 개체 전체 부위를 채운다면, 과장을 조금 덧붙여 휴머노이 가격이 억대에 달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처럼 저소득 계층의 가정에도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휴머노이드 시대는 방열 소재를 포함한 관련 기술들이 혁신과 혁신을 거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뭐, 사람들끼리의 인간관계조차 100% 대체할 정도의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노동 인력을 보조하는 테슬라봇 정도라면 가까운 미래에 대중화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