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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vo Apr 01. 2023

스마트 서비스를 위해 당신의 개인정보를 더 알아갑니다

24/7 기록되는 삶, 더 서클

만약 수만, 수십만 명의 눈이 24시간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면 우리는 과연 사생활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한때 국내외에서 CCTV에 대한 비슷한 논란이 있었는데 해외에서는 사생활을 중시하는 풍조로 거부감을 표시한 비율이 좀 더 우세했지만, 국내에서는 범죄예방 및 강력 범죄 사건해결을 통한 공공성에 무게가 실려 설치에 제약이 덜했던 편이었던 거 같다. 물론 내 생활반경 어디를 가든 나를 24/7 관찰하고 있는 소형광각카메라 '씨체인지'를 전세계 보급한다는 계획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말이다.

씨체인지라는 소형 카메라

넷플릭스 영화 더 서클이 미래를 그린 SF영화라고는 하지만 사실 몇몇 불편한 주제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담은 현재 시점의 영화다. 영화 리뷰를 둘러보면 SNS의 명과 암을 조망했다거 타인의 삶에 대한 과도한 관심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에서 물리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게 하는 씨체인지의 무한증식과 지울 수 없는 디지털 낙인이 되어버리는 데이터의 축적이 문제의 핵심 같아 보인다.


또한 무서운 것은 막대한 파급력을 가진 2개의 수단이 단순히 이성을 잃은 대중에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이 전혀 없는 기업경영자 개인의 손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소시오패스일지도 모르는 개인에게 말이다.


거창한 사회적 동의를 얻는 과정이 없다고 해도 씨체인지만큼이나 우리의 생활을 밀착해서 모니터링하게 될 미래형 차량들 역시 같은 리스크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15년 자동차 1대당 약 100여 개 센서가 사용되던 것에 비해, 요즘 자동차에는 30여 종 200여 개의 센서사용되고 있으며, 자율주행/전동화가 가속되면서 향후에는 1,000여 개에 육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중 조향 등 운행에 관련해 눈과 귀의 역할을 하고 있는 Lidar, 카메라, 마이크 등은 차량에 부착되어 도로 외 주차장 등에서 운전자 및 불특정 다수의 생활을 기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CCTV나 스마트폰 카메라 같은 경우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촬영되는 대상의 사회적 합의가 제도적인 선행조건이었겠지만, 차량용 카메라, 센서 및 레이다 등은 안전주행을 보조하기 위한 주행보조 기능으로 별도의 합의 없이도 차량 소유주나 행인들의 이동 경로와 행위를 여과 없이 축적할 수 있다. 고정된 일반 CCTV나 카메라와는 다르게 이동이 가능한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는 차량 내 부가장치의 GPS, 속도계, 거리센서들과 조합한 복합 정보로 재가공될 수 있다. 하원칙에 부합하고 연속적으로 기록된 일련의 정보가 생성되는 것이다.


구글은 단지 인터넷 공간에서 수집된 개인정보를 자산 및 상품으로 활용해 광고주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무상으로 제공됐던 Android OS 플랫폼을 open source로 제공하는데 필요했던 S/W 개발비와 운영비를 제하면 딱히 투입한 비용도 얼마 없는 사업이었다. 하물며 실세계에서 차량용 카메라, 센서 등을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는 광고주나 서비스 제공사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정보일 것이며 알짜 수익을 낼 수 있는 소스일까?

아마 더 서클을 보면서 애플을 떠올리게 된 것은 영화의 배경이 애플 캠퍼스와 닮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자는 더 서클이 묘사하는 서비스의 특징적 유사점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씨체인지(지금 독자분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의 오마쥬)를 통해 수집된 방대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기업의 경영자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하는 직 행동의 유사성이, 요즘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고 또한 Android 폰 사용자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회사인 구글을 더 떠올리게 한다.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 전시되는 사족보행로봇

최근 CES는 첨단 차량 기술 컨셉을 공개하는 쇼가 듯하고, 반대로 모빌리티쇼 로봇, UAM이 등장하는 기술 박람회를 방불케 하곤 한다. 그만큼 스마트폰 그 다음(beyond smart device)으로 지능화되는 차량을 주목하고 있는 요즘, 수많은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들이 IoT로 인터넷과 무방비로 연결되면 개인정보의 권리는 무엇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이미 공재처럼 취급하며 하찮게 여겨지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주제를 생각하면 영화 더 서클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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