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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vo Apr 25. 2023

전동화 시대, 자동차 브랜드라는 것?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

브랜드는 소비된다. 소비되면서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브랜드의 위상도 따라서 좋아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소비가 되지 않는다면 브랜드는 잊혀지고 만다. 자동차에는 하차감이라는 재미있는 척도가 있는데 저가형부터 고급 세단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보유한 자동차 브랜드가 기계공학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승차감과는 달리, 자동차 브랜드 자체가 주는 이미지의 감성인 고급감, 스마트함, 안전함, 스포티함, 고집스러움 등을 통칭한다. 그렇지만 여느 감성이 그렇듯 브랜드가 결정하는 하차감은 때에 따라 변화하며 소비되지 않는 순간 잊혀지고 만다.


소비가 이뤄지고 있지만 싸구려 이미지로 굳어진 브랜드의 위상도 문제다. 합리성이 우선시되는 높은 소비자들에게 싸게만 팔다 보면 브랜드 가치는 점차 쇠퇴할 수밖에 없다. 한국차가 나온다고 해서 부랴부랴 챙겨보았던 나를 찾아줘(Gone Girl)를 보면서 북미시장에서 Kia라는 브랜드가 가성비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만 한다는 평가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고, Kia의 플래그십 세단이 공들여 만들어 출시된다 해도 싸늘히 외면받을 것이 뻔해 보였다. 그만큼 브랜드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나를 찾아줘에 등장한 Kia

영화 나를 찾아줘에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인플루언서 부부이자, 트렌디한 컨텐츠로 인기가 많았던 남녀 작가가 세간의 부러움과는 달리 무너져버린 현실 앞에서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대중의 평판에 집착하는 광기가 그려진다. 남편의 외도, 그에 대한 복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부인의 자작극과 파생된 살인은 결혼생활의 파탄과 결말로서 너무 끔찍하지만 정작 둘 사이에는 사춘기의 비밀 장난과 같다. 마치 소비되지 못한 브랜드가 주목받기 위해 일부러 만든 노이즈 마케팅 같아 보이는 이유였다.



그렇다고 한 때 완벽한 작가 커플로 브랜딩 됐던 닉과 에이미가 돈 되는 글이라면 닥치는 대로 글을 쓸 수만은 없었다. 여성지, 남성지에 기고할 만큼 1분 1초라도 뒤처질 수 없는 남녀 작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족한 페이의 원고 요청을 쉽게 쉽게 받았다가는 작가로서 브랜드 가치가 한없이 추락하게 될 게 뻔했기 때문에. 브랜드는 이처럼 당장의 수입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OEM사들의 브랜드 전략으로 시너지 가능한 브랜드를 발굴해 collabo를 추진하기도 한다. 2000년대 Jeep은 오프로드 차량 랭글리 시트에 리바이스 청바지 패턴의 시트 커버를 적용하는 collabo를 진행했고, 르노는 초기 볼륨형 EV 모델 Zoe. Z.E. 의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스킨케어 브랜드인 Biotherm과 collabo를 진행했는데, Biotherm이 Zoe. Z.E. 의 공조 시스템 설계에 참여해 피부의 수분 상태에 맞게 실내 습도를 조절하고 실외 대기 상태를 센싱 하여 흡기를 차단하는 등 상품개선에도 일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케팅 분야에 멋져 보이는 시도였다고 해도 그 효과는 매우 미미할 수 있다. 오히려 최근 실시한 전문 브랜드 순위 조사(인터브랜드 2020~2022)에서 10위권 바깥이었던 Tesla가 혜성 같이 나타나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는 것을 보면 그 흔한 마케팅 캠페인 하나 없이도 조만간 자동차 분야 1위에 Tesla가 오를 수도 있겠다는 예상도 가능해 보인다.(짧으면 2023년?) 철옹성 같았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순위를 순식간에 뒤엎었다.



Tesla가 Game changer가 될 수 있게 한 기반이 되었던 만큼 전동화/자율주행은 다른 OEM사들에게도 기존 브랜드 가치를 파격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만능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메가 트렌드의 연장선 상에서 OEM사들은 자사의 logo를 시대에 맞게 2D화 하는 등 시류를 타고 자신들의 브랜드 위상을 지키거나 제고하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잇따라 출시 중인 E-GMP 전기차 플랫폼 기반 EV 전용 신차 출시 시기에 이미지 광고보다는 EV 본연의 경쟁력을 강조해 조용하지만 임팩트가 있는 브랜딩 기류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K-자동차 산업의 위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사실 영화적 소재를 개별 에피소드의 주제로 삼아왔던 이전의 글처럼 나를 찾아줘 역시 이번 글의 중심축은 아니다. 그렇지만 영화를 제작할 당시인 2014년 K-자동차 산업의 이미지가 겨우 사회적으로 추락한 왕년의 슈퍼걸 에이미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이었다면, 이후에 나올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좀 더 격상된 지위의 영화 캐릭터에 걸맞은 차량 브랜드로 등장하게 될 K-자동차를 기대해 본다. 아마 EV/자율주행차가 자동차 업계 Majority가 될 미래에는 대중들의 머릿속에 Top-tier의 OEM 브랜드로 K-자동차가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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