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배우는 HR
프리미어리그의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 개인적으로 퍼거슨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세 가지이다. 껌, 아르센 벵거 그리고 헤어드라이어.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첫 번째로, 경기 내내 껌을 씹으며 몰두하는 모습 때문에 껌거슨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껌과 퍼거슨은 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이다. 두 번째로 아르센 벵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자 존경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이 리그를 양분했던 2000년대 초중반의 프리미어리그에는 알렉스 퍼거슨과 아르센 벵거라는 거장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헤어드라이어는 퍼거슨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퍼거슨 감독은 전반전 종료 후 하프타임이 되면 경기력이 좋지 못한 선수들에게 매우 강한 피드백을 주었고, 그 소리가 마치 헤어드라이어의 바람 소리처럼 강렬하게 울려 퍼졌다고 한다. 하프타임 때는 아니었지만, 경기 종료 후 부진했던 데이비드 베컴에게 헤어드라이어 폭격(?)과 함께 축구화 걷어차기를 시전하는 바람에 시즌 후 베컴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는데 트리거가 되었던 좋지 못한 일화도 있지만, 많은 선수들이 하프타임 시간 퍼거슨의 헤어드라이어 폭격을 맞고 정신을 차려 후반전에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뒤집기도 했다.
그렇다면 퍼거슨 감독에게 '하프타임'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냉정한 분석과 전략 수정'의 시간이었을 것 같다. 스포츠에서 하프타임이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경기 중반에 지금까지의 플레이를 복기하고,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전략을 수정할지? 결정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퍼거슨이 그래왔듯이.
요즘 우리 회사는 평가 제도를 개편하며 일종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 우리 회사는 OKR을 도입하여 직원들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그리고 OKR 제도에서는 CFR 시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CFR은 팀원들이 설정한 목표의 진행 상황을 리더와 함께 점검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성과를 인정하는 과정이다. 나는 CFR 시간이 마치 축구 경기에서 하프타임에 감독과 선수들이 모여 경기 내용을 분석하고 후반전의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하프타임을 알차게 보낸 팀이 후반전에 역전의 드라마를 쓰듯, 효과적인 CFR 시간을 통해 조직은 방향성을 점검하고, 때로는 재설정하며 더 나은 성과를 위한 전략을 끌어낼 수 있다.
CFR이 하프타임과 유사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축구에서는 전반전이 끝나면 무.조.건 하프타임이 주어진다. CFR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주 단위, 격주 단위, 월 단위 등 일정 주기마다 미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축구 경기의 하프타임에는 객관적인 지표, 데이터를 가지고 후반전의 전략을 수정한다. 상대가 4백을 쓰는지, 3백을 쓰는지 / 패싱 게임을 하는지, 피지컬 위주의 경합을 즐기는지 등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CFR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단순한 감정적인 비판이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하고 건설적으로 피드백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세 번째, 하프타임 동안 전술을 수정해도 후반전에 적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CFR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복기하고 리더와 합의한 내용대로 실행 가능한 액션 플랜을 정해서 실제 업무에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이 부분이 지금 우리 회사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퍼거슨 감독이 하프타임에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강렬한 피드백을 진행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그들과 함께한 훈련 과정, 엄격한 규율과 통제를 따라온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다. CFR도 마찬가지다. 비난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과정이어야 하며, 구성원들이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심리적 안전감을 보장해야 한다. 물론 리더 또한 퍼거슨 감독처럼 솔직하고 과감하게 피드백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항목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 회사의 평가는 보상을 위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장을 촉진하는 육성적 관점에서 기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평가가 진정한 의미에서 육성, 나의 성장을 촉진하는 도구라고 느끼기 위해서는 CFR과 OKR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한다. 이 부분을 모든 리더, HR 구성원들이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
축구 경기의 승패는 후반전에 갈린다. (토너먼트는 연장전과 승부차기가 있지만, 리그는 후반전이 끝이다.) 전반전에 아무리 부진했더라도, 하프타임을 통해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각오로 후반전에 임하면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 우리 조직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인 CFR을 통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유기적으로 대처하는 팀이 결국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 믿는다.
내가 존경하는 감독은 아르센 벵거지만 퍼거슨 감독이 이끌었던 맨유가 벵거의 아스날을 뛰어넘어 오랜 기간 정상에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하프타임에 있다고 생각한다. 퍼거슨은 하프타임을 통해 선수들의 멘탈을 재정비했고, 팀의 전략을 빠르게 수정했다. 그 결과 맨유는 그 어떤 팀보다 후반전에 역전승을 거두는 경기가 많았던 저력 있는 팀이 되었다. 우리 회사에서도 CFR 시간을 축구의 하프타임처럼 활용하여 팀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건강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전략을 수정해 나간다면 더욱 강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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