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나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교육 플랫폼에서 책을 자주 사서 본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많은 복지 중에 3식 제공, 셔틀버스가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부분이지만, 사실 이 두 가지에는 큰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 이미 내성 같은 것이 생겼다거나, 내가 배가 부른 것 같다. "당연히 해줘야 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든다. 빠져가지고. 그런데 북러닝은 매월 감사함을 느낀다. (미수료 처리되면 부들부들하겠지만. 플랫폼 운영을 담당하는 팀원이 나를 미워해서 까딱 잘못하면 바로 미수료 처리할 것 같아서 FM대로 해야 한다.) 서점에서 밍기적거리는 걸 좋아하고, 책 보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내 성향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러닝은 가뭄의 단비 같다. 육아로 인해 책을 못 보는 단계는 끝났기 때문에 다음 직장은 글을 쓰고 깊게 토론하며 일하는 분위기이길 바래본다.
5월에는 [리더라면 정조처럼]이라는 타이틀의 책을 신청해서 보고 있다. 나는 리더도 아니고, 정조를 추앙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북러닝 신청 목록을 보고 팀에서 놀림을 받았다. "정조는 안 그러는데요?"라며. 팀에서 나는 정조나 세종보다는 연산군쯤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정조보다는 세조나 태조 이방원 같은 강력한 통치력을 가지되 유능한 리더가 되어야 하나 싶다.
리더라면 정조처럼, 이 책의 표지에는 '5049'라는 네 자리 숫자가 적혀있다. 대강 훑어보니 50세에 생을 마감한 정조의 49가지 리더십을 그렸다는 뜻이었다.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최근의 내 상황에 기인해서, 내 안에 깊이 닿았던 부분은 '공감의 리더십'이었다. 함께 걷는 리더의 자세.
정조는 특이한 왕이었던 것 같다. 조선의 최고 권력자이면서도 늘 백성의 눈높이에 서려 했다. 비가 안 오면 본인도 고기를 끊고(대단 ;;), 추워도 따신 옷조차 거부했다.(굳이?) 국회의원들이 쇼잉의 수단으로 단식투쟁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함께 고통을 나누고자 하는 태도로 보인다. 공감의 리더십, 현장 리더십 이런 말들은 너무 뻔하게 들린다만, 정조는 말이 아니라 생활로 그것을 보여준 사람이다. [다모]였나... 예전 사극에서 이서진이 정조 역을 맡았던 걸로 기억한다. 드라마의 명대사가 생각났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 대사는 감정을 잘 읽는 섬세함 그 이상의 것을 그리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정조라는 사람이 국가를 이끄는 태도, 리더의 철학이고 실천이었으리라.
그렇다면 내 주변에는 정조형 리더가 있을까?
차량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우리 회사는 업의 특성상 협업이 매우 중요하고, 부서 간의 이해와 조율이 업무의 주된 키가 되곤 한다. 이런 환경일수록 "저 팀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저게 최선일 거야, 그럼 우린 뭘해야할까?"를 질문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원인을 누군가의 실수와 무성의함으로 보지 않고 상대의 맥락과 행간을 읽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뒤에서야 본질적인 솔루션을 고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다는 걸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나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가는 본능에 기인하는 습성?이 있고, 불도저로 밀고 지나가듯 모든 것이 클리어해야 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상대를 먼저 이해하려고 할 때 그 분위기는 조직에 시나브로 퍼질 것이다. 그래서 내가 못하면 내 주변 사람이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아스날의 리더들과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은 축구계의 정조가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은 아르센이 아니라 미켈을 말하려고 한다. 아르테타는 스쿼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본다. 연령대를 낮추고, 피지컬적으로 뛰어난 선수를 사 모은다. 아직 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가고 있는 방향은 참 마음에 든다. 언젠가 아스날이 연패에 빠졌을 때 아르테타는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시기를 함께 이겨낼 것이다."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리더는 앞에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서 비바람도 같이 맞고 추울 땐 같이 껴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조는 50년밖에 살지 못했지만 마흔아홉 가지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공감과 동행, 두 가지가 참 존경스럽다. 리더십은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고 디테일이다. 그리고 거창한 카리스마가 아니라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할 줄 아는 인간적인 자세에서 싹튼다고 나는 믿는다. 오늘도 나는 내가 속한 조직에서, 관계에서 연산군이 아니라 정조가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신입사원인 나에게 정조가 되어준 그에게 깊은 감사를 느낀다.
"리더는 앞에서 끌지 않는다. 곁에서 함께 걷는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명령이 아니라 공감이다."
#리더라면정조처럼 #좋은리더란 #HR칼럼 #정조 #정조형리더십 #함께걷는리더 #아스날 #미켈아르테타 #이정효 #철학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