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하지만 단단하게 성장하는 리더십

아이를 키우며 성장한 나의 리더십

by 윤즈

대학교 시절, 나는 축구 동아리에서 꽤 적극적인 선배였다. 축구도 열심히 했고, 동아리 활동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후배들도 나처럼 움직여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의 후배들은 내 기대만큼 적극적이지 않았고, 연습 게임이나 동아리 생활에서 안일한 모습을 볼 때면 실망스러울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주변 동기들이나 가까운 후배들에게 말했다.


“믿고 기다려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야. 기다리자.”


그 당시에는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그리고 ‘기다림이란 상대가 스스로 성장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그 진심을 가슴으로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부모가 된 후에야 ‘기다림’의 의미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매일매일 기다림과의 싸움이다.

태오가 스스로 양말을 신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어느 날, 나는 그게 최소 30분짜리 고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신겨주면 금방인데’라는 생각이 스쳐갔지만, 나는 그냥 말했다.
“그래, 네가 해봐.”

태오는 단풍잎처럼 작고 동그란 손으로 양말을 옆으로 신었다 벗었다 하며 씨름했다.
그리고 1분 만에 땀범벅이 되어 씩씩대며 울기까지 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성장은 내가 시간을 준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시간이 쌓여야 한다.”


그리고 그 ‘속도’를 존중하는 것이 진짜 기다림이라는 것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일상의 생각을 일터에도 녹여내려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태오에게서 얻은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직장에서의 리더십으로 이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성원이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으면 답답함이 먼저 올라오곤 했다. 마치 동아리 후배들에게 느꼈던 감정처럼.
하지만 태오를 보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성장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어떤 아이는 금방 이해하지만, 또 어떤 아이는 반복을 통해 천천히 배운다. 그리고 아이마다 빠른 분야와 느린 분야가 달라서, 마냥 빠르거나 마냥 느린 아이는 없다. 말은 빨리 트이지만 늦게 걷는 아이가 있고, 반대로 말은 느리지만 또래보다 빨리 걷는 아이도 있다.


태오를 통해 얻은 (거의 득도에 가까운...) 깨달음은 내 업무 방식도 바꾸어 놓았다.
조금 엉성한 시도라도, 아주 작은 진전이라도 그것 자체가 성장이라는 사실을 진정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떤 문제든 곧바로 솔루션을 제시하는 대신, 먼저 감정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구성원이 어디에서 막히는지, 무엇 때문에 힘든지 함께 살펴보려 한다. 내가 대문자 F 성향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시도기도 하다.


태오가 울 때 “왜 울어?”를 다그치듯 묻는 대신,
“태오 속상했구나.”라고 말하게 되면
아이가 감정적으로 조금 더 솔직해지는 걸 확인하게 된다.
이게 단순히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흔히 육아는 업무 몰입을 방해한다고 이야기된다. 우리 팀에서도 그런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육아는 내 리더십의 근간을 바꾸고,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경험이다.


상대의 속도를 인정하는 마음, 감정을 이해하려는 태도, 문제의 뿌리를 함께 바라보는 시선.


이 모든 것은 부모가 되기 전에는 절대 배울 수 없던 통찰이었다. 물론 육아가 아닌 다른 경험에서도 얻을 수 있는 통찰이지만, 나는 육아를 통해 배웠기에 육아가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할 수 있다.


가끔 대학 시절의 후배들을 떠올린다. 나는 그들에게 너무 빠른 속도를 요구했던 선배였을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난 기다릴 거야”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과연 그들에게 진심으로 들렸을까? 혹시 마음속으로는 “형은 사실 안 기다릴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제야 진짜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어. 사람은 각자 다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육아는 나를 좋은 부모로만 만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좋은 리더가 되게 한 과정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신뢰이며, 리더십은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 속도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마음이라는 것을 배운 시간이다. 그래서 육아는 소중하고, 내 리더십을 단단하게 만드는 중요한 경험이다.


#육아에서배운리더십 #기다림의리더십 #일과육아 #태오에게배운것 #부모성장일기 #천천히그리고단단하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왜 퇴근 후 집에서 더 바빠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