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퇴사여행 에필로그 - 머지않은 두 번째...?
2019년 7월 말에 다녀온 여행의 기록을, 3년 6개월이 지난 2023년 1월 말에 마무리한다.
여행 경험이 많아질수록 여행을 기억하기 위한 후속 작업의 즐거움이 옅어져 갔다. 여행의 과정에서 만끽하는 다채로운 감정들이 훨씬 중요해졌으며, 한 번의 여행을 위해 감내해야 할 고된 현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첫 번째 퇴사여행"은 짧지 않았으나, 여행 전의 준비 기간과 여행 후의 여운을 곱씹을 시간이 짧았다.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여행 직후가 지나가니 전 세계를 휘감은 팬데믹이 모든 길을 끊어버렸다.
그래도 장기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 다행이었노라 스스로를 다독였으나,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선택권을 강제로 박탈당한 기간이 2년이 넘어가자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이 고여만 갔다. 조금씩 풀리는 하늘길에도 떨쳐지지 않는 걱정과 불안이 망설임을 더했다.
그러다 문득, 결심이 들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포스팅 했던 버킷리스트 0순위의 존재를 떠올렸다. 그 목록의 하나를 한 번 더 지울 때가 도래했음을 직감했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장기여행을.
"두 번째 퇴사여행"을 확고히 결심하면서, 멈춰두었던 첫 번째 퇴사여행기가 생각났다. 매달 한 번씩 울리던 브런치의 알림이 핸드폰 액정을 반짝였다. 이 여행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알리는 것처럼.
다음 발걸음을 떼기 위하여. 이것이 희미해진 기억이나마 애써 붙들고 되짚어 여행기를 끝마친 이유다.
머지않을 두 번째 여행기는 더 다채롭고 다양한 형태로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
안녕, 러시아. 부디 이 무의미한 전쟁을 당장 그만두고 사죄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