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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별 Feb 05. 2021

혹시 대게 좋아하세요?

그 버블티 가게 사장, 왜 자꾸 실실거릴까!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나?


 그날 방문한 고객님들께서 이렇게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저 사장, 오늘 또 왜 이리 실실거리지? 허파에 바람 들어갔나!' 다음에 실실거리더라도 대략 비슷한 이유겠구나 짐작해주셨으면 하여 이 글을 쓴다.


 초보사장의 실실, 사연이 궁금하신가요!

혹시 대게 좋아하세요?


 다이어트를 정말 열심히 하셔서 볼 때마다 칭찬이 절로 튀어나오게 만드는 고객님이시다. 무심한 척하시지만 이야기를 기다리고 계신다고 느껴진다. 과묵한 말투 속 숨겨진 애교에 '외동이실 것 같아요'하며 물음표 담긴 마침표를 건넨 적이 있다. 외동이라는 답을 하셨었는데, 나는 그분이 우리 준우 보듯 귀엽다.


 멋진 옷을 입었을 때에도, 좋은 부츠를 새로 구입했을 때에도, 미용실에 다녀왔을 때에도 음료를 주문하고 이야기를 기다리신다. 음료와 빨대에 한마디 담아 건네면, 우리 준우가 "엄마는 뭐 그런 걸 칭찬해?" 말하지만 '좀 더 칭찬해 줘~' 하는 마음이 그대로 보일 때의 입 모양을 하신다.


 그날은 쇼핑백 하나를 들고 오셨다. 딸기 버블티에 휘핑 추가. 음료를 만들고 한마디 함께 전한다. "엄마가 이제 살 그만 빼라고 하지 않으세요? 이제 뺄 살이 없겠어~" 하는데 "별로", "글쎄" 하는 평소의 단답형 대답과 다른 답장이 날아온다.


사진 찍을 틈이 없었어요...(출처: pixabay)


 "혹시 대게 좋아하세요?", 네? (잘못 들었을까? 뭐 좋아하냐고 하신 거지?)", "아니, 집에 대게가 많아서."

 종이 쇼핑백에서 일회용 비닐에 담긴 무언가를 휘익 올리신다. 고객님의 시크한 손이 들어 올린 저 주황빛이무엇일까? 앗 설마 대??? 대게찜?

 황급한 혼란이 찾아온 사이, 위생비닐을 뚫고 나온 대게의 뾰족한 다리 덕에, 액체가 뚝. 뚝.


 "아니야 아니야 안돼요. 비싼 걸. 엄마께 혼나요. 어서 넣어요~"

 운동화 위로 떨어지는 뚝. 대게의 진땀 탓에 고객님께서도 잠시 시크함을 잊으셨다. "앗!" 물티슈를 꺼내며 "어서 닦아요. 예쁜 신발에~"하니 금세 무채색 페르소나를 회복하신다.

 "아니 이건 뭐 막 신는 거라. 지난번 산 그 부츠랑은 달라서."(다음에는 그 부츠 가격을 여쭈어 봐야겠다. 쓰다 보니 궁금하다. 진짜 멋지던데!)

 습기에 어딘가 뚫렸을 종이백 사이로 다시 대게를 넣으시는 모습을 보며, 머쓱하게 느끼신 건 아닌가 걱정되어 말이 길어진다.

 "아니 그 비싼 걸 가져오면 엄마께 혼날까 봐. 너무너무너무 고마운데 비싼 거라 못 받는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감동이야. 대게를 선물 받다니! 오늘 밥 안 먹어도 배 부르겠어요."


엄마의 못난이 도넛이 떠오른다.

 고객님 퇴장 후, 대게가 남긴 무대의 물방울을 닦으며 엄마가 떠오른다.

 어릴 때 엄마가 도넛 믹스로 도넛을 만들어 주셨다. 그 도넛이 그렇게 맛있었다. 엄마가 장 보러 가신 사이, 선생님 드린다고 접시 위 도넛을 잔뜩 비닐에 담아 성당에 들고 갔었다. 선생님은 기쁘게 받아주셨지만 뒤늦게 사라진 도넛을 확인한 엄마는 속상해하셨다. "말하면 예쁘게 해 줬을 텐데, 그건 안 예쁜 것만 모아둔 건데......" 동그란 모양이 안 나온 못난이 도넛들을 내가 털어간 것이다.


 대게 한 마리가 사라진 주방의 엄마를 상상하며 못난이 도넛 때문에 속상해하던 우리 엄마를 불러본다.

 "엄마 그때 엄마 도넛은 진짜 맛있었잖아. 선생님은 못난이 도넛인지도 모르셨을 거야.그래도 다시 돌아간다면 엄마가 제일 자신 있게 만든 동그란 도넛 예쁘게 포장해서 가져갈게. 그때 미안. 그래도 엄마, 작은 음료수 팔며 대게찜까지  선물 받고! 나 정말 멋지지?"


 저 사장 왜 저리 실실거리나 하며 오래 지켜보신 분이 계시다면, 내 눈 끝의 물방울도 보셨을지 모르겠다.


우주같은 7평

 예쁜 고객님 덕에 나의 7평은 엄마 있는 우주로까지 이어진다. 이제 대게를 마주할 때마다 위생비닐을 비집고 나온 대게 다리와 엄마의 삐뚤빼뚤 도넛을 함께 떠올리며 한참씩 실실거릴 것 같다.


 누군가 그 구멍가게가 뭐 그리 좋냐고 행복할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난 조용히 이 글을 전송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하루에 '대게 같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나와 꼭 함께 나누자고 함께 실실거리자고 덧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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