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d+7, 나에게 생긴 변화

진행률 20%, 남은 거리 616km

by 나빗

오늘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아기자기한 동화 속 마을 같던 생장에서부터 시작해

안개 낀 피레네 산맥

작은 강가 앞 수비리

화려한 색감을 가진 팜플로나를 거치고

많이 지쳤던 여왕의 다리를 건너

별의 마을 에스테야

고요한 산솔

그리고 또다시 복작이는 로그로뇨에 도착했다.


그동안 나는 자매를 만들었고

멋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노래를 불렀으며

기쁨과 복잡함과 그리움에 눈물지었다.


아침에는 기도했고 저녁에는 감사했다.

그리고 그 둘을 잇는 까미노의 길 위에서는

순간의 충만함을 느꼈다.


기억나는 순간들이 참 많다.

끝없는 아스팔트 위 마치 신기루 같았던 산솔로 향하던 길 위에서, 수진이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고 우리는 낭만, 절제, 유치함 등의 가치에 공감했다.


용서의 언덕은 이상하리만큼 몸이 힘들었는데, 내가 타인에게 내던졌던 잘못들이 가방에 무게를 더했던 것 같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나를 끝없이 덮쳐왔다.


종종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했을 땐 숨을 힘껏 들이쉬고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나는 모두가 잠든 새벽에 일어나 찬바람을 맞으며 어두운 숲길을 걸을 때의 그 고요함과 고독함을 즐겼다. 순례자에게 마땅히 주어진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며 아늑한 숙소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잠을 잤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에 나를 이곳으로 이끈 신비한 힘에 대해 생각했다.


이 길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을까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이 길에서 나는 어떤 걸 얻을 수 있을까


어린양이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나는 양을 따라갔다. 그가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알고 있었다. 구름이 끼어 있었지만 세상은 투명해 보였다. 하늘에 은하수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이 그곳에 그대로 존재하며 모두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안내해주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어린양은 산과 똑같은 이름을 지닌 엘 세브레이로 마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언젠가 기적이 일어난 마을이었다. 내 검과 신비한 산티아고 순례길의 비밀처럼, 그 기적은 하고 있는 것을 믿는 것으로 변화시키는 기적이었다.
- 순례자, 파울로코엘료, 323p


여전히 답은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은 알 것 같다.


매일 아침 일어나 내 주변을 정돈하고

고요함 속에서 몸과 정신을 깨우며

동트는 들판을 바라보다가

나보다 빠른 순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커피와 함께 휴식하며

강해지는 볕에 땅만 보고 걷다가도

문득 느껴지는 찬바람에 잠시 숨을 고르다가

오늘의 보금자리에서 샤워를 한다.

다시금 개운한 상태에서 식사를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은 이르게 잠에 든다.



매일 같지만 다른 길

매일 반복되지만 새로운 깨달음

그리고 늘 감사하는 마음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

내일에 대한 도전과 기대


고되고 힘들지만, 묵묵히 걸어내는 힘


20% : 161km (logrono) / 777km (santi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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