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생각하고, 기도하는 길 위의 시간들

산티아고 순례길 d+10

by 나빗

길 위에서의 나는 충만하고 고되며,

반갑다가도 외롭다.


나를 지나쳐 앞지르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느릴까 자책하다가도, 새벽 5시 이르게 출발해 혼자 걷고 있으면 고독을 그렇게 자처하는구나 싶다.


노래를 듣기도 하고 부르기도 한다.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조용히 걷고

가끔 감탄하고 종종 힘들다.


대부분의 시간엔 상념에 빠져있는 것 같다.



생각을 하며 걷다 보면 드디어 목적지가 신기루처럼 보인다. 가까운듯하나 도착하지는 않는 끝없는 시간들.


숙소에 와서는 샤워와 빨래를 한 뒤, 짐을 정돈한다.

그날의 작은 행복들, 아름다운 풍경에 대해 생각하고 휴식을 취한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는 나와,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과, 이 길 위의 나와 같은 순례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오늘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과연 내가 정말 그렇게 살 수 있을지 확신도, 자신도 없지만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반복되는 일상들이 재미있고 발에 느껴지는 하중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이 즐겁다는 사실이다.


별들의 들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

앞으로 남은 날들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 길의 끝에서 무얼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는 곳에 가야 할 순간을 거스르지 못하고 결국 제때 그곳에 이르게 되리라는 것을

- 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산티아고 순례길 d+7, 나에게 생긴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