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날 밤

부엔 까미노! 산티아고 순례길 D-1

by 나빗

내일 드디어 순례길에 오른다.


작년 여름 요가 수련을 하며

몸과 마음의 해방을 느꼈다.

그리고 다짐했다.


순례길을 가야지

길 위의 순례자가 되어야지

그 길에서 오롯한 고독과 상념에 잠겨야지


그렇게 시간은 또 빠르게 지나

갈 봄 여름 없이

나를 길 앞으로 인도했다



나는 왜 이 길을 떠날까

이 길에서 내가 바라는 건 뭘까


사실 그 어떤 것도 분명한 것은 없다

그저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을 수 있도록

나에게 허락된 시간 안에서


지금껏 살아온 스물아홉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서른을 위해

나 자신을 비워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굳건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의 행복을 위한 기도를 함께해야지


무섭고 불안하다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 않을까 봐

감당하기 무서운 일이 생길까 봐

외로움에 잠길까 봐

돌아와도 똑같은 사람일까 봐


하지만 간다

가본다

나를 믿고 나를 응원해 주는

크고 작은 연결고리의

다정한 힘을 신고

그렇게 출발해 본다


2025년 6월 3일, 부엔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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