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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한나무 Jul 23. 2020

1,751일 만의 부끄러운 글쓰기

<아내바보 워너비가 썼어> 시리즈 5화

2020. 7.  23.


아내의 생일이다.

휴가를 내어 함께하고자 하나 여의치 않아 하루 뒤 내일 쉰다.


“생일 지나서 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


아내의 볼멘소리가 아니다.

내 사정을 알게 된 팀원들의 질타다.


어쩌란 말인가? 나도 모르던 교육을 신청해두고 말이다.


——-


여느 아침처럼 아직 자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출근길을 지나고 있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미역국이라도 끓이고 나왔어야 했는데.

-파티 분위기는 어떻게 내지?

-선물은...


아이의 생일, 내 생일

매번 소소하지만 결코 소소치 않은 마음씀이 느껴지는 아내의 정성을 경험한 바 뭐하나 제대로 준비된 게 없이 출근길에 서 있는 나는 많이 부끄럽다.



창업에 도전한다며 하루-일분-일초에

마음과 생각의 정성을 쏟고 있는 내게

아내의 생일이 코 앞이라고 인지되던 며칠 전에도 딱히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기만 하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사실 가장으로서

많은 현실의 무게들을 견뎌내고 견디기 어려울 때는 방법을 찾고 아내와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나아가 교회 공동체의 리더로서 관계를 챙기고 아들과 형으로서 가족들의 안부를 챙기고..

하나의 몸과 머리가 처리해 내기에 용량이 많이 부족한 것은 스스로도 안쓰럽게 여기는 부분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내에게 말했었던 걸 기억하고 있다.


나의 가장 우선시 할 삶의 목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너 하나 제대로 사랑하는 일”


이라고 말이다.



언제나 말뿐인 듯하여 조금 무거운 마음이다.

오늘 저녁에 즐겁게 보내자는 말 한마디를 건넨 순간 말고는 내 생각은 오로지 창업, 컨설팅 미션이었다.


미안하다.

언제나 그랬다.

마음과는 분명 다르게

뭔가 많이 기쁘거나

한 없는 미안함이 밀려올 때...


기념처럼 글을 쓴다.


하.. 부끄러운 글쓰기다.


무려 1,751일 만이라니.

무려 미안해서라니.




무엇을 해내기에도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기에도

드러나기만 하는 바닥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기에

이렇게라도

1,751일 만에라도


더 잘해보겠노라고

더 사랑하겠다고


글을 써본다.


그리고 저녁엔 ‘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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