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지낸 지난 3분기 간단 회고
이번 하반기의 목표 중 하나는 외부로 발산하는 에너지 줄여보기가 있었다. (여기서 외부란, 스스로의 성장이나 지향점이 아니라 외부 요인과 연결되어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얼굴이 되게 좋아 보인다", "뭔가 마음이 많이 편해 보인다"였다. 사실 외부로 발산하는 에너지의 총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가 발산되는 방향을 좀 더 뾰족하게 잡게 된 다음부터 듣게 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여유가 어디에서 올까를 생각해 보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쫓기는 마음이 안들 때 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성격상 마음껏 쉬기만 한다면 오히려 번아웃이 오거나 불안감만 커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적당히 긴장된 삶을 살면서 의도적으로 쌓인 일을 조금 무시하기도 했다. 여전히 바쁘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지면서 어떻게 여유를 찾았는지를 간단히 회고해보려고 한다.
지금의 여유가 느껴지는 일상을 보내기 전까진 해야 할 것이 있다면 쌓인 순서대로 처리해야 하는 강박감이 있었다. 특히, 그 와중에 가장 스스로를 강하게 옭아매고 있던 것은 회사와 나를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새벽까지 생각을 곱씹느라 잠을 자지 못하기도 했다. 어떤 일을 하는데 세 번, 네 번 생각하다 보니 결론을 내는데 더 많은 신경을 써야만 하기도 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고 의사결정을 존중받는 느낌보다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일 때 인정받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길게 봤을 때 내 인생에 크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나 상황도 아니었을 것이다. 정 힘들면 무시하거나 또 다른 기회를 찾았으면 되었을 테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회사에서의 나를 스스로 많이 혹독하게 대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벌려둔 일들은 끝날 기미가 안보였고,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해내고자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더더욱 시간에 쫓겨서 살고 있었다. 타인의 시선에 좀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고, 의무감으로 뭔가를 해내고 있었기에 즐거운 마음도 들지 않는 순간도 있었다. 이렇게 지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무엇을 가장 먼저 바꿔야 겪고 있는 딜레마가 바뀔까 고민해 보았을 때 내가 선택했던 '환경'과 '욕심'이 스스로 내린 답이었다.
확신이 생기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은, 의무감과 욕심이 좀 더 커서 진행하고 있는 무언가를 털어내는 것과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느슨하게 생각하기 시작하고는 꼭 완료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계열사 이동을 위한 인수인계나,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에 대한 마무리나, 계속해서 들어오는 외부 기회를 선택적으로 선택하거나 털어내는 등 원래의 성격과는 조금 다른 결정들을 했다. 그렇게 비게 된 시간 사이사이에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하지 않을 범위 내에서 좀 더 가치가 클 것 같은, 하고 싶은 것들을 끼워 넣었다.
그렇게 3분기를 보냈다. 새로 이동한 팀에서 적응하는 것에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그곳에서 맡은 업무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닌지라 오히려 이동하기 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부터는 집중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여서인지, 회사에서의 집중 시간이 끝나면 회사 밖에서는 내가 만들고 싶은 환경에 좀 더 집중해서인지 훨씬 여유로워졌다.
여유가 생기니 문제가 생겨도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을 좀 더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스스로를 살펴볼 시간도 많이 가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가치에 대해서 전전긍긍했다면, 지금은 좀 더 멀리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질 수 있게 되었고, 처리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더라도 좀 더 과감하게 미루거나 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게 내가 선택한 것이고, 내가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라고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발산의 방향이 명확하게 정해졌다는 것만으로도 훨씬 여유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과 또한 더 잘 나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가장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비움'과 '마음먹기 나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성장에 목말라있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인정욕구에 목말라있을 수 있다. 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목표가 있을 수 있다. 나는 직장인이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만으로 나를 설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여러 기회들을 끝없이 잡아왔고, 나름의 규칙과 끝그림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들만 해냈다고 생각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그렇다고 모든 기회를 잡거나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 알게 된 것이다.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쉬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분기에는 쉬어가는 것들, 즉 마음을 편하게 먹고 '남'이 아닌 '내'가 집중해야 할 가치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정말 마음이 끌리는 것에 대해서만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압박을 조금 내려놓고, 그렇지만 이것 만큼은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해내는 하반기를 보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