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3일 수요일의 기록
회사에서 나는 오프라인결제 Product Manager다. 슬랙을 보낼 때도, 업무를 요청할 때도, 누군가를 만날 때도 그 직함이 먼저 따라온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는 나는 두 번째 닉네임을 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커리어 발전에 관심이 많고, 기록을 좋아하는 '나'로 존재하는 것이다. 직함을 떼고 나면 남는 나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커리어 초입부터 노력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의 나는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의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다. 이 두 모습이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다른 면이 있다. 회사에서는 역할과 책임이 먼저 정의되고 그에 맞춰 행동하지만, 회사 밖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 관심 있는 것부터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처음에는 퇴근 후에는 그냥 쉬고 싶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머리를 쓰고 나면 더 이상 생각하기 싫었다. 넷플릭스 보거나 유튜브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시간이 쌓이면서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8시간을 보내고, 잠자는 시간 8시간을 빼면 남은 8시간이 진짜 내 시간인데,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바빠졌다. 글도 쓰고, 강연도 다니고, 컨텐츠를 만들고, 직무와 관련된 스터디나 책 읽는 시간을 비워두고 계획을 세웠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회사에서의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기획에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고,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서 회사에서의 커리어도 허투루 쌓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셀프 브랜딩을 위해서 꽤 많은 시간을 들여서 노력했다. 브랜딩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게 들릴 수 있다. 유명해지거나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것은 일상 속 작은 실천들에서 시작된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명이 읽을지도 모르겠고, 잘 쓸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꾸준히 쓰다 보니 나만의 글 스타일이 생겼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링크드인에 가끔 업무 관련 인사이트를 공유하기도 하고, 세미나나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후기를 남기기도 한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것들이 모여서 나만의 색깔을 만든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한 번에 많은 것을 하려고 하면 지치기 쉽다. 대신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글쓰기가 가장 자연스러웠고, 거기서 시작해서 다른 활동들로 확장해나갔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 동료들과만 만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진다. 비슷한 업무를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만 대화하다 보면 새로운 관점을 얻기 어렵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다른 회사, 다른 업계 사람들과 만나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세미나를 통해 만나기도 하고, 지인의 소개로 만나기도 한다. 이런 만남들이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된다.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례를 듣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업계의 트렌드를 알게 되기도 한다.
같은 직무로 일하고 있지만, 회사의 서비스나 규모 등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많이 달랐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 회사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곤 했다. 다양한 관점이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여유를 찾는 것도 하나의 스킬이라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항상 바쁘다. 프로젝트 마감도 있고, 갑작스러운 이슈도 생긴다. 처음에는 이런 바쁨에 휘둘리기만 했다. 특히 이전 회사에서는 훨씬 바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완전히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30분 정도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를 산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퇴근 후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완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이런 시간이 있으면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도 더 잘 관리할 수 있고, 전체적인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회사 안의 나와 회사 밖의 나를 분리하는 것은 단순히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진짜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투자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서 회사에서의 업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