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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데이션 Aug 25. 2020

휴학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글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원 없이 경험할 수 있었던 기회

인턴을 하며 보낸 6개월까지 합치면 사실 1년이 아니라 1년 6개월의 휴학 기간이 지나갔다. 막 학기 복학을 하기 일주일 전, 그동안의 휴학 생활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휴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조금은 쉬면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물론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지만, 휴학을 해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장기간 여행을 간다거나, 프로젝트 하나에 몰입해본다던가, 장기간 인턴을 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는다던가. 그리고 여유롭게 친구들을 만나고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인턴을 하고, 기업 대외활동을 하며 현직자분들을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대학생 때 많이 보고, 경험하고 놀만큼 놀아야 후회가 없다."는 말이었다. 취업을 하면 제약이 많아지고, 길게 쉬기 위해서는 대학생 때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 또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부족해서 미뤄뒀던 것들을, 대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기 전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보낸, 치열하면서도 열정적이었던. 그리고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던 나의 휴학 생활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년 전, 내가 그리던 휴학은


2019년 4월 작성했던 휴학 계획. 상당히 신났던 것 같다.


휴학을 결심했던 것은 2019년, 스노우에서 인턴을 하면서였다. 6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다음 학기에 그냥 복학할까..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대학교 생활 중 가장 큰 목표였던 '내 돈 모아서 유럽여행 가기'를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휴학을 하게 되면 무엇을 할까 신나게 작성해보았다. 적다 보니 취업 준비에 포커스가 맞춰지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세세하게는 못 만나던 친구도 만나고 오랜 기간 내려가지 못했던 고향에도 가고 여행 계획도 세웠다. 특히 포트폴리오를 다시 만들고자 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명확히 무엇을 했는지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확실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무튼, 휴학 기간 동안 시간이 될 때 자격증도 따고 건강 관리도 하고  대외활동도 마음껏 하고자 했다. 나름대로 큰 계획은 지켜나가지 않았나 싶다.



여행은 많은 것을 남긴다


행복했던 유럽 여행


2017년 미국 여행을 다녀오고 느낀 점이지만, 사람은 여행을 다녀야 한다. 그리고 사진과 영상을 무조건 많이 찍어야 한다. 나는 3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시애틀에서의 3주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때 함께했던 친구들과 순간들, 그리고 그 풍경들이 여전히 눈 앞에 생생하다. 그때 여행의 맛을 알아버렸던 것 같다.


그래서 유럽 여행은 더 큰 기대가 되었고, 기대 이상이었다. 나보다 먼저 유럽 여행에 다녀온 친구들은 유럽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할 수 있고,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첫 유럽 여행 때 많은 곳을 다녀오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이탈리아 로마, 피렌체, 피사, 베니스부터 오스트리아 빈, 체코 프라하, 스위스 융프라우, 프랑스 파리, 그리고 영국 런던까지 전반적인 유럽을 3주 동안 여행했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에서의 기억이 가장 행복했다. 생각보다 로마는 이뻤고, 여유로웠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멋졌다. 책에서 읽었던 유적지와 역사의 흔적을 보면서 '유럽 정말  왔다'라는 생각을  없이 했다.


물론, 다른 도시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여행했기에 힘들기도 했지만, 1년 정도 지난 지금은 여전히 유럽 사진을 보면서 추억 속에 살고 있다. 여전히 그 순간이 생생하다. 언젠가 다시 한번 가게 된다면 그때와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기획자로서의 경험 쌓기


두 번의 SOPT, [인턴즈]와 [STORM]


서비스 기획 직군에서 일하고자 마음먹었지만, 현업에서 서비스 기획 인턴을 할 때만 해도 기획의 과정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사실 기획도 기술이 있다. 디자이너에게 요구 조건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와이어프레임이나 IA를 만들 줄 알아야 하고, 개발자와 소통하기 위해서 기능 명세서를 자세히 작성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외에도 정말 작은 기능, 디자인 하나하나에 따라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이 달라진다.


기획자는, 서비스에 대해서 확실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섬세해야 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 또한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SOPT 활동을 통해 배웠다. 사용자를 분석하고, 시장을 조사하고 데이터를 분석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과 BM을 찾아내고 수익성을 발굴하는 것 또한 필요한 역량이다.


나는 [인턴즈]의 PM을 하면서, [STORM]의 TI를 하면서 그 역량에 대해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각 서비스가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는 아래 브런치 글에 자세히 기재했다.




원서 쓰면서 성공과 실패 경험하기


지독한 네이버, 카카오 사랑


나는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인턴 경험을 한 번 더 쌓고 싶었다.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휴학 기간 동안 네이버에서는 총 4번의 면접을, 카카오에서는 총 5번의 면접을 봤다. 그리고 전부 최종 불합격했다. 슬프게도.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는 그들이 원하는 수준이 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가 아닌가 싶다. 물론, 불합격을 통해 절망한 것은 아니다. 지원서를 쓰고 기업을 분석하면서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었고, 자기소개서 또한 많이 다듬어졌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기도 했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좀 더 정리를 잘해서 지원해보고자 한다. 어쨌든, 휴학 기간 동안 꾸준히 목표 기업 면접도 봤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는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최종 합격까지 했으면 더 좋을 뻔했지만,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언젠가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포트폴리오 재정비하기


기존 포트폴리오 프레임 변천사


나는 기존에 사용하던 포트폴리오 프레임이 있었다. 맨 왼쪽 이미지가 2018년 말에 만들었던 것이고, 중간 이미지가 2019년 초중순에 만든 것, 그리고 마지막 이미지가 2019년 후반기에 만든 것이다.


기업마다 포트폴리오 내용을 다르게 해서 냈으며, 컬러 또한 기업에 맞게 새롭게 입혔다. 처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둔 것이 사실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했던 경험과 활동에서 어떤 것을 배웠는지 정리해두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각 경험에서 했던 증빙자료나 배운 점을 정리하는 것은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된다. 나는 포트폴리오 경진대회를 통해 나름 리스트업을 해두었기에, 필요한 것만 뽑아서 쓸 수 있었다.


리뉴얼한 PDF 포트폴리오 프레임


2020년 상반기만 해도 포트폴리오 경진대회에 한 번 더 나가고자 했다. 그러나, 중간에 포트폴리오를 통째로 날려먹고(온갖 방법을 통해 복구해보려고 했으나 전부 실패했다) 다시 시작하자니 도저히 시간이 없음을 깨달았다. 완성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했던 활동들을 다 정리했고 안에 들어가는 내용 또한 새롭게 리뉴얼할 수는 있었다. 앞으로 기업에 제출하는 포트폴리오는 위와 같은 프레임에서 수정할 예정이다.


노션으로 만들고 있는 포트폴리오


원래 나는 wix라는 서비스를 활용하여 포트폴리오를 제작했다. 하지만, 2020년이 되어 'Notion'이라는 서비스를 알게 되면서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포트폴리오도 그곳에 정리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wix에 정리했던 경험들을 노션에 옮기고 있다. 아마 개강하기 전까지는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완성하게 된다면 노션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제작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하나 써 볼 예정이다.





그 외에도 휴학 기간 동안 실업급여도 감사히 받았고, 필요한 어학 및 자격증도 취득했다. (SQLD를 땄는데, 8월이 너무 바빠서 ADsP까지는 아쉽게도 취득하지 못했다. 다음 시험을 노릴 예정이다.) LG전자에서 일해보기도 했고(B2B 영업팀에서 진행하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보조하는 일을 했다.) 지금은 해커스에서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재택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단언컨대 내가 했던 모든 아르바이트, 인턴 중에서 가장 꿀이다. 정말로.)


브런치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소개, 브런치 홈화면 소개


특히 브런치를 시작한 것이 휴학 기간 가장 큰일이 아니었나 싶다. 기존에 운영하던 블로그에서 아쉬움이 있었기에 브런치에는 더 솔직하면서 정리된 글을 쓰고 싶었고, 좀 더 사람들이 내 글로 하여금 도움을 받았으면 싶었다.


[공대생, 기획자로 살아남기]라는 브런치북을 만들었고, 카카오 플러스 친구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얼마 전에는 브런치 홈 화면 첫 페이지에 노출되기도 했다. (홈 화면에 노출된 것은 정말 생각도 못해서, 그 당일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구독을 하지? 싶었다.)


휴학을 처음 했을 때의 계획이 완전히 100% 지켜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바뀐 계획으로 그 이상의 것을 배웠다. 원 없이 놀았고, 쉬어도 봤으며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기도 했다. 목표를 더욱 견고히 할 수 있었고 이를 체계화하여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대학생들은 휴학을 한다. 계획이 없는 휴학일지라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쉬어가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고, 시간이 없어 미뤄두었던 것들을 할 수 있으며 또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얻어갈 수 있었다. 다시없을 대학 생활, 휴학을 통해 완벽하게 만들어갈 수 있었다.


휴학을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하라고 하고 싶다. 목표가 없더라도, 하고 싶은 것이 없더라도 쉬어가면서 방향을 천천히 고민해 보는 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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