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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데이션 Jun 30. 2020

실시간 브레인스토밍
협업 플랫폼 : STORM (1)

TI로서 서비스 만들기


"리드한 경험 말고, 팔로우한 경험은 없나요?"


면접을 볼 때 굉장히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성격이 워낙에 리드하는 것에 익숙한 탓에 대부분 팀장의 직책을 맡아왔다. 그러다 보니 팔로우한 경험은 20살 때를 제외하고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누구를 팔로우하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것 자체가 나에게는 하나의 도전이기도 했다. 


대학생 IT 창업동아리인 SOPT에서 지난 기수 [인턴즈]의 PM을 맡고, 이번 기수 기획 파트에 OB로 한 번 더 지원하면서 했던 다짐은 'TI가 되어 최고의 팀을 만들어보자!'였다. (아래는 PM으로서 앱잼에 참가했을 당시 서비스를 만들었던 과정을 기록한 글이다.)



TI는 앱잼이라는 3주 간의 해커톤 기간 동안, Team Improvement라는 직책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쉽게 말해 PM과 함께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TI로서 서비스를 선택했던 기준은 세 가지이다.

1. 서비스화 되었을 때 내가 사용할 것인가? (공감할 수 있는가)

2. 기획 단계에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3. 추후 릴리즈 될 만한 서비스인가?


그렇게 선택한 팀은 [STORM]이라는 이름의, 실시간 브레인스토밍 협업 플랫폼이라는 서비스였다. PM도 경선을 통해 선발되지만, TI도 PM에게 뽑히는 팀원 중 한 명이다. 그래서 STORM의 PM인 현지에게 꽤나 질척(?)거린다 싶을 정도로 어필을 했다.


이렇게 팀 빌딩 당일에 원픽으로 찍고 노션도 맞춤형으로 만들어갔다. 


무튼 다행스럽게도 STORM의 팀원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PM과 2명의 TI, 2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개발자 팀빌딩 이전까지 함께 서비스를 1차적으로 만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처음부터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아니라, PM이 고민했던 아이디어를 서비스화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의견을 조율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지와도 처음에 고객에게 주고자 했던 가치가 무엇인지, 서비스를 왜 만들고 싶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기획과 디자인 팀빌딩 이후, 우리는 크게 세 가지 일을 했다. 



01 서비스 브랜딩 하기



서비스 브랜딩은 STORM이라는 서비스가 고객에게 주고자 하는 가치와 그에 어울리는 UX/UI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었다. 아래는 현지가 처음 생각했던 문제의 본질이다.


현지가 STORM을 기획하게 된 배경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이 어려워서 이를 도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실제로 현지는 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브레인스토밍을 굉장히 많이 겪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그 룰이나 과정에 대해서 더욱 잘 알고 있었다. 나 또한 브레인스토밍이 주는 장점을 알고 있었기에,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것은 쉬웠다.


STORM에서 주고자 하는 핵심 가치는 총 3가지로 아래와 같다. 


STORM 노션에 적혀있는 핵심 가치 3가지


이에 맞춰서 3가지 주요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라고 했다.


STORM 노션에 적혀있는 핵심 가치에 따른 3가지 기능


솔직히 처음에 놀랐던 것은, 노션만 정독하면 PM이 STORM을 만들기 위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에 아이디어만 들었을 때는 '그게 앱으로 가능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중간발표를 듣고 노션을 읽고 나니 '아 이런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고민들을 바탕으로 디자인 파트원들은 로고를 만들어내고, 메인 컬러를 정하고, 와이어프레임에 디자인을 입혔다. 금손 디자이너 영진이와 울이 덕분에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STORM에 어울리는 뷰가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앱잼이 끝난 이후의 회고 일지에 더 자세히 쓰려고 한다. 


손 빠른 갓 영진과 센스 쩌는 갓 울이의 디쟌 합작



02 팀 브랜딩하기



TI로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정말 오랫동안 했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팀에는 주희(또 다른 TI)가 있어서 업무 분담을 하는 과정이 수월했다. PM이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처럼, TI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말 좋은 팀을 만들고 싶었고 저번 PM을 하면서 가졌던 아쉬움을 없애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모든 과정이 힘들지만 무척 즐거웠다.


그리고 지난 기수에서 TI들과 이야기해 본 결과, '앱잼'이라는 특성상 TI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은 경우가 많았다. 이번 26기 SOPT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협업'이기 때문에, 모든 TI가 성공적인 팀 역할을 하길 바라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다른 팀 TI들에게 공개한 체크리스트와 우리 팀 TI의 체크리스트


공유한 리스트를 바탕으로 STORM에서 해야 할 일들을 나눠보기도 했다. 어째 작성하면 작성할수록 해야 할 일이 늘어가는 것 같았지만, 즐거웠다. 기획 부분에서도 물론 도움을 주긴 했지만, 나는 '우리가 어떤 팀을 만들고 싶은지와 그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룰 세팅'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현지가 처음에 만들어가고 싶어 했던 팀의 모습에 그것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몇 가지 룰을 세팅했다.


노션에 적어둔 STORM의 팀 목표


재미있고 즐겁게 참여하기, 자유로운 분위기 유지하기, 그리고 성장하기. 이 내용은 사실 모든 팀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가치들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곳에 STORM만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했다. 머리말랑토크나 데일리 챌린지, 스토머데이 등은 그 핵심 가치를 담고 있는 방법이다. 그 외에도 회의 진행 방법, 배려하기, 매일 회고하기와 마니또 등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룰을 세팅했다. 


큰 틀을 함께 논의하고 세세한 부분은 주희와 업무를 분담했다. 아마 나 혼자 있었더라면 저만큼 뭔가를 많이 할 생각은 절대 못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앱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앱잼을 만들기 위해 운영 부분에서 함께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이제 막 앱잼이 시작되었고, 합숙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기에 룰 세팅에 따른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의 우리 팀이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03 기획 구체화하기



이 부분은 내가 TI로서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부분이다. 지난 앱잼을 통해 개발자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세세한 기획이 필요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툴이나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중 기본적으로는 플로우 차트나 메뉴 트리, 그리고 앱잼 기간 내에서는 기능 명세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기획과 디자인이 모이는 시간은 굉장히 많았지만, 기획끼리 모이는 시간은 더 많았다. 현지, 주희와 함께 STORM의 기획을 보고 또 고민하고, 현지가 처음에 생각했던 부분 중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개선해나갔다. 특히 주희는 시험 기간이라 바쁜 와중에도 대부분의 회의 과정에 참가했고, 업데이트된 내용에 피드백을 하는 과정들이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어디에서 들었는데, 기획자가 바쁘면 좋은 서비스와 좋은 팀이 나온다고 했다. 현지와 주희, 그리고 나는 그 말을 직접 체험하면서 공감할 수 있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다음 날이 되니 수정의 필요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렇게 더하고 빼다 보니 기획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STORM의 플로우 차트. 수정 전 버전이라 사실 변화는 있음
STORM의 기능명세서. 1차 제작 이후 지속적으로 구체화 진행 중
가장 핵심 기능의 메뉴 트리



모두가 고민해서 수정하고 만들어나간 결과물이다. STORM 팀이 진짜 좋은 이유는 모두가 기획자라는 점이다. 한 명이라도 이해를 하지 못하면 다시 설명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최적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자유로웠다. 그렇게 모두가 서비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개발자 팀빌딩에 참가할 수 있었다.




TEAM STORM은 1명에서 5명이 되었고, 지금은 13명이 되었다. PM인 현지가 매일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우리 팀 너무 좋아~"라는 말을 달고 산다. 나는 감정 표현을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닌지라 공감보다는 조언을 하는 사람이다. 그 중간 텐션쯤에 또 다른 TI인 주희가 있다. 덕분에 STORM의 기획 파트원들은 굉장히 균형 잡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나름 TI로서의 역할을 걱정은 되지만 잘해나가고 있다. 한 번 앱잼을 경험했음에도 배우게 된 점이 무척 달랐다. 딴소리지만, 이제야 앱잼을 5, 6번씩 참가했던 OB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13명의 스토머들이 소중한 인연으로 계속될 수 있길, STORM 서비스가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 등록될 수 있길 바라며 3주를 최선을 다해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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