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간의 Unithon 8th 참여 회고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늘 새로운 자극을 찾아서 일을 벌리는 나에게 또다시 바빠지기 쿨타임이 다 돌았을 무렵, UNIT이라는 단체에서 진행하는 Unithon 8th 개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SOPT 임원진을 하면서 솝커톤을 운영했던 기억과, 지난해 중후 순쯤 참가했던 솝커톤 참여 기억이 어우러져 이번 쿨타임은 2박 3일간의 해커톤을 통해 채워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름만 보고 처음에는 대학생만 참여할 수 있는 해커톤인 줄 알았으나 특이하게도 참여 단체나 나이에 자격 제한이 없었다. SOPT 임원진을 하면서 파트장 친구들과 언젠가 프로젝트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기에 우선 단톡방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웹 파트장과 서버 파트장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디자인은 기존에 다른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는 친구를 데리고 왔다.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부터 뭘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멋지게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기도 했고, 누가 봐도 실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참여 목표는 '편안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프로덕트 만들기'였다. 전부 직장인인 만큼 리프레쉬를 할 수 있기를, 그리고 평소에는 해보지 못한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번 해커톤은 선착순으로 접수되는 것이 아니라 지원서도 꽤나 정성 들여 작성해야만 하는 대회였다. 작성하던 중 팀 소개와 더불어 팀 명을 정하는데, 도저히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단톡방에서 팀명을 어떤 것을 할지 논의하던 중 웹 개발자 친구가 '티티티'가 어떠냐고 했다. 지원서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서 무슨 뜻인지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고 지원을 하고 난 다음에 왜 팀 명을 그렇게 했냐고 물어보니, '티티티팀입니다 라고 하면 재미있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발표는 내가 해야 했는데.. 결국 우려하던 대로 발표할 때 팀 명을 말하면서 조금 부끄럽긴 했다..ㅎ)
물론 아이디어가 정해지고 난 다음에는 팀 명을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해커톤 주제는 '레트로와 Z세대'였고 우리는 '게임'을 핵심 구현 요소로 잡았다. 그러면서 서비스명을 정해야 했는데, 'Time to Then'이 '그때의 시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브랜딩 하기에도 너무 좋았고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영어로 된 서비스명을 가져갈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즐기는 자가 최고 승자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 주제가 정해졌을 때 굉장히 난감했다. 레트로와 Z세대는 어떻게 보면 완전히 먼 키워드고, 어떻게 보면 얼마 전 유행했던 감성과도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Z세대를 타겟 유저로 잡고, 레트로에서 어떤 요소를 가지고 올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Z세대는 변화를 좋아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고, 쉽게 유행에 전염되고 그 사실 자체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SNS와 당연히 친할 수밖에 없고 기업들이나 다양한 마케팅이 필요한 자리에서도 Z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고 빠르게 바이럴이 일어나는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감'과 '공유'를 가장 큰 포인트로 잡고, 바이럴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레트로 중에서는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가 그다음 관건이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패션이었지만 마땅히 단기간에 서비스로 만들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고, 감성은 너무 포괄적이었다. 그렇게 각자 어렸을 때 불량식품을 먹고, 태권도나 피아노 학원에 다니던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문방구 앞에 있는 오락실 기기에 쪼그려 앉아 게임을 하던 것이 떠올랐다. 어제 오후에 분명 내가 오락실 기기 1등을 차지했는데, 오늘 보니 다른 닉네임이 1등을 차지하고 있을 때 상당히 분한 마음이 들었던 감정이 생각났다.
게임을 지속적으로 하게 하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성취'에 있을 것이다. 목표 점수를 달성하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무언가를 깨거나, 미션을 해결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기에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때 그 감성을 살릴 수 있는 레트로 게임을 만들고 이를 Z세대를 타겟으로 공유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활용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TTT가 제작되었다. Play with 레트로 / Share with Z세대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 이 서비스는 쉽게 말하면 그때 그 오락실 감성을 살린 간단한 플래시 게임이다. 웹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배포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고, 실제로 발표 전에 사용자들에게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게임을 다 플레이하고 난 다음 마지막 화면에서는 자신의 이니셜을 입력해서 전체 플레이어 중 몇 등을 차지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도록 했고, 상위 랭킹은 5개만 표기했다. 베타 테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점수 달성을 하기 위해서 작은 화면을 열심히 터치해서 몇 번이고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상위 랭킹에 도달했을 때 뿌듯하게 화면을 캡처하여 공유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플로우를 볼 수 있었다.
기획을 하면서 즐거웠던 부분은, 게임의 제약조건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3개의 게임별 가중치를 설정해서 점수 구간별로 차등을 두어, 마지막 최종 스코어에 반영되는 조건을 상세히 설계했다.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플로우가 따로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초기에 서비스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컨셉을 잘 담아낼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웹 개발을 하는 친구가 자기는 개발도 옛날 감성으로 하겠다고 (사실 그러려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진행하다보니 컨셉으로 굳혀진 것 같다) 개발 언어도 Pure js를 사용하고 처음에 git commit도 한 번만 해서 끝내겠다고 했었다. 물론 진행하는 과정에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어서 즐거워 보였다.
처음 해커톤에 참여할 때 목표는 '상금은 받아보자'였다. 16팀이 참여했고, 그중에서 7팀만 상을 주는 구조였지만 그래도 다 같이 고생하면서 서비스를 만들어냈는데 좋은 성과도 같이 이끌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특히 해커톤을 하는 당일에 개발자 친구들이 편도염에 감기까지 걸려서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았는데,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만큼 더 잘 해내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수상을 할 수 있었고 2박 3일 동안 숙박비용과 식사비용 정도는 거뜬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PM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잠은 자면서 만들었어요?"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사실 우리는 그 질문이 민망할 만큼 재밌게 즐길 것은 즐기고 포기할 기능은 과감히 포기하면서 재미있게 참여했다. 1박 2일간의 해커톤과는 다르게 잠도 충분히 잤고, 날씨가 좋아서 중간에 가볍게 산책도 다녀왔다. 만약 2박 3일 해커톤 기간 내내 잠도 못 자고 피곤하고 아픈 채로 진행을 했다면 아마 서비스는 더 완벽해질 수 있을지언정 그 기간이 100% 즐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절한 일과 휴식의 병행은 효율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다시 배울 수 있기도 했다.
또한, 발표에 참여한 다른 팀들의 프로젝트를 듣는 과정도 무척 즐거웠다. PM이 없는 팀도, 디자이너가 없는 팀도 있었지만 각자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풀어내는 것이 흥미로웠다. 몇 팀의 서비스는 단기간에 저만큼 만들 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도 높았다. 역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는 놀라운 일도 많이 발생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일요일에 집에 돌아와서 무척 피곤하기는 했지만, 멋진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와서인지 내적 에너지만큼은 굉장히 많이 활성화된 느낌이 들었다. 이미 각자의 직무에서 멋지게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과 한 프로젝트인 만큼 PM으로서 프로젝트를 리딩 하는 과정도 매우 순조롭고 즐거웠다.
최근에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지친 부분도 있었지만 '우리'의 프로덕트를 만들며 단기간에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해당 고민이 극복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내가 정말 즐거운 일을 할 때 가지고 있는 역량을 200% 발휘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단기간 프로젝트가 매우 즐거웠던 만큼, 이 멤버로 다음번에는 장기 프로젝트도 하나 정도 더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열심히 사는 것을 좋아하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니즈가 늘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언제든 어떤 것을 하더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