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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라데이션 May 25. 2022

사회 초년생의 회복 탄성력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좌절의 순간 극복 방법

지금으로부터 약 6개월 정도 전의 일이다. 


사회 초년생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고 업무가 손에 익을 때쯤 번아웃이 왔었다. 업무가 많아서가 아니라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의심이 들면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평소에 쉽게 좌절하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업무 스킬을 향상하는 과정이었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의 수많은 피드백은 나를 좀 더 성장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또한,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야 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 덕분에 더욱 꼼꼼하게 설계를 할 수 있게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고 일에 대한 재미마저 잃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혹시나 지금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본인의 업무와 자신의 역량이 잘 맞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나와 비슷했던 상황에 있는 사회 초년생을 위해 이를 어떻게 극복해냈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직무 역량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이 들었던 순간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알겠다, 감사하다라고 했을 각종 피드백과 질문들이 어느 순간부터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어렵지 않은 일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인가, 기획자가 이 정도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정의를 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개발자와 기획자의 구분은 어디까지인가. 그렇다면 이 역할에서 대체 어디까지를 알고 있어야 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할까. 나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긴 한 걸까 라는 고민에 빠질 정도로 그때는 유난히 마이크로 한 피드백이 많이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수님은 나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좀 더 꼼꼼하게 챙기면서 성장하기를 바랐기에 많은 피드백을 주셨던 것 같지만 그 당시에는 그 타격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 정말 사소한 것 하나씩 체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내가 이 일과 맞지 않는 것인지도 고민하며 스스로 움츠러들기까지 했었다. 평소에는 질문도 자주 했었지만 혹시나 내가 또 잘못 알고 있는 내용으로 질문하여 왜 아직까지 모르냐는 눈초리를 받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 궁금한 마음마저 접어두었다. 


가장 답답했던 것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여 여러 방안을 기획해가면 결국 어떠한 문제 때문에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피드백을 수 차례 받았을 때였다. 히스토리를 전부 파악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플랫폼이었고, 나름대로는 공부를 해서 방법을 찾아가면 또 다른 문서에서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답을 얻기도 했다.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없다고 느껴졌던 것이 번아웃의 시작이었다. 




답답한 마음이 업무까지 이어지면 나타나는 현상들



동기들은 이미 일을 잘 해내는 것 같았고,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자 잠도 잘 자지 못했던 날들이었다. 새벽이면 오늘은 무사히 넘어갔지만 내일이면 또 어떤 피드백을 받을지, 오늘 놓친 일에 대해서 내일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컴퓨터를 켜서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바쁘지 않은 날을 보내면서 누구보다도 여유 없이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자 일이 전혀 재미없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작은 오류 해결에 매달리고, 습관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 우울한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를 만큼 긍정적인 성격이었으나, 그때만큼은 이래서 사람들이 마음이 힘들면 일상이 버거워지는구나를 느꼈다. 


나 또한 그런 감정이 낯설었기에 그 상황을 타파해야겠다는 생각은 나중에 들기 시작했다.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는 내 모습에서 이러다가는 평생 일하는 즐거움을 잃을까 봐 걱정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분명히 내가 하는 일이 기여하는 바가 있을 텐데, 그것에서 오는 뿌듯함이 언제부터 사라지고 있었던 것인지. 자랑스럽게 여기던 나의 업무와 회사가 언제부터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고 있었던 것인지. 문제를 파악하고 나니, 어떻게 해서든 일의 의미와 내 일상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회복 탄성력은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



1. 일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기
2.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의 가치를 존중하기
3. 관점을 바꿔서 내가 잘하고 있는 부분 찾아내기
4. 사람이 어떻게 실수를 안 하고 살겠는가라고 생각하기
5. 주변 사람들과 어려움을 공유하고 더 나은 방법 찾아보기
6. 너무 나를 스스로 압박하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기
7. 일 이외에 집중할 수 있는 것 찾아보기


그때 당시에 남자 친구가 해줬던 말이 가장 힘이 되었다.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혹시 나만 못하고 있나, 정말 나는 부족한 사람인 것일까'에 대한 것이었는데, 남자 친구가 그때 매우 심플하게 '인삼 밭에 심어져 있으면 다 똑같은 인삼이지, 내가 인삼인지 도라지인지 고민할 것은 없는 것 같다. 거기서 고민해야 할 것은 주변에 영양분을 어떻게 빨아먹고 성장하는지를 고민해야지'라고 했던 것이다.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스스로를 괴롭게 했던 상황이 그 말을 듣고 '아, 사실 나는 이런 것에는 강점이 있는 사람이었지, 이 상황에서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맞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위의 일곱 가지 방법을 통해서 현재 상황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바꿔나갔다. 상황은 그대로지만 마음을 바꿔먹으니 나를 둘러싼 상황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먼저 일이 나에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아실현 관점에서 일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외의 일상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강점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애써서 가지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좀 더 소중하게 여기기로 했다.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실수를 안 하고 살겠어? 다음부터 잘하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미 지난 일에 대해서 아쉬워하면 뭐하겠냐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이번에 실수했던 것을 러닝 커브 삼아서 다음에는 실수를 줄여나가야지 라는 관점에 집중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일에 대해서 조금씩 덜 압박하기 시작하자,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 마음을 다시 먹고 난 다음에는 동기들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 어려움들, 고민들을 이야기하며 맥주를 한 잔 했다.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은 없지만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안정이 되었다. 심적인 여유가 생기고 나니 업무 시간 외에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근처 공원에 산책을 가서 해지는 모습을 본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거나.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행복을 그때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고, 잘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완벽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행복한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그 당시의 나를 바꿀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내 모습은 어떠한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결정은 내가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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