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lla Sep 15. 2017

#1. Tutorial in China

튜토리얼 후 퀘스트를 깨야 진행이 가능합니다.



听不懂啊(팅부동팅부동아~)

서울에서 상해에 떨어지자마자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만 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일을 하는 틈틈이 중국어를 공부한다고는 했지만 '내 성격'에 공부가 잘됐을 리 만무. 결국 나는 중국어로 숫자도 가끔 헷갈리는 상태였다. 정말 다행인 것은 내가 한국에서 준비할 수 있는 모든 것(말 안 해도 살 수 있을 만큼의 각종 집기s)을 준비해왔다는 것뿐이었다. 



 두뇌 준비가 안된 것에 비해 홀로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오랜만에 직면했기에 상해에 발을 디디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아 설렌다!



 오빠와 함께 자랐던 덕분인지 어렸을 때부터 내 일기장에는 '새로운 모험', '멍뭉이와의 결투!', '앞집과의 전쟁' 등 온갖 호전적인 제목들이 많다. 새로운 상황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은 '오빠와의 모험 놀이 > 오빠 덕분에 접한 게임들 > 오빠보다 치킨 더 먹기 혈투' 덕분이지 않을까? 



어렸을 적 했던 RPG 게임은 항상 새로운 튜토리얼, 새로운 퀘스트들로 시작된다.




하루에 한 가지.


마치 RPG 게임처럼 매일 내가 깨야하는 퀘스트들이 업데이트되었다.

 모든 퀘스트에는 해당 퀘스트에 대한 안내를 해주는 NPC들이 있기 마련이다. 가장 첫 관문은 NPC에게 말을 거는 것! 다행히도 나는 기숙사 1층에 있는 상인 NPC에게 아~주 간단하게 중국 유심을 구입함으로써 미션 1을 달성했다. 유심을 쉽게 산 것이 큰 실수라는 건 나중에야 깨달았다.




快快!

 중국어 실력이 현저히 부족했기 때문에 모든 퀘스트를 깰 때마다 온 힘을 다해야 했다. 대화를 나눌 때면 이야기를 듣고 눈치 번역을 하고, 바디랭귀지로 내 의사를 전해야만 했다. 덕분에 하루에 한두 가지 미션을 깨고 나면 나는 녹초가 되었다.  



사스가 대륙

 기숙사에서 어딜 가든 걸어서 기본 30분 자전거를 타면 15분.....  

중국은 땅덩이가 아주 크기 때문에 방에서 나설 때부터 모든 동선을 정해놓고 출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하루에 2시간 정도는 그냥 허공에 날린다. 생활을 유용하고 편하게 하기 위해서, 현지의 삶을 헤쳐나가기 위해 핸드폰 개통 이 외에도 중국에 온 첫 주에는 수많은 튜토리얼을 수행해야 한다. 마치 RPG 게임과 같이 말이다.



자, 이제 레벨업 할 시간입니다. 모험이 시작되었습니다.


 기본 튜토리얼을 통과한 후에는 곧바로 미션들이 시작된다.

카페에 가서 얼음 많이, 시럽은 적게 넣은 바닐라라떼를 시키는 것, 택시를 타서 내가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내리는 것 등등 나에게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모든 것이 미션이다.


 나는 매일 수많은 미션들을 수행하기 위해 가야 하는 지역과 NPC를 설정하고 머릿속으로 이동 동선을 그린 뒤, 그들과 대화하기 위한 대본을 짠 뒤에야 모험에 나섰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미션을 수행하는 데에 시간도 두 배, 땀도 두 배로 더 흘려야만 한다.


 NPC를 선정하는 것은 모르는 이와 대화를 시작하는 데에 좋고, 이동 동선 계획은 하루하루 알뜰히 시간을 쪼개서 쓸 수 있도록 해준다. 무엇보다 상황에 맞는 대본을 만들고 매번 중국인들을 만나 연습했기 때문에 비록 한 달이었지만 일상에서 내가 원하는 대부분의 의사 전달은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더듬더듬)







 모든 것들이 정신승리나 준비로만 이루어진 건 당연히 아니다. 기숙사 방에서 골머리를 앓으며 준비했던 것보다 단연 돋보였던 건 따로 있다. 눈치와 리액션! 단 두 가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춤추듯 큰 행동과 스펙터클한 표정 변화를 통해 내 마음이 전해졌으리라.. 


생각해보면 어디에서나 똑같다.


 문득 태어나서 처음 하는 해외 생활이 지금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20대로써 적당히 많은 것을 경험하고 왔기 때문에 좀 더 많은 깨달음을 얻고, 남들과 약간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아직도 수없이 남은 미션들을 기대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 0. 프롤로그 - 어쩌다가 그런짓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