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문제아
“아따아~떠그랄거 오지게 귀찮게 하는구마이~”
“자.됐냐?됐어?
워매~깝깝시럽어서
모가지 이거는 몬하겄어.어유~”
수혁이 아버지가
이신의 성화에 못이겨
양복으로 환복 했다.
넥타이는 죽어도 안 메겠다니
그건 양보 했다.
카페앞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세명이 계단을 내려 오는길이다.
“아따.이 양복 이거이 뭐라고
우리 아들을 심부름꺼정 시켜서
사온거여?이?”
“아유~아버님.저 이제 믿어주시기로
하셨잖아요.
아까 입고 계시던
그런 화려한 무늬 옷이랑
스카프,금팔찌.반지…그런것들이
변호사한테 선입견을 준단 말이에요”
“변호사 접견 때만.아시겠죠?”
이신은 수혁아버지가
언제 폭발할지 몰라
조심 조심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아따~니기미..변호사헌티 공짜로 봐달라고
사정하러 가는거도 아니구먼,
왜 돈 내는 내가 설설 겨야 하는겨?
길거면 갸들이 기어야지”
짜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수혁아버지였다.
그도 그럴것이 누구의 지시를
따르는것이 평생 처음이며,
게다가 상대가 아들뻘이라
현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택시?택시 타실래요?
한10분 걸어가셔야 해서”
이신은 굽실거리며
계속 비위를 맞췄다.
“그랴!잡어!발도,이.
새신발이라 불편하다.워미~”
“택시!”
그 둘 뒤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던 수혁이
득달같이 소리 지르며
길가로 튀어나갔다.
40분 후,
첫번째 법무법인 1층 입구 앞
수혁아버지는
뿔이 날대로 나 있었다
“웜마.씨부랄거!
씹어죽일 새끼가.어디서.
아니..지가 뭔디?어?
지가 뭔디..상황이 너무 안 좋냐니.
이렇게 될때까지 뭘 했냐느니.
하!쓰바.나 이거 열이 풀리지가
않네?”
“안되겠다.야들아.
나 다시 올라가봐야 쓰겄어”
“아뇨””아뇨!”
“잠시만요!!!”
“잠시만요.아버님.
여기 첫 집이잖아요.
좋은데 나오겠죠.저 집에
안하면 되잖아요?그쵸?”
“와~~~~~~암마!.
아그야.근디 너 나올때
돈 주던디
얼마 줬냐?”
이신이 뻘쭘해 하며 주저한다
“확 씨!빨리 말 안해?”
바로 주먹이 올라가는
수혁아버지였다.
“10만원이요.10만원”
“뭣이여?
이런 개 호로 잡노무새끼가 다 있어?
야.한 10분 씹어조졌냐?
1분에 만원이네?이런 개호랭이가 물어갈것들을
봤나?아오~~~”
“아버님,아버님,성질 조금만 죽이시고요”
천처언히.천처언히~
딴데도 가보시죠”
첫날은 허탕이였다.
일단 제일 문제가
수혁이아버지였다.
약간만 마음에 안드는 말이 나오면
바로 쌍욕이 튀어나오니
솔직한 말로 이신 자신이라도
수임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좋은 말로 수혁이아버지를
달래서 내일 다시 다른데를
돌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신은 카페에서 무릎꿇고 빈 후
겨우 수혁이아버지에게
허락도 받았고
빼돌려 놓은 돈의 금액도
들었다.
그 금액이 예상 보다는
상당히 큰 터라
한켠 안심도 되었지만,
이 건은 작은건이고,
수혁이아버지를
데리고 앞으로의 긴 여정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상당한 걱정으로 다가왔다.
이건 장비+여포급의
문제아였던 것이다.
이런 인물은 너무 큰 위협이라
1번으로 제거 해야할 위험 요소인데
이게 수혁의 아버지라니...
답답한 마음을 안고
수혁은 엄마의 가게로 돌아왔다.
"엄마야.이기 뭣이고?"
이신에게 받아든
책을 펼쳐보며 이신 어머니가
놀란다.
"얘기 했었잖아.
엄마 공부해보라고"
엄마가 책을 들고
노안 때메 멀찍히 떨어뜨려
소리내 읽는다.
"코옴푸타,일주일만 하..면..전우성..만큼..한다"
"야야.이기 뭐고?전우서이 일마 이거.
코메디안 아이가?야가 무신 콤푸타를 하는데?"
어학이든 뭐든 책제목에
"일주일만"
"한달만"이런식의 문장이 있는
책은 거르는게 정답이다.
그러나 컴퓨터 문외한인
어머니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서
수혁이에게 사오라고
한 책이다.
"엄마는 왜 컴퓨터라고 써 있는걸
자동으로 콤퓨타라고 하는거야?하하.
여하튼 한 번 봐봐.재미 있을거야"
"야야,야야,이거 실쩍 넘기봐도
이기 뭐 반이 영언데?
내사 영어라 카마 검은건 글씨요.흰건
종이라 카는거 밖에 모르는데
이걸 내보고 우째 하라 카는기고?"
"그래서 그 책 뒤에 영어책도
있잖아"
"아,맞네.근데 이거 어린이 영언데?"
"엄마가 금방 그랬잖아.검은건 글씨고
흰건 종이라고.그러니까 그 책 부터 해야지"
"맞나?음...
근데 야야.이거 콤푸타 책을 보고
딸라 할라카마 콤푸타가 있어야 할거 아이가"
"요 앞 대리점에서 주문 했어.
내일 설치하러 오신대"
"뭐라꼬?!!!!
야가 뭐라카노?콤푸타가 한두푼이
아일낀데!!"
흥분해서 벌떡 일어난
어머니를 차분히 앉히며
이신은 말했다
"엄마.나 그거 살 돈 있어.
그리고 나도 필요해 컴퓨터.
pc통신도 해야하고..
엄마.솔직해 대답해봐"
"뭐,뭐꼬 야가 와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엄마"
"와...?"
"엄마.지금 공부 한다니까 좋지?"
"........."
"시끄럽다 자슥아.
고마 얼굴 치아라"
피의자를 심문할때
피의자의 여러가지 정보가
언어뿐 아니라
몸동작으로도 발현된다고 한다.
꼭,피의자가 아니라도
원래 사람은 그런 존재이다.
엄마는 몇가지 책을
아까부터 가슴에
꼬옥 안고 있었다.
이신이 엄마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다음 사업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세상살이에
컴퓨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영어를 몰라서
안타까워 하시던
모습도 겹쳤기에
그 핑계로 영어공부도 겸해드린 것이고..
어쩌면 가장 큰 이유는
.
.
.
.
.
치매 예방을
위해서다.
이전의 삶과 다른
생을 사신다면
발병을 막을수도
적어도 늦출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엄마가 좋아하시니 다행이다-
모든게 타고 나는 것이다.
엄마한테 공부가 맞을지 어떨지
기대가 큰 이신이였다.
"이런 개새끼들!
아주 기냥 다 똑같아야?"
다음날,다시 법무법인을 돌기
시작 했다.
"내가 저 새끼 대가리를
안깨면 사내도 아녀!"
갔다가 나올때마다
수혁이 아버지의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게 몇번 반복 되자
이신은 결심 했다.
이러 저러한 좋은 말로
수혁이 아버지를 달래고 달래서
보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신 혼자 돌면서
법무법인을 정하고 보고 하겠다고.
그리고
그날 오후,
이신은 혼자
명동의 달러 환전소를
찾았다.
"워매~어디가서
피를 토하고 뒤져버렸능가아아
했더만,안 뒤지고 살아왔네?"
'미치겠네.진짜..이런 멘트 학원을
다니는게 아니면 이 분이 원장일것이다'
"네네.사장님.안 뒤지고 왔습니다"
"나는 뒤졌으면 으짜까.이거 찾아내서
사돈의 8촌꺼정
다 뒤져야 하나~~
내 돈 받아내야 허는디...
싶었어.
쌍판떼기 내민거 봉게
돈은 갖고 왔나벼?"
"당연하죠.
없는 사돈 8촌까지 찾아가시면
안되잖아요"
"오호호호.고놈 이제 제법
쌧바닥도 돌려부네"
오늘, 환율은 1900원을 넘어섰다.
이것으로 환율차액으로
돈을 버는건 끝난 것이다.
2000원가지 오른다는
확실한 기억을 믿고
그 작은 차이에 위험부담을 지느니
어제부로 딱 끊는게 맞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며칠전,이신은 큰 결심을 했었다.
그것은 바로
"사채"
명동 환전소 근처에서는
일부러 찾아 다니지 않아도
바닥에
"일수"
"급전"
"심사 없음"
이런 사채 찌라시가
뒹굴었었다.
사채 쓰면 인생 조진다는
이야기는 초딩도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100프로 이익이 생기는
방법을 안다면?
사채를 단기로 쓰는데,
그 이자 보다 내가 얻을 이자가
더 높다면?
이 고민을 며칠간 계속하던
이신은 의외의 답을
도출해 냈었다
일단
며칠전 처음으로
명동에 있던
사채 찌라시중
한군데 전화를
했었고,
직접 가서 이야기도 해봤다.
진짜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복장,그런 강압적인
분위기가 났었다.
거기에 주민등록등본까지
다 갖다 바치면서
돈을 빌렸다면,
무슨 일을 당할지
너무 겁이 나서 그냥 나왔었었다.
물론 그냥 나오면서
머리 한두대 구타와
갖은 쌍욕까지 다 받았었다.
그러자,
차선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그것이 환전 할머니였다.
왠지 아예 이 바닥에서
태어났을것만 같은
이 환전 할머니.
이제껏 겨우
올려 놓은 친밀도도 그냥 이것으로
그만두기도 아쉬웠고
이신은 사채 업소에서
나오자 마자 바로
할머니의 환전소로 향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