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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아재 Jul 12. 2024

20화-휴대폰

20-휴대폰


“와~형은 진짜 이런걸

어떻게 다 아는거야?”

“만화대여점을 창업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런걸 누가 알아?”


강북세무서 현관을

나오며 

수혁이 이신에게 감탄한다.


“뭐..니 나이때는 신문이나,

뉴스를 안보니까 그런거

모르는게 당연하지.허허”


“또 뭔소리야?2살 차이 가지고.

아주 3살 차이 났으면

가관이였겠네”


“하하.이 형님은 뭐든지 다 알잖아.

야.여기 벤치 있네.우리 세무서 자판기 커피

한잔 마시고 가자”


세무서의 큰 유리문을

나서면 엄청 추울것이

뻔하기 때문에

나가기 전에 보이는

실내 벤치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기로 했다






“척”


“자,짜식이 우유는 무슨 우유야.

애기냐?”


“아.냅둬요?이게

꼬소하고 달달하니 겨울에 얼마나

별민데?”


“네네.많이 드세요.아,참.

니네 아부지 어떻게 됐어?”


“어휴….”


수혁은 말하기가 답답한지

자판기 우유를 “후~후~”

불어 한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그냥 집…

집도 아니지.우리 아직

여관에 살잖아.

집도 그냥 대충 방두개나

그런거 아무데나 얻자고 해도

아부지가 32평 아파트 아니면

안된다고..아아”


수혁은 말하다 말고,

자기 머리를 양손으로

마구 헤집었다.


“여튼,걍 간단히 말해서

나한테 인감이랑 민증 던져주고

나 보고 팔라 그러시고

나가셨어”


수혁이 너무 속상해 하고

있어서 바로 대답하기

뻘쭘했던 이신은 잠시

기다렸다 말을 시작했다


“야~잘됐네.

그럼,너는 지금 나가서

그 차 팔러 가.그리고

니가 탈 차도 어제 내가 말한대로

알아보고.

난 아부지가 안판다고

깽판 칠 줄 알았는데

그게 어디냐?”


“으휴~집도 빨리

알아봐야 할텐…”


“삐!삐!”


“어?잠깐만,수혁아.

삐삐 왔어.전화 좀 할게”


이신은 실내에 있던 하늘색 작은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러 갔다.


97년으로 와서

꿈도 못 꿔보던

택시도 자주 타고,

경제적으로 넉넉해져서

편한점이 한 둘이 아니지만

돈 몇 천만원 벌었다고

국가적으로 안되는

휴대폰을 상용화 할 수는 없기에,


이 부분이 가장 불편했다.

물론,상당히 고가의 휴대폰을

개통하려면 하기야 하겠지만

가성비가 너무 안맞았다.

그 크기도 들고 다니기

싫은 수준이였고,


삐삐는 정식명칭이 아니고

“무선 호출기”라고

불리는 이 기기는


연락을 받고 싶은 사람이

호출기로 연락을 하고

자기가 받을 수 있는 번호를

남길 수 있는 기기이다.


그러면 누군지는 당연히

알 수 없고,삐삐 받은 사람이

지금 이신 처럼 연락 온 그 번호로

전화를 하는 그런 시스템이다.


그래서 카페에 커피를 마시는게

아니라 삐삐 치고 그 연락 받으러

들어갈때도 일상다반사였다.


카페 카운터에서는

“몇번 호출하신분이요~~”

하는 안내를 일상적으로

계속 했었고…

2024년에는 완전히 없어진

풍경이다.


97년에는 그나마

“시티폰”이라는 요상한

휴대폰이 있었다.


참 희한한 기기인데

일단 휴대폰이면서

“수신”이 안된다.


이게 뭐란 말인가?

그럼 거는건 잘되느냐?

거는것도 공중전화”근처”에서만

걸린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헛웃음이

나오는 기기다.

그렇다면

이걸 왜 쓰나?

싶겠지만..


휴대폰이 세상에 없던 당시에는

공중전화의 대기줄이 엄청 길었고

공중전화를 오래

쓴다거나,새치기를

한다는 이유로 폭행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졌었던 시절이였다.


그러니 그 대기시간을

없애주는 기능을

내세운 제품이 시티폰

이였다.



마침 지금 실내의

파란 공중전화에도

한명이 통화중,한명이

줄을 서 있어서

이신이 그 뒤에 줄을

서 있다가

드디어 차례가 되어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뚜루루…”


‘누구지?’



“여보세요?”


이신이 대답했다

“XX97 호출하신 분이요”


“아.예.사장님~

저 며칠전에 오셨던

그 비디오 가게..”


“아,네 사장님”













“야,애기야.우유 다 먹어쩌요?”

통화를 끝내고 수혁에게 돌아온

이신이 까불거리며

놀리기 시작했다


“뭐야?왤케 기분이 좋아?

애인한테 삐삐라도 온거야?”


“어?왜 짜증 안내냐?

반응이 있어야 놀리는 

재미가 있지”


“아휴~꼴랑 25살 드신

우리 형님.두살 차이 가지고

그만 그러셔.재미도 없거덩?

아,진짜 누구한테 온건데?”


“쳇.그 아저씨야”


“그 아저씨 누구?”


“그 큰 비디오점 아저씨”


“아~그 아저씨.뭐라던데?팔겠데?”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좀 오래”


“권리금…이라고 했었지?

그거 내려준대?”


“그런건 말 안하지.그거

이야기 하려고 만나자고 한거겠지.

야.나가자.너도 할일 많고

나도 많아.그 아저씨 뿐만 아니라

딴거 할게 천지다.


아,그리고 나 몰랐는데

pcs폰인가 그게 나와 있다메?

수혁아.그거 개통 좀

알아봐줘라.어?부탁할게”


“아~너무 부려먹는거 아냐?”


“아유~김수혁 수경님.

부탁 좀 드립니다요!

그 pcs폰.요금은 나한테

다시 묻지 말고 비싸도 그냥

개통해서 하나 뚫어줘,아니 두개.

니거랑.알았지?

나 먼저 간다”






















“권리금은 1500만원으로 내가

시원하게 내려 드릴게”


대여점 사장이 너스레를

떠는 연기를 시도 했지만

얼굴 근육이 뻣뻣한것이

긴장한 티가 너무 났다.



“하하.사장님 재미있으시네요?

내려 주신다?

안내려 주시고 2천만원 받으셔도

되는데 왜 저한테 굳이 연락을

해서 이런 말씀을 하실까요?”


너스레는 이신이 떨었다.

그리고 스윽 매장을

둘러 봤다.


“허허~사장님.오늘도

손님이 한명도 없네요?”


“어?그..그게..

좀 전까지 북적 거리다가

금방 빠졌어.타이밍이 그러네.허허”


“아…그래요?

이거 재고는 어떻게

하실거에요?

알아서 처분 하실래요?

저한테 넘기실래요?”


“어?아…이거?

이것도 내가 싸게 넘길게”


이신이 씨익 웃으며

반문한다


“아~싸게요.하하.얼마에

주실건데요?”


“으..음…”

“이..3천만원.

와~완전 떨이네.떨이”


“하하하하”


이신이 크게 웃자 사장이

당황한 표정이 된다



“탁!”


이신은 사장과 사이에

놓인 카운터를 치며

이야기 한다


“사장님.권리금도 싸게

1500만원.크어~좋다.

재고도 싸게 3천!좋네요”


“그..그렇지?하하”


“그렇게 파세요.

저한테는 말고요”


“딸랑~”


이신은 그 말을 남긴채

출입문을 확 열고

나갔다


“잠깐만요!”


뚱뚱한 체형의 사장이

카운터에 상체를 다 올려

슬라이딩 하듯

나가는 이신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잠깐만요”



돌아보지 않은채 

있는

이신의 입가가 씨익 올라갔다.

























“뭐여?개업을 해?”

“예.왜요?”


97년 당시에 비디오 도매점은

용산과 충무로쪽에 있었는데

이신은 충무로4가 쪽으로

이동했다.


대여점 인수를

가볍게 마치고

바로 신작 비디오

수급을 위해

발길을 옮긴 것이다.


몇군데

돌아보며,또 상황이 안 좋은

집이 있나 살펴 봤지만

아무리 천운이 따르는

이신이라도 그렇게 까지는

운이 안 따랐는지

대번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나마 물건이

자주 왔다 갔다 하는

큰 매장에 들어와

개업 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사장이 개업을 하냐고

물었던 것이다.


“왜요?지금 비디오 대여점

개업하면 안돼요?”



머리가 벗겨진

사장은 들고 있던 신문을

다른 손으로 손가락질

하며 말했다.


“학생.어려서 모르는 거야?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설마 학생이 개업 하려는 거야?”


이신은 속으로 

흐뭇해했다.


자기 장사 보다 상대를

걱정 해주는 반응을 먼저 보이는

사람이라니.


“아..네.제가 합니다.

근데 그렇게 어려운가요?

경기가?”


“학생.커피 마실줄 알아?

한잔 주까?”


“아,예”


제법 큰 도매상이였지만

비디오 테잎을

뭉터기로 들이고 나가는

짐꾼들이 심심찮게

있어서 그런지 

출입문을 열어둔 터라

실내도 꽤 쌀쌀한

상태였다.


그런참에 커피를 준다니

커피 자체도 고맙지만,


이런 마음 씀씀이가 더 흐뭇했다.


“자.뜨거워~”

“고맙습니다.사장님”


“학생.내가 솔직히

이야기해줄게.

요 며칠전에 IMF라는게

터진건 알지?테레비에 그 소리

밖에 안나오잖아?”


“아,예”


“그거 때메 경기가

조진거야.

우리만 해도 

매상이 확 끊겼어.

요즘 비디오점

폐업수가 심심찮어~”


“아..그런가요?

커피 맛있네요”


“허허,그 어린 학생이

입에 발린 소리도 할줄 아는구만.

똑같이 안성기가 선전하는

커피믹슨데 맛이 다를라고”



“아녜요.진짜 맛있어요.

물조절을 잘하시나보죠”


“허허,그 어린 친구가

사회생활 잘하는구만”



“저 그런데요.사장님.

저도 좀 알아봐서 상황을

하나도 모르고 하는건 아니고요.

사장님이 이렇게 솔직히

말 안하는게 이득이실텐데, 이런

정보까지 주시고 하셔서

.

.


말씀 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뭐?알고 있어?

근데 왜…

뭔 말이 하고 싶은데?”


“사장님.신작 나오면

매장 마다 지정된

숫자만큼 배분해서 주세요?”


“그렇지.신작은 워낙 인기니..”


“그럼…저도 좀 주시면 안되나요?”


“뭔 소리야?돈만 주면 주는거지

그걸 왜 굳이 말을 해?”


“아뇨.좀 많이 달라구요”


“많이?에이~그건 안돼.


나도 거래처 관리 해야지.

다 정해진 숫자가 있어.

내가 받은 물건도 한계가

있는데…

학생은 오늘 첨 보는데

많이 주세요.

한다고 주면 그게 되겠어?”



“사장님”


“아,왜?”



“선금 걸게요.얼마 드리면

되겠습니까?”



청산유수로 말을

술술 하던 사장이


입이 반만 열린채 굳어 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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