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화아재 Jul 15. 2024

21화-서열정리

21화-서열정리



“뭐?칼라를 4주 연속 하라고요?”

“예.힘들어요?”



강대호의 작업실.

며칠만에

급하게 참 잘도 이런 작업실을

얻었다 싶었다.


물론 제대로 된

작업실이라기 보다는

골목길에 있는

상가 점포에 책상만

몇개 들여 놓은 곳이였다.


책상은 네개.

강대호는 대빵이기 때문에

따로 골목 반대쪽을 향한 큰자리를

차지하고


그 뒤로 한쪽 벽에는 하나,반대쪽 벽에는

두개의 책상이 있고

이미 구인한 스텝들이

원고를 하고 있었다.


작업실 한구석에는

다 마신 새파란”레쓰비”캔커피가

약간 쌓여 있었다.


이들의 작업 시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물건이 되겠다.


“저..작가님.

으음…아무리 그래도..

어엄…”



그 과묵한 강대호도 이렇게

말을 많이 할만큼 

컬러원고 4회 연속은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저…어…엄…

서..선생님 한…테

이..이렇게 자..작업실

따로 빼는거..허락 맡..

기도 히..힘들었어..요


그리고 …

자..작업실..옮기느..라..

시간…도..많이..썼고…”


“트..특…히…

1..화..마지막에…

나루투가…분신…써서..

배..백명 넘게..나오는씬..

지..진짜 시간 걸렸다..고”



“어휴~우리  선생님.

이렇게 말씀 많이 하실 수 있는

분이셨군요?

몰랐어요.하하”


강대호 옆에서 서서

말하던 이신은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등받이 없는 동그란

의자를 엉덩이에

깔고 앉으며 이야기를 잇는다


“저 쳐다보지 마시고

원고 하시면서 들으세요”


“아..네..네”


“분신 나오고 그런거 콘티 보고

다 아셨잖아요.그런거 다 보시고

제가 부른 값에 오케이 하신거고요.

그쵸?”


“……..”


“네네,알겠습니다.

4화 연속 칼라는 이야기 없었던 거니까

80만원 더 드릴게요”


강대호가 휙 이신을 쳐다본다

“저..정말요?”


“네 그럴게요.

칼라 비용으로 작가,

즉 제가 잡지사에서

받는게 16만원인가 그래요.

못 믿으시면 할 수 없는데..

진짜에요”


“아,아니에요”

강대호가 자신은 의심 하지 않았음을

손사레로 표현 했다.


“일정 진짜 바쁘시면

여기 한분 보내서

근처 미대에 가세요.

디자인쪽 말고 서양화과

이런데 가던지

광고지를 붙이던지

제가 드린돈으로

칼라 할 분을

알바로 찾으세요”


“우와..아,아이디어 지..

진짜 좋으시네요..

그..그렇게 할게요..


저..


그..근데…”


“네?”


이전생에서도

강대호가 자의로

뭘 물은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강대호가 뭔 말을

하려하자 이신은

제법 놀랐다


“저..저..근데..

어..어..떻게

4..4..화나..여..연속

카..칼..라를

따..따신거에요?”


“하하하”


과연..그러하다

강대호도 입을 열 만큼,


연속 4화 칼라 원고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아…그거요?

신기하긴 하죠?

그게..어떻게 된거냐면…”





























며칠전 카페에서 편집장과 

독대한 이신.

새연재를 바로 넣어주는

대신 500만원이 든

가방을 들고가라고 하자

그 가방을 확 어깨에 메려고 하는

편집장을 잡아 세운 순간이다. 


“죄송합니다.제가 거짓말을

조금 했어요”


“이새끼 뭐야!”

편집장이 크게

고함을 질렀다


“사실 이 가방에는

천만원이 들었어요”


“뭐,,뭐야?”

갑자기 다시 을의 표정이 된

편집장이 말했다.



“이 천만원 다 가지고 싶으세요?”


“일단,앉아 보세요.

가방은 그대로 안고 계세요.

하하.안 뺏어갑니다”



마치 아이처럼 편집장은

진짜로 가방을 두손으로

꼭 안고 다시 앉았다.


얼굴은 잔뜩 긴장한채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야?뭔 장난질

치려는거야?”


“하하.장난이라뇨.

일단 천만원,그 가방

통채로 가져가고 싶으시죠?”


“이새끼가?장난치나?

그걸 말이라..”



“쾅!”


이신은 테이블을

강하게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리고 나즈막히 이야기 했다


“편집장님?우리 상호 존중

하시죠?제가 지금 무슨 이유로

이새끼,저새끼 소릴 들어야 하죠?”


이신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눈빛은 상대를 압도하고 남음이 있었다.


이신의 테이블 치는 소리에

카페 손님들도 이 테이블로

주목하고 있던 터라


편집장은 더욱 당황하게 되었다.

꼭 쥐고 있던 두 손 중 하나를

들어 이신을 향해 진정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아…내..내가 노..놀라서 그랬어.

계..계속해”


편집장이 한 수 접었지만

이신은 서열정리를 할 요량인지

여전한 눈빛이였다.


“조심하세요”


“아,그..그래”


“자~그럼!”

순간 장난끼 있는

표정으로 돌변한 이신이

이야기를 계속한다


“편집장님이 그 천만원을

가방 통채로 가져가실려면…

저의 작은 부탁만 들어주심 됩니다”


“…….”


말 없이 어디 계속 지껄여보란듯한

편집장이였다.


“네네~말씀 드릴게요”


“초반 8화까지는

적어도 선두에서 세번째 안에

실어 주셔야 합니다”


만화잡지에서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개제순서가 인기순위인 것이다.


자꾸 뒷쪽에서 노는 만화가 있다?

얼마 안가 연재종료가 될 작품이다.


그 반대로 선두에 게재 되는

만화는 인기작이라는 뜻이다


“알았어”

편집장은 순순히 대답했다


“네.좋습니다.또 있습니다.

1화는 46페이지를 실으려고

합니다,괜찮으실까요?”


“뭐?46페이지?

그렇게 많은게 어디…

쩝..알았.알았어.오케이 오케이”


편집장은 눈을 감고 한손을

훠이~훠이 저으며 대답했다.


“좋습니다.마지막 조건입니다”


마지막 이라는 말에 

편집장이 주의를 집중하는듯 했다


“첫 4화…”


말을 끊자 편집장이

더욱 집중했다.


두손으로 가방을 꼭 안은채로..


“첫 4화 모두 권두 컬러에

표지 해주세요”


“뭐야?

그딴 경우가 어디…”


편집장이 불같이 화를

내려다 좀 전에 이신의 눈빛이

생각나 스스로 조용해졌다.



상술 했듯

만화잡지에서 개제순서는

인기순위이다.


잡지에서 가장 

선두에 개제 되는 곳은

당연히 겉 표지이다.


그리고 흑백의 세계인

만화잡지에서 권두 컬러

몇페이지는

압도적인 권력이며

그 효과 또한 그러하다..


그런 절대적인 힘을

가진 컬러원고를

4회 연속 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권력집중이라

만화 종주국 일본에서도,

아니 저 유명한 전설,

드래곤볼도 그런 개제는

한 적이 없다.


그런데,이걸 이신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실현 되었을 경우

독자들은 이신의 원고가

재미있다 없다는건 논외로 

하고라도,이 만화는 뭔데

대체 이렇게 한달 내내 컬러에

표지까지 차지하냐는

화제성을 가져 올것이고,

이정도면 2쇄가 아니라

3쇄는 기본으로 깔고 갈

정도의..그런 큰 혜택일 것이다.

그렇기에 절대로 이런 특혜를

한 작품에 주지 않는 것이고..




한 풀 꺽인 편집장이

다시 말했다


“아니,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너무 하잖아?”


기다렸다는 듯이

이신이 되받아쳤다


“편집장님.제가 강제로

하라는게 아니잖습니까?

싫으시면 안하시면 됩니다”


이신은 뒤 등받이로

몸을 젖히고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무리한 요구란거 알죠.

근데 얘기를 잠시 앞으로 돌려 볼까요?

제 만화 연재 시켜주시는 

조건으로 500만원을 얻으셨죠?

그건 편집장님 한테 아~~무 

피해가 없는 일인데도 말이죠?”


이야기 도중이였지만

벌써 결론을 눈치 챈

편집장 인상이 찌그러졌다


“그 편집장님은 아무 수고도

안드는 일을 해주시는 대신

500만원을 드렸는데,


500만원을 더 드리는 대신,

이번에는 어쩌면 편집장님이

쬐끔 눈치 받을지도 모른다…

이거잖아요?지금 상황이?

그럼 저 같으면 당연히 이렇게

생각하겠어요”



편집장은 찌그러진 인상에

이젠 눈까지 감아 버린다


“그냥 4회 표지,권두 컬러 해주는

대신 천만원 가진다”


“이렇게요.실상은 이렇게 생각하는게

아니라 이게 사실이잖아요?”


“안그래요?편집장님?”


편집장은 눈 감은채로 요지부동이다


“싫으시면 안하시면 되구..”

“알았어”


“벌떡!”

편집장은 

퉁명 스럽게 일어나

이미 한다리를 

테이블 밖으로 빼고

이야기 한다


“알았어.알았다고.

이야기 끝났지?”


“아뇨?하나 남았는데요?”


“아,뭐?.....”

기세가 올랐던

편집장은 말 말미에

이신의 눈빛이 아까 탁자 칠때의

눈빛이 된 걸 보고

순간 당황한다


“뭐..뭐가 남았…는데?”


“아까 저한테

새끼라고 하셨던거..

사과를 안하신거 같은데

혹시 제가 잘못 들은건가요?”


이신은 아주 서열정리를 확실히

할 요량이다.


“아?아.그거..내..내가

안했나?미..미안해.하하”

편집장이 뒷머리를 긁으며

멋적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앉으시죠?”


“아,그..그럴까?”

순순하게 앉으며 편집장은

이야기 했다


“편집장님.혹시 착각 하고 계신거

아닐까요?이 자리가 제가 무슨

되지도 않는걸 울며 불며 부탁하는

자린가요?”


“어?아니.아니.누가 그래?아닌데?”


“그쵸?근데 이상하네요..

몇 초 전에 편집장님이 아주

불쾌한 상대 쫓아내듯,

싸가지 없게 확 일어나

가시려고 한거 같은데요?”


순순히 수그리던 편집장도

이런말 까지 들으니 가식적인

웃음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편집장님.선택지는 제가

드린겁니다.그리고

선택하신거고요.그쵸?”



“으..응”


편집장은 고개를 숙이고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러면 고맙다 소린

못하더라도 하다 못해

앞으로 잘해보자.

뭐 이런,예?

형식적인 인사도 하고

헤어져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런식으로 화내면서

가실건 아닌거 같은데

제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 건가요?”


“아…아냐..아이고

내..내가 잘못했어,자!”


편집장은 악수를 청하며

한 손을 내밀었다


“그렇죠.그럼 잘해보자구요!”

이신도 손을 맞잡아 악수를

했다.그런데

다음 순간 이신은

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려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편집장이 자기도 모르게 다른손

으로 악수하는 손을 받쳐 

두손으로 악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하하.이것이 권력인가?’


































“하하하!그냥 그렇게 됐어요!

편집부에서 하라고 하더라고요”



강대호는 벙 찐 표정이 되었다.

어떻게 4회나 권두 컬러를

할 수 있었냐는 질문의

대답이 황당 했기 때문이었지만

표정을 보니 거짓말 같진 않았다.



강대호는 주로 대본소 만화를

작업 했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있나 반신반의 하게 되었다



“하하하.그냥 제가 색감이 좋다나

뭐라나?그렇게 됐더라고요.


뭐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자 여기요”


“탁!”


“추가 컬러 비용 80만원 입니다”


“어휴~고맙습니다!”

나무 늘보 같던 강대호는

솔개가 먹이를 채 가듯

이때만큼은 재빠르게

돈 봉투를 채 갔다.


“세어보세요”


“아..아유..마..맞겠죠”


“네.그럼 전 바빠서 이만..

원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꺅!”


“털썩”


급하게 돌아서던

이신과

스크린톤을 집고가던

스텝이 부딪혀 쓰러졌다


“아이고 죄송합니…”



다음 순간


97년으로 돌아온 후

이신은 가장 놀라게 된다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