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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아재 Jul 17. 2024

23화-분노

23-분노


한창 까불던 수혁의

말을 끊고

어느 여자가 둘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이신이 그 여자를

보자마자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니가 여길 왜 와?”


거기에 서 있는 것은 유민지였다.


말도 안되게

허름한 잠바.

얇은 여름용 청바지.

시장에서 파는 5천원 짜리

운동화.


한 눈에 이신의 눈에 들어온

것들이다.


모두 다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에 박혀 있는 것들이였다


혹한의 추위에

얼마나 떨었던지

얼굴에 푸른끼가

도는 유민지는

허옇게 튼

입술을 발발 떨면서

겨우 입을 열었다.


“서..서..선생님이..

가..가서..

사..사과 하고 오라고..하셔서”


유민지는 허리를 90도가 넘게

가슴이 무릎에 닿을 정도로

절을 했다


“죄..죄송합니다”



“이 씨발!!!!!!”


이신의 고함에 카페 안

모든 사람들이 쳐다 봤다.


수혁은 너무 놀랐다.

군 생활중에도 이신이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니가 왜!!!

니가 왜!!!!이런짓을 하는건데?!!”


이신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유민지를 향해

미친듯이 소리쳤다



“저..손님 다른 손님들 계신데..좀”


“아..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수혁이 다급하게

점원 앞으로 끼어들었다.


“안 그러는 사람인데

조용할게요.죄송합니다~”


그리고 이신에게

돌아서서 속삭였다.


“형.미쳤어?왜 이래?

안그러는 사람이…”


‘어?’


수혁은 다시 본

이신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얼마나 세게 소리를

질렀는지 입가에 침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위로 닭똥같은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형,왜 이래?”


유민지는 사시나무

떨듯이..아니

멀리서 봐도 보일정도로

너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수혁아.차 키 줘”

그나마 조금은 톤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큰 소리로

이신이 말했다.


“왜?형이 타..고 갈라고?”


이신이 부탁한대로

오늘 수혁은 중고차를

구해서 이 카페에 타고 왔었다.


카페에 들어오기 전에

이신에게

차는 다 보여줬었다.


“빨리!”

이신이 한 손으로는

얼굴의 눈물을 거칠게

닦으면서

다른 손은 수혁에게

내밀며 말했다


“어?어..어,여기”


수혁에게 차 키를 받은

이신은 재빨리

유민지의

어깨를 감싸

카페를 나갔다


황당한 수혁은

한동안

멍하게 서 있었다


‘뭐..야?

저 형 저러는거 첨 보는데..

게다가..저 여자는 또 뭐야?’






























“벨트 매!”

“꺅!”

차에 탄

이신이 조수석의

유민지에게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유민지는 깜짝 놀랐다.

“네..죄소..송합니다”


“철컥.키릭”

“부르르르릉~”


“픽!”


기세 좋게 출발하려던

이신의 차는

바로 시동이

꺼져 버렸다.


“아이씨~”


“철컥.키릭”

“부르르르릉~”


“픽!”


또 꺼졌다.

이것은 수혁이 중고로

사온 쏘나타1이 잘못된게

아니였다.


수십년만에 수동을

타는 바람에 클러치질이

익숙하지 않아 꺼진 것이였다



“아아아아악!!!!”

“쾅”

“쾅”

“쾅”


“넌,왜~!!!!”

“으아아아악~~”


이신은 핸들을 여러번

치더니 눈물을 쏟으며

울기 시작했다.


이신은 모든게 다 기억났다.

97년에 처음 만났던

유민지의 모습이..


찢어지게 가난한

그 모습이..


당시에는 넘보지 못할

존재가 아니라,

같은 처지란게 다행으로

느껴졌었다.


유민지는 원래가

소심한 성격이였다.


만화 실력은 상당했다.

그러나 꼭 이신 처럼

운이 따르질 못해

젊은 시절 내내 고생만

하고 데뷔를 못하다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데뷔를 했었다.


긴 시간을 함께한

인생의 동반자였지만

미안함과 죄스러움 밖에

없는 상대였기에..


다시 만나기가 겁이 나서

피했건만,

오늘 카페로 찾아오는

시나리오는 대체 어떻게

된것이란 말인가?


‘미친…강대호가…그 미련한

아저씨가..나 한테 받은

이 꿀 같은 작업 이거 짤릴

까봐..얘한테 사과를 보낸거야?’


울음이 좀 사그라든

이신은 다시 시동을 걸고

이번엔 잘 출발했다.


이신의 이상행동에

여전히 벌벌 떨고 있던

유민지는 히터 기운이

차내에 좀 돌기 시작하자

겨우 약간 떨림이 잦아졌다.



도대체 이 유민지를

어떻게 할지 머리가

터질거 같던

이신이 갑자기 차를 세웠다.


“잠깐만 기다려”


“철컥”


길가에서 오뎅 포장마차를

발견한 이신은

오뎅과 붕어빵을

사 왔다.


“자.너무 추워 보이는데

오뎅 먹어.국물도”


“예?”

비닐에 담은

오뎅에서 나온

김 때메

끼고 있던 안경이

흰색이 된 유민지가

당황한다.


“빨리 먹어.너 보니까

내가 다 추워”


“아…저..만요?

서..선생님도 드..드세요”


“선생님은 무슨!”

한번에 목소리가

올라간 이신이였지만

이번에는 잘 참아냈다.


“아..알았어.

자 먹으께”


봉다리에서

오뎅 하나를 꺼내

먼저 먹는 이신.


이신이 먹는걸 보자

유민지도

국물부터 먹기 시작했다.


오뎅 매대에 있던

빨갛고 동그란 오뎅국물

먹는 그릇을 이신이

2천원 준다며 강제로

가져 온게 있어서

유민지가 국물 마시기가

쉬웠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잘 못 먹던 유민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


꼴을 보아하니

배를 곯고 있었던것 같다.


“서..선생님..

더 드세요”


“선생님은”

“어휴…아냐.아냐.

나 좀 전에 저녁 먹었어.

너 다 먹어도 뭐라 안할테니까

많이 먹어”


“아니.천천히 먹어.체할라”


“그…래도..”


“야.나 아까처럼 미친놈 처럼

화낸다?”


“아,아녜요.알겠어요”


유민지가 사온걸

다 먹자


이신은 한층 차분해져서

다시 차를 몰았다.



강대호의 작업실로

가는길이였다.






































“여어라꼬?(여기라고?)

아따나 크데이~”

다음날,이신은 엄마를

계약한 대여점 점포로

데리고 왔다.


“이래 큰데 여어를 내 혼자 보라꼬?

내사 천지 이런거 해본적도 없는데

이걸 우예 하노?”


“엄마,엄마 여기 앉아.

춥다 추워”


이신은 빈 점포에 있던

간이 프라스틱 의자를

엄마에게 내밀어 앉혔다.


그리고 자기도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엄마 혼자 안하지.

엄마는 에헴~하는 사장님이고

알바 써야지.

두명 써.두명”


“야야~두명이마 인건비가

얼만데..비디오 빌리줘가

그기 남기나 하나?”


“엄마,이 가게는 망해도 그만이라고

그렇게 생각해”


“이기 뭐라카노?

이 시상(세상)살기가 얼매나

어려븐데 그따구 정신상태로

하마 될꺼도 안된데이”


“하하하.

엄마.그래?

글쎄.난 잘 모르겠네..

어쨌든,나 이거 망해도

될만큼 돈 있으니까

그런 걱정은 말고..

아니 누가 망하게 하래?

잠 안자고 도매시장 가고

그렇게 힘들게 하지 말란

소리지”


“아~그렇나?

진짜로 요새 점빵 안항께네

(안하니까)

핀하긴 핀하데이~(편해)”


“스윽~”


엄마 앞으로

간이 의자를 더 땡겨

가깝게 앉은 이신이

말했다


“엄마,엄마 컴퓨터 배운거

있잖아?그걸로 이 가게

장부를 쓸거야”


“엄마야.참말이가?”


“그럼..엄마 이제 그거

잘하잖아?”


“오호호.그래 잘하지.

근데 그…장부 쓰는걸로

돈이 벌리는건 아이잖아?”


“엄니,돈 버는건 내가

다 알아서 해요.음…

이런 이야기 아직은

안할라 그랬는데…”


“뭔데?이눔아.퍼뜩 말해봐라”


“엄마.이 대여점은 그냥

징검다리 같은거야.

몇달만 할거야”


“뭐라꼬?이기 이기

정신이 나갔나?

하메(벌써)인테리어도

다 시키놨다메?

그래 돈 들이 놓고는

와 몇달만 하노?

돈이 덤비드나?”


“하하하.아니,

엄마가 말이야.

엄마가 이 대여점 사장

하는게 몇달이고

엄마는 다른 원대한

사업의 사장님을

하셔야 해”


“뭐라꼬?

이기 이기 뭣이라 카는지

모르겠네?

스무고개 하듯이 말

빙빙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봐라.퍼뜩!”


“엄마,PC통신 이란거 알아?”


“피씨통신?

음…뭐 테레비에서

들어본거도 같기도 하고…”


“엄마,PC통신 배워야 해”

“뭔데 그기?”


“음…컴퓨터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랑 말도 하고

글 쓴것도 보여주고..”


“멀리 떨어진 사람캉

말을 와 하는데?누군지도

모리는(모르는) 사람하고.

야가 알밥묵고 헛소리 하네?”


“음…좋아.교차로 있지?

그 구인구직 정보 나오는

무료 신문”


“내가 등시이가?(등신이야?)

그걸 모르그러(모르게)”


“하하하.하여튼

통신하면 그 교차로를

굳이 안 들고와도

컴퓨터 화면으로 교차로

볼 수 있어”


“야이노무 짜슥아.

그..그..어이?

문 앞에 잠시 나가마

되는 교차로.그거

가아 오기가(가져 오기가) 그래

귀찮드나?

귀찮애서 숨은 우째 쉬노?

이기 자꾸 디잖은(되도 않는)소리만

하고 앉았노?”


“하하하.아이씨

설명하기 되게 어렵네.

하여튼,엄마!내가 헛소리 하는거

봤어?그게 돈이 된다고.

엄마,엄마.잘 생각해봐”


“엄마가 스스로 그랬잖아.

내 평생에 컴퓨터가

뭔 상관이냐.라고 생각 했었다고.

근데 지금 할줄 아니까 엄청 좋지?”


“어엄…그기야..

모..모르던거를 알게 됐응께네(됐으니까)

좋은기지”


이신 어머니는 한풀

꺽인 말투였다


“PC통신도 딱 그거랑

똑같아.내 장담할게.

그리고 돈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큰 돈이 돼”


“참말이가?

니 이거 이거…

어마이(애미)가 이런거

아무껏도(아무것도)모른다꼬

놀리는거 아이가?”



“푸하하하.진짜 엄마말대로

내가 알밥먹고 왜 헛소리를 해?”


“엄마 내일 나랑

용산가자”


“용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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