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작가님
“쾅!쾅!나와!!”
이신이 아침 부터
강대호의 작업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
“드르륵~”
“어?서..선..생님..
어..어..쩐..일로?”
강대호가 이신을
보고 깜짝 놀란다.
말 없이 노려보던
이신이 휙 돌아서며
말한다.
“따라와”
영문도 모르고
따라 나선 강대호.
동네의 허름한
다방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아직
동네에 다방이 종종 있었다.
“어머~젊은 총각이
아침부터 왠일이야?”
화장을 과하게 한
50대 여사장이
이신 옆에 앉자마자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추근댔다
“탁!”
“거 치우고 여기
커피 두잔이나 주세요”
사장의 손을 치며 이신이
쏘아붙였다
“어머머~이 오빠 왜이래?
참나”
이신 앞에 마주 앉은
강대호는 긴장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신이 엄청 화 났다는건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이틀전에 유민지.왜 나 한테
보냈어?”
“예?유...민...”
“아!아..걔요…”
“그..서..선생님이
아니,선생님 한테 부딪혀서..
기부..분 나쁘셨을..까..봐”
“탕!”
이신이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
“개소리 하지마!”
“후우…아냐.아냐…그래..내가
좋게 좋게 이야기 할게”
강대호는 더더욱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치다.
“야,유민지 언제 화실에
들어왔어?”
“그..서..서선생..님..
오시기…하..하루..전에요”
“니 화실이 아니고
조운항 선생님 화실에 들어온거지?”
“예..예”
‘아….그리 들어간 애를
강대호가 다시 이 화실로
데리고 올지는 상상도 못했다’
“야.강대호!”
“예?예...”
“넌 내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감도 못잡겠지?”
“……..예”
“넌 시키는거만 잘하면 돼.
아니,아니….
죄송합니다.휴우…
아~~~
뭐 어쨌든.
저기요.선생님.”
“제가 드린 일이 너무
좋아서,이 일 끊기기 싫어서
걔한테 사과 하러 가라고오!!!”
마음을 가라 앉혔다 생각했지만
다시 음성이 커지는 이신이였다.
“아.죄송해요.
그래서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 추운날 걔를 그렇게
온 카페를 다 돌라고 시킨거잖아요?”
“아……”
“맞잖아요.근데 뭐가
내가 기분을 상했을까봐에요?
부딪힌것도 내가 부딪힌거지
걔는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뭔 짓입니까?그게..”
“아…죄..죄송합니다…”
“그리고,지금 분명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적으로 제가 부탁드린
일은 그대로 수행하세요.
그 외에 일은 절대 하지 마시고요”
“예!”
느려터진 강대호가 빛의 속도로
대답했다
“오빠들~여기 커피 나왔어”
커피를 들고 이신 옆에 앉으려는
사장을 이신이 손사레로
막았다.
커피만 놓고 돌아서는
사장이 나즈막히
말했다
“저런 콩만한 애새끼가…”
“선생님”
“푸웁…예!예!!”
커피를 삼키고 있던
강대호가 이신에게 대답하려다
커피를 뿜었다.
“아직 펜터치는 안 들어가고
뎃생까지만 진행중이죠?”
“아..네네”
“이목구비는
비워두고 있고요?”
“예..예..마..맞습니다”
“잘 들으세요..내일부터..”
“예”
무슨 말을 할까
싶어 자동으로
앞으로 몸이 쏠리는
강대호였다
하루 전,
대학로의 한 카페.
유민지와 마주 앉은 이신.
탁자에는 연습장과
샤프가 있었다.
“어젠 잘 들어갔어?”
“예…”
‘아….’
이신은 유민지를
볼때마다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느라 고역이였다.
‘이 작고 갸냘픈게 날 만나서
평생을 그렇게 고생을 했다니…’
‘근데 왜 또 내 눈앞에 있냐?…’
“그,그래.먹을거 좀 잘 챙겨 먹어라.야.
무슨 뼈밖에 없어?애가?”
“아..죄송합니다”
“어휴~그렇게 자꾸 굽신굽..”
‘아…힘들다. 진짜’
“슥~”
“자.이거 열어 봐”
이신이 밀어준 연습장을
받아 펼쳐 본 유민지.
거기엔 나루투의 주인공
정면과 측면이 그려져 있었었다.
“우와…선생님이..그리신거에요?”
“아유~선생님.선생님.그노무 선생님”
이신이 갑자기 화를 내는
바람에 갑자기 겁을 먹은 유민지였다.
“아,,아..미안,미안”
“여튼 선생님 소린 그만 좀 하고.
걍 아저씨라고 불러.나 너 보다 다섯 살 많아.
너 스무살 맞지?”
“아…예..그..근데..
어떻게 제 나이를?”
‘앗차!’
“뭐..뭘 물어!어른은 다
아는법이 있어.
그건 됐고.그 페이지 찢어 봐”
“예?찢어요?”
“에이 이리줘봐”
“찌익~”
스프링 재본 연습장에서 그
페이지만 찢어 떼넨 이신.
그 페이지와 연습장,샤프를
유민지에게 밀며 말한다.
“자,이걸 보고
그 연습장에 정면과 측면 사이
얼굴을 두개 그려봐”
못 알아먹겠다는
유민지의 표정이
순간 너무 귀여웠지만
이신은 죽을힘을 다해
그걸 참아내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아니~애..애니메이션이라
생각하고 정면에서 여,,여기
측면 내가 그려놨잖아.
애니라서 비잉 돌렸다면
그 사이 각도에 들어갈
얼굴 두개를 그려 보라고”
“아~~이제 알겠어요”
“그래.그려 봐.
시간은 걸려도 되니까
잘 그려야 한다”
“네”
이신 앞에서 유민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들어온
햇살에 유민지의 머리카락
들이 반짝인다.
지금 이 순간,
아무말도 없지만
이신은 너무 행복했다.
그러면서도
아렸다.
이신은 어제밤에 결심을
굳히고
오늘 유민지를
만난 것이다.
유민지가 먹고 살길만
마련 해주자.
그리고 만나지 말자.
‘민지는 나를 안 만나는
인생을 살아봐야 해’
이신은 앞으로의 인생에
자신이 있고
이젠 흔들림 마저 없었지만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는
두려웠다.
이유 없이 그 운명을
거스르긴 힘들거라는
공포가 있었다.
그래서 유민지와의
지금 순간이 너무
행복했지만
이게 마지막이라
아렸다.
“다 했어요”
“스윽~”
유민지가 민 연습장을
손에 들어 본 이신
“…….”
말이 없는 이신이
불안해진 유민지
“죄..죄송해요..너무..”
“커흡!”
“?”
“서..선생..아,아니…아…저씨?”
“크흐흐흑”
유민지의 연습장을 붙들고
거기에 얼굴을 묻은 이신이
울기 시작했고
유민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 참 울고난 이신이 겨우
입을 열었다
“자..잘…큽..
잘했어.어이구~잘..잘그렸네”
우느라 코가 빨개진 이신이
눈물을 닦으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저..서..선생,아니..아저씨..
근데..그게 뭐에요?그리고..
왜 그리라고 한건지…”
사실은 왜 우는지가
제일 궁금했지만
그건 차마 묻지 못한 유민지였다
2024년에서도
유민지와 헤어진지 10여년.
이신에게는 30여년전
봤었던 그 유민지의
아직 설익은 그림.
그것을 오랜만에 다시 보자
당시의 모든 추억들이
몰아쳐서 울음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였다.
“아..이..이거..자..잠깐만”
목이 메였던 이신은
앞에 있던 다 식은 커피를
꿀꺽 꿀꺽 마셨다.
“야..민지야.너..
화실에 왜 들어온거야?”
“예??마..만화 배우려고요”
“조운항 화실은 어떻게 알고?”
“잡지에 구인 공고가 있어서요”
“야.근데 문하생 공고는
그냥 주간 만화 잡지.순정잡지에도
만화 마다 거의 다 올라오잖아.
근데 너 무협지 만화가 뭔지도 모르지
않아?근데 어떻게 그런 화실에
들어올 생각을 했냐?”
“아….”
“그..그게…”
이신의 이전
인생에서도 이건 물어본적이
없었던 것이라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본 질문이였다.
“수..숙식제공..이 된다고 해서…”
“왈칵”
이신은 또 다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아까 처럼 대 놓고 울진 않고
겨우 고개만 숙여서
가린다고 가렸지만
유민지에게 우는걸
감출수는 없었다.
유민지의 아버지는
알콜 중독이였고
술먹고 다 때려부수고
처자식 패는게 일인
인간이였다.
그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당시의 어린 이신은
연애의 달콤함에 빠져
그런 사정까지는 헤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숙식..크흡..
숙식제공..집 나올라고
거기로 들어온 거구나..
여자라곤 없는..걸
알고도..무협지 화실에..’
“아..크흠..그랬구나.
자..민지야.지금 부터 잘 들어”
“니가 아직은 펜터치를
잘 못하잖아?”
“아,네.다 못하죠”
“아니!넌 왜 그렇게
아무도 뭐라 안했는데 니 스스로를
격하 하는 말을 해?그런 태도나 좀 고치고!”
“아..죄송합니다”
“참나..넌 못하는게 아니라
잘 해!알았어?”
“아..네..”
“잘하니까!펜터치 연습을 좀만 더 해”
“내가 강대호 한테 얘기해 놓을테니까
걔한테 배워”
“네..알겠습니다”
“그리고 넌 앞으로….”
다시 하루 뒤,
강대호와 이신이 마주 한
다방.
“이목구비는
비워두고 있고요?”
“예..예..마..맞습니다”
“잘 들으세요..내일부터..”
“예”
“그 이목구비는 유민지가 펜터치 합니다”
“예???”
다시 대면한 강대호의 반응중
가장 큰 반응이 터졌다
“아직 펜터치는 약해요.그러니까
선생님이 펜터치는 따로 가르치셔야
합니다”
“예?걔….아..아무것도..
모..못해요..
지우개질..시..키려..고
데리..고 온건..데?”
“잘하는지 못하는지
보지도 않았잖아요.
걔 뎃생은 상당합니다”
“그리고 걔 방 하나 얻어주세요.
반지하든 옥탑이든요”
“예?왜..왜요?..
저..바..빠..요”
“선생님.
좀 전에 뭐라고 했죠?
제가 시키는 업무는 다 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아니…그래도..”
뭐라고 덤벼보려던
강대호는 이신의 눈빛이
또 꼭지돌때 그 분위기로
흘러간 것을 보고 단념했다
“아..알겠..습니다”
“스윽”
“여기 600만원 입니다”
“보증금이랑 첫달 월세는
되고도 남죠?이걸로
집 알아보고..”
“예”
“절대 내가 해줬다고 이야기 하면
안됩니다”
“예..
저..근데…”
강대호는 도저히
못 참고 질문을 던졌다
“걔..가
누..누군데 이렇게
까지..하시는지..”
“걔요?”
.
.
.
.
“이 만화 “나루투”
작가님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