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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화아재 Jul 22. 2024

26화-개업




26-개업


“저..유..유…민지요..

서..선생님..하고..

어..떤 관..계…인가요?”


“후후.좋습니다.

어차피 단단히 일러 두려고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앞에 커피를

한잔 마신 이신.


탁.하고 잔을 놓은 후

말을 이었다.



“선생님.제가 미대에 가서

칼라 할 알바 구하라고 했는데

못 구하셨죠?”



“아….네….”



“척”

주눅 든 강대호 앞에

그림 한장을

세워 들이민 이신.


“자,어떻습니까?

엄청 채색 잘했죠?”


“아…네..네..봐..봤습니다”


“그렇죠?선생님 보다

적어도 유민지의 채색이

훨씬 낫죠?”


“예….”


멋적은 듯 머리를 긁으며

강대호가 대답했다.


“척”


또 다시 이번엔 다른

원고를 들이민 이신


“어때요?펜터치는

아직 잘 못하지만

뎃생만 봤을때 캐릭터

완성도도 유민지가 훨씬 낫죠?”


“아…예…”


“그렇습니다.유민지는

이”나루투”의 작가입니다.

저와 작가란에 이름이 같이

표시 될겁니다.

글.그림-이신,유민지

이렇게요”


“아…..그..그래서…어..

어떤…관..계신지…”


“훗”


이신이 푹신한 팔걸이로

몸을 기대며 웃는다


“뭐 그냥 제 사촌동생이라고

그렇게 아세요”


“……”


“왜요?관계가 그렇게 중요해요?

선생님은 그냥 제가 말씀드린대로

그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유민지에게는

제가 시킨것 말고

다른거 시키시면 안되고요”


“네..알겠..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게 뭐라고 했죠?”


“아..서 선생님 연락처를

알려드리지..아..않는..거요”



“그렇습니다.그것만 꼭 지켜주세요”

“그럼 마감 바쁘실텐데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아..네..네”
























“어이?아가 참 똘똘한기..

야무지게 잘 갈치주데?”


이틀 후,용산으로 엄마를 태워주고

있는 이신.


차 안에서 엄마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이고 안있나?(있잖아?)

콤푸타 조립이라 카는 그것도.어이?

아따나…이기 어어띠(얼마나)

재미가 있는동.(있는지)

첫 날에는 그 사장이 말로

원리만 갈치줬거덩?

그..뭐고 그거..

어!그래.하드.하드 카는데다가

내가 가계부 썼는거.

이런거를 저장하고..


또..사운드.그래!사운드카드..카는기

있으마 소리가 좋게 나오고..


어이?”


“아!맞다!모뎀!니가 캤던

그 피씨 통신인가 뭔가..그거 하는

것도 갈치 주더라”


“하하 엄마 엄청 재미있나봐?”

“짜슥아.가마이 있어봐래이.

할 이야기 더 있다.

그기 안있나?첫날에는 말로만

하다가 어제 진짜로 해봤거덩?

조립 카는거.

그랑께네 안있나?엄마야.참말로..

막 머리로 상상하던걸

내 손으로 잡아가가

실제로 요래 조래 꼽아보고

하잉께네(하니까) 이기 이기 

얼매나 신기한동.호호호”


“우와~진짜 잘됐다.엄마.

엄마가 재미 있는게 최고지.

그 사장은 마음에 들어?”


“그래.그래.가가 (걔가)어이?

어릴때 잘 못 먹고 컸는가

키가 조막만해가가(조막만 해서)

그기 참 아치랍드라만도(안타깝더라만도)

아가 을매나 싹싹한지..

말끝마다 “어머님”어머님”카민서로..(라면서)

막,내가 한번에 못 알아 들어서

자꾸 물을때도 있고 그렇거덩.

근데 짜증 한분을(한번을) 안 내고

참 아아가(애가) 개안트라(괜찮더라)

아이지.내가 잘 골랐는기지.오호호호”


“그래.엄마 맘에 들어야지.

그래서 내가 엄마 힘들다는데도

그 여러 매장 돌면서 엄마 마음에 드는

사람 고르라고 한거 아냐”


“그래.우리 아들 최고다!

오요~(어머)내 나이에

그것도 여자가 콤푸타 하는걸 넘어서

인자 조립도 할 줄 아는 사람이

어데있겠노?

콤푸타.카마 그거 기양 테레비에나

나오는 그런긴줄 알지.

하이고~하이튼 이키(이렇게) 재밌겠노?

우리 아들내미 없었시마 내 죽을날 까지

이런거 자체를 몰랐을낀데.

우리 아들내미 최고다”


“하하.엄마가 최고지!

무조건 덮어 놓고 그런거 싫다고

할텐데.대부분 그 연세면”


“여하튼 너무 좋다.엄마”

“오호호~나도 너무 좋다.신아!”






‘이게 또 이렇게 흘러가네?’

‘이젠 진짜 난 뭐든 하면 다 되나 봐?’

‘정말 행복하다’





이신은 행복을 만끽하며


용산 선인상가에 도착했다.

최수영 사장의 작은

가게에 도착해서

엄마에겐 어제 복습을

하도록 하고


사장을 불러 그때 이야기 했던

계단 담배 피는 곳으로 나왔다.


“어떻게..생각은 좀 해보셨는지요?”

“아.네..저야 좋습니다.

그런데..제가 몇달 후에

물량을 지금 확답 드리기는

무리가 있어요”


“음..그러시군요..

뭐 사실 그래서

제가 백만원을 제시 한겁니다.

아줌마 한명한테 컴퓨터 기본

가르치는걸로 월에 100만원은

말이 안되는 금액이잖아요?”


“…….”


한참 말이 없던 최수영 사장은

곤란해 하며 말을 꺼냈다


“죄송합니다.그래도 제가

확답 할 수 없는 내용을

약속 드릴순 없겠어요”



이신은 기분이 좋았다.

최수영 사장이 말 한 그대로다.

몇달 후에 컴퓨터,모니터,게임까지

다수의 물량을 확보해 달라고

했었는데 그걸 

“나만 믿으십쇼”한다면

그런 사람은 오히려

이신이 멀리 했을 것이다.


일적인 관계에서 이렇게

솔직한 태도는 중요하다.


아까 차에서 엄마랑 느꼈던

그 행복감이 다시 느껴지는

이신이였다.


“좋습니다.사장님.

그럼 이렇게 하시죠?”


“네?”


“그냥 백만원 그대로

드리겠습니다.대신

물량을 약속은 못하신다고

하시니 그럼..열심히만

해주세요”


“네?”


“3월 조금 전에..2월말까지

제가 먼저 말씀 드린

물품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그때에 그냥 최선을

다해서 물건을 수급해 주세요.

확답 말고 그때 열심히 해주겠다.

그 말씀만 해주세요”


“아..예 그거야 당연히 그렇게

하는거죠”


“하하.좋습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그리고 저희 어머니 잘

가르쳐 주시고요”


“아유~그거야 당연하죠”


이신은 호탕하게 웃으며

최수영과 악수 했다.

모든 일이 잘만 풀릴것 같았다.




























“어서오쑈이~어?”

신나게 접객을 하던

수혁 아버지가

이신임을 알고 인상을 구긴다.


“아휴~아버님.인상 펴세요.

장사 잘하시네요.하하”


“박카스 아직 많이 남았죠?”


“어?그려..아직 솔찮게 많어”

이신이 들어오기 전까지

너무 기분이 좋았었던지

이신을 보고도

화를 덜 내는 수혁아버지였다.


“딸랑~”


“아따~어서오쑈이~

자.자.여그 박카스 드쇼이~

공짜니께.공짜”


오늘은 1998년 1월1일.


수혁 아버지가 불만이던

그 작은 점포를 며칠간

인테리어 수리를 딱 돌리고

개업한 날이다.


개업 며칠전 부터

찌라시 알바를 통해

개업날 방문 손님에게는

빌리던 안빌리던 무조건

박카스를 주는 이벤트를 했다.


그래서 인지 작은 가게는 발 디딜틈이

없이 붐볐다.


장사가 잘 되는 덕에

수혁 아버지의 심기가

한결 편했던 것이다.


개업 이벤트는

그뿐이 아니였다.


하나는 안되고 비디오든

만화든 두개 이상 빌리면

무조건 반값 행사를 앞으로 3일간

진행중이라

사실상 흥행은 보증된 수준이였다.


“아따~그 좀 천천히 불러보쇼~

그랑께 주소가..다시 어이?”


당시는 당연히 대여 장부를

노트에 수기로 적는 형태여서

신규 가입에 대기줄이

생기고 있었다.


“수혁아”

“어?형..잠깐,잠깐만…”


수혁이도 밀려드는

신규 가입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역시 이렇구나…아무래도

cctv달아야 겠어.

이건 그냥 다 집어가도

볼 사람이 없잖아?’



‘가면서 교차로에 전화 해야겠다’






휴대폰이 생기면서

한결 이신의 인생이 편해졌다.


휴대폰이 있으니

어쩌면 교차로 같은 시스템도

더 속이 시원했다.


알바 두명 구인광고를

내는데 그 사이트에

가입을 하거나 내 주소나

개인정보를 일일이 쳐 넣고

휴대폰으로 개인인증하고

그런 절차 하나 없이


그냥 전화를 걸어서 주소 불러주고

말로 다 진행하면 내일

조간 교차로에 그 구인광고가

실리는 것이다.



뭐든지 잘 풀리는

기쁜 마음으로

본점으로 돌아온 이신.



횡단보도 앞에 떡 버티고 있는

이신의 대여점 본점

노란 바탕에 까만 글씨로 써진

“무비월드”그리고 마찬가지로

까만색으로 그려진 

필름 모양이 약간 파도치듯,

오선지가 너울거리듯 찰랑이는

로고.간판집 사장한테

까다롭다고 꽤나 옥신각신하며

뽑은 간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신호등 넘어 신호를 기다리며

보는데 흐뭇했다.

그렇게 이신이 세운 첫 프랜차이즈 업체

“무비월드”본점은 개업했던 것이다.


물론 무비월드 2호점은 방금 갔던

수혁이네다.


이 이신의 첫 체인점 사업은

의미가 깊다


앞으로 거대한 이신의 행적의

첫걸음으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점은 난리가 따로 없었다.

가게 밖까지 줄이 이어져있었다.


이신 자신도 비디오대여점에

줄을 섰다는 말을 들어본적도 없었는데

박카스 한병의 힘은 이렇게나 대단했던 것이다.


이신이 박카스로 품목을 정한것은

어린이 손님을 자동으로 쫓아주고

그나마 수익을 발생 시킬 수 있는

연령부터 마실 수 있는 것이 박카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2개 빌리면 50%세일과 더불어

초반 3일 매출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 오픈빨은 대성공일 것이다.





“아이고!이눔아!바빠 죽겠는데

어데를 갔다 왔노?

퍼뜩 안올래?”


손님 속에 파묻혀

고전중인 이신 어머니가

소리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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