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이별
“아..아저씨 대체 뭐에요?”
유민지는 강하게 소리쳤다.
이신도 이런 유민지에게
놀라 버렸다.
자기가 소리친것에
스스로가 놀란 듯
유민지는 수 초간 멈칫
했지만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아저씨 누구에요?
왜 나만 보면 자꾸 울어요?”
‘!!!!’
“그리고 왜 나한테 잘해줘요?”
“나 다 알아요.제 방 얻어준거
아저씨죠?”
너무 정곡을 찔린 나머지
이신은 말문이 턱 막혔다.
표정관리도 안됐다.
자신이 지금 무슨 표정이 됐는지
신경쓸 겨를도 없이
유민지의 눈동자만 정면으로
쳐다봤다.
이신의 머리속은
전에 없이 빨리 돌아 갔다.
그리고 얼마 안가 결론을 내렸다.
“내가 누구냐고?”
“네”
“난 니 고용주이자 동료 작가야”
“그게 무슨..”
“들어!”
“진짜 지금 부터 잘 들어라.
방금 내가 대답한 말 그대로야.
더 이상의 대답은 없어.그리고
너 한테 왜 잘해주냐고?”
“얘기 했잖아.내가 니 고용주고
동료 작간데 해꼬지 해?
당연히 잘해줘야지”
“넌 재능이 있어.
그런데 운이 없어”
“그러니까 잘 들어.
너 집 구해준건…”
‘아오~~강대호..진짜..
연기라고 어설프게 한게
내 눈에 보이는듯 하다’
강대호의 발연기로
방을 내준게 자신이란게
들켰단 생각에 잠시
말을 멈췄지만
다시 말을 이어가는 이신
“너 원고 잘하라고 해준거지.
그게 뭐 나빠?”
“그리고!진짜 이건 잘 들어.
나루투 연재는 4권에서
끝낼거야.4권이면
1년이 약간 안되거나
1년 정도야.아직 실리진
않았으니까 시간 얼마 걸릴지
니가 계산 해서 딱 알고 있으라고”
“네?왜..왜요?
왜 4권에서 끝내요?”
적극적으로 묻는거 보니
유민지도 이 사실은 놀란것 같다
“내가 좀 바쁘거든.
근데 크게 걱정 할건 없어.
초반 부터 인기를 끌거고
아마 4권에서 그만 둔다고 해도..
잡지사에서 붙들만큼
인기 있을거야.그러니까
단행본 인세도 많이 들어올거고..
너 인세가 뭔진 알아?”
“예?”
“잘….모르겠어요”
“에휴…자.생각을 해봐.
니가 잡지사 사장이라 쳐.
근데 어떤 만화를 연재 시켜서
단행본 나올 분량이 쌓여서
단행본을 내야 하는데
몇 부로 낼래?”
“아..예를 줄게”.
“이 만화가 잡지 연재때도 별로
인기가 없었어.
그럼
1번-1천부
2번-3만부”.
“대신 찍었다 안 팔리는
손해는 출판사가 다 져야 해.
1번,2번?”
“그거야…1번이겠죠?”
어느새 좀 전에 소리치던
유민지에서 꽤나 침착해진
유민지가 되었다
“그렇지?그런데
천부만 찍었는데 왠일로 이게
잘팔려서 물량이 딸리네?
그래서 또 천부 더 찍었어”
“네,네”
이젠 유민지는 이신의 이야기에
몰입 단계까지 들어갔다
재미있어 하고 있었다
“그렇게 천부 더 찍는걸
“증쇄”라고 해.
그 만화에 대한 저작권은 작가한테
있잖아?그러니까
작가에게 천부 더 찍은
값을 지불하는데 이것을
“인세”라고 해.
아,물론 초판 찍었을때 받는것도
“인세”고..그러니까 연재분
말고 단행본에 대한 대가가 인세야”
“아..그럼 작가는 그것만 받아요?”
“이거 봐라.이거.아까 내가
조급해 하지 말고 계약서
똑바로 보라 그랬는데 뭘 본거야?”
“아…죄송해요”
“작가는 연재한 분량에 대해”원고료”를 받아.
이건 인기가 있고 없고 상관 없이
계약할때 한페이지에 측정된 대로
받는거야”
“아~”
“그리고 지금 처럼 니 만화가 아니라
잡지 자체의 표지 일러스트를 그린다.
그러면 거기에 대한 대금을 주지.
니가 채색 잘하잖아?그거에 대한
대금은 강대호한테 주라고 해놨어.
그리고 또 지금 처럼 권두컬러를
하게 되면 그 컬러 작업료도 받지”
“우와~많이 받네요”
어느덧 유민지는 웃으며
말하고 있다.
“그런것들은 다 인기가 있어야
받을 수 있는거야.
인기 없어서 조기 연재중단 되는 만화는
이런거 한번도 못해보지”
“그리고 이건 편집장도 모르는 일인데
조만간 “나루투”전화 카드도 내줄거야.
요즘 심심찮게 인기작들 공중전화카드
나오고 하니까…”
“나루투는 분명 인기 1등 찍을거니까
자동으로 나올거야”
“네?정말요?!!
제가 그린..그린건..아니지만
만화가 전화카드로 나온다고요?”
이젠 아주 대놓고 웃고 있는 유민지였다
“하하.좋냐?
그래 넌 너 할거만 열심히 하고,
강대호한테 다 배워.다 뺏어 먹으라고”
“그렇게 1년간 다 빼먹고
열심히 준비해서
그 후에 나 없이 너 혼자
연재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라고”
“아…선새..아,죄송해요.
아저씨는 왜 그만두려고
하시는지…”
“바쁘다 그랬잖아.
그리고 너는
좀 많이 쫌!챙겨 먹고.
어?
그리고…”
기분이 한창 좋던 유민지는
이신이 또 이상해져서
놀랐다
“연…연애도 좀 하고..
임마..인생을 좀..
즐겁게 살아..봐”
고개를 숙이고
겨우 말을 하던 이신은
결심을 한 듯,
어금니를 꽉 깨물고
고개를 들고 말했다.
“자.난 간다.
그리고!”
벙 찐 유민지가
도리 없이 이신을 쳐다보고 있다
“벌떡”
일어난 이신이 말한다
“다신 날 볼일 없을거야”
“예?아..아저씨?”
유민지가 거의 일어나
팔을 뻗어 붙잡으려 했지만
이신은 카페를 뛰쳐 나가버렸다.
유민지는 힘 없이
다시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아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밖에는 눈이 오고 있었다
“탁”
“탁”
“탁”
“탁”
.
.
.
.
.
.
이신은 달리고 있었다
‘잘했어.
다 끝냈다.
이만큼 해줬으면 잘 살겠지.
그래,너도 다른 놈을 만나던,
뭘 어떡하던
니 날개 한번 활짝 펴고
편하게 살아 봐’
이신의 생각과 달리
이신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었다
.
.
.
.
.
.
“어?형.왔어?
어젠 왜그래?전화도
안 받고”
무비월드 2호점에 온
이신을 보고
수혁이 말한다
“어?아..그냥 몸이
좀 안좋아서..”
“그래?지금은 괜찮아?”
“어,그래”
대답하고 가게를 둘러보는
이신.
평일낮인데도 손님이 꽤 있다.
알바는 한명만 쓰고 있다
“CCTV는 언제 설치 온다디?”
“어.내일.안그래도
애들이 만화책이나 비디오 좀
빼가드라고..본다고 보는데 참..”
“수혁아,이거 너무 신경쓰지마.
대충 하란 얘긴 아닌데
골머리 썩진 말란 말이야.
근데 아버님은?”
“어?아버지?”
“왜?”
수혁이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부지…저…
골프..골프 치러 가셨어”
“뭐야?”
“아니,아니..들어봐바..
전에 왔던 최경사 알지?
그 아저씨 비번이라 그 아저씨
접대 하러 간거야.
그렇게 얘기 하는데 내가 뭐라 그래?”
“접대?접대를 왜?”
“아니.그냥 친해 놓으면 좋다..
뭐 이러는데..
딱히 뭐 틀린말도 아니긴 하잖아..”
“하..진짜..아니,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성질을 확 내다가도 수혁의 아버지
라는 사실이 떠오르자
말을 삼키는 이신이였다.
“그럼,저기 도매상에 가서
인사는 드렸어?내가 그러라고
했잖아”
“어엄…”
수혁의 표정을 보니 대답은
들으나 마나였다
“아직..안가셨어”
“아…진짜 답답하다.답답해..”
“아 왜 그냥 가게 지키고 거래처 인사가고
그거만 하시라는데 그러시냐?
이게 어려워?”
“아..아니..내..내가 미안해”
“니가 뭘 미안해.임마”
“야,수혁아 나와봐.지금 약간
할랑한 시간이니까,
나가서 얘기 좀 하자”
이신과 수혁은 가게를
알바에게 맡겨두고
가게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왜?무슨 일인데?”
“수혁아.이제까지는 말 안했었는데
이제 이야기 해야겠어”
“뭔데?”
“너 워크래프트랑 디아블로 좋아하지?”
“아이씨!난 또 뭔 진지한
얘기하는줄 알고 쫄았네!
크하하하”
유복한 집안 환경탓에
최고급 pc를 늘 소유했던
김수혁은 겜돌이였다.
그런 그에게 게임 이야기를 하니
완전 물만난 고기처럼 신이 났다
“형!오락 볼줄 아는구나?
블..그 오락 제작사가
블…뭐시기 아..그게”
“블리자드”
“아!그래!형 좀 아는구나?
크하하하”
“내가 그 게임들 환장하지.
근데?그건 왜?”
“수혁아.너
그걸로 돈 벌어 볼래?”
“뭔 헛소리야?전자오락하면
전기요금이 나가기야 하겠지만
그걸로 돈을 어떻게 벌어?”
“자,수혁아.이제 진짜
중요한 얘기다.잘 들어?”
“곧 얼마 안 있어서
그 블리자드라는 회사에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나올거야.
줄여서-스타-“
“뭐?그게 뭔데?그리고
그걸 형이 어떻게 알아?”
“게임잡지에 다 나와 있어”
“아~그래?그러고 보니 나도 본거 같기도?
근데 그게 왜?”
“그 게임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거야”
“그래서?그걸 팔자고?”
“아니,그런 배급권을 따기에는
아직 자금이 부족하고 우린 어떤 가게를
만들거야”
“뭐?또 가게를 만들어?
뭔 가겐데?”
이신은 잠시 뜸을 들이고
나지막히 말했다
“pc방”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