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일본 청년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by 그냥아재

일본에 여러번 갔지만

이거 큰일났네 싶거나 당황한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2005년에 처음 갔는데

이렇게나 세월이 흘렀으니

짬밥으로 보더라도

그런일은 더더욱 없는 것이 맞는 상황이였다.


그런데 이번에 후쿠오카에

갔다가 눈앞이 노래지는

상황을 맞았다.


돌아오는 날,

하카다역 코인락커에

캐리어를 넣고

볼일을 봤다.

물건 몇개를 사러

후쿠오카에 온 것인데..

폭염에 지쳐 진짜

고민하다 물건 하나를

포기 했다.

(진짜 여름 일본행은

정말 아니다)

시간 여유가

있었지만 좀 일찍 캐리어를 꺼내려고 왔다.


그런데 지갑에 넣어 둔

코인락커 영수증이 없는 것이다.


이미 폭염에 돌아 다니느라

어느정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이런 일을 겪으니

사고 능력의 상당 부분이

소실된 기분이였다.

역 바닥에 주저 앉아

미친듯이 가방을 뒤졌다.

분명히 가방안에 둔

지갑에 꽂아줬었는데

하며 미친듯이 뒤졌다.

다행히 영수증이

있어서 한숨 돌렸다.


그 후, 기계의

액정 패널을 조작해

내 캐리어를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캐리어의

정확한 위치가 기억이

안났다.

그도 그럴것이 영수증에

번호가 적혀 있을테니

큰 신경을 안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Monosnap Monosnap 2025-08-31 18-35-12.png

촛점이 나갔긴 했지만

영수증에 락커 번호가 없는 것이다.

또 당황하여 사고 능력의

일부가 더욱 소실 됐다.

일단 락커 번호를 모르더라도

패널을 조작해

열기를 시도 해보았다.

도입 단계에 두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1-영수증의 QR코드를 기계에 읽힌다

2-결제한 IC카드를 기계에 터치한다.


일단 영수증은 뒷면까지 봐도 QR코드가

없었기 때문에 1번은 실행 불가.

2번대로 저 사진에 쥐고 있는

신용 카드를 댔지만

반응이 없었다.


여기서 부터 완전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는 있었지만

해결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이다.

그러다 사진 상단에 보이는

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일본 국가 번호 81을 입력하고

걸었지만

연결이 안됐다.


진짜 미칠 지경.

여러가지 짱구를 굴리다가

겨우 생각해낸것이

"에어태그"였다.

캐리어에

"에어태그"를 넣어 놨기

때문에 대충 이 근처라고만

특정 할 수 있었던 내 캐리어 위치를

아이폰으로 확인해

정확한 락커 번호는

알아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꺼낼방법은 없다.

여기서 부터 미친듯이 식은땀이

흐르고 아무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대체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러다 내가 어느 정도로

지능 떨어진 짓을 했냐면..

패널을 조작한 후

영수증 QR코드를 입력하라는

메뉴까지 진행 시킨 후..

Monosnap Monosnap 2025-08-31 18-44-42.png

영수증 나오는 이 구멍에

영수증을 밀어 넣고 있었다.

(;;;;;)

당연히 들어가지도 않는

그걸 조금씩 밀어 넣고 있었다.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워낙 다급해서 본능적으로 나온

행동이였던듯 하다..


그런데 그때 나의 이 등신짓이

효과를 발휘 했다.

거의 뭐 몰카 수준의

행동을 하고 있는 나에게 어느

일본 청년이 말을 걸었다.

남색 정장을 입고,

머리에 뭘 발라서 약간 스타일리쉬한

헤어 스타일을 한 청년이였다.

그 폭염에 양복 조끼까지 입고

양복바지는 심하게 쫙 달라 붙는

차림이였는데 첨엔 이딴게 당연히 눈에도

안들어왔었다.

왜 그러냐고 하길래

이러 이러한 상황이라고 설명 했다

(나는 어느 정도 일본어 회화가 된다)

그랬더니 청년은 처음 메뉴 부터

진행 했다.

QR도 안되고

IC카드는 반응이 없는걸 모두 확인 했다.

해결 해줄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관심 가져 주는

사람이 생겨서 그런지 약간

정신이 들었다.

정신이 들자

그 청년이 혼자가 아니라

마찬가지 정장을 입고 있는

여자 동행이 있는게 보였다.

그런데 그 젊은 여자 사원은

처음부터 나를 보는 표정이

비웃는 듯한 느낌이였다.

사실 이 여자의 반응이

정상에 가까웠을 것이다.

어떤 배나온 아저씨가

미미하지만 에어콘도 나오는

역사 안에서 지 혼자 땀을

콩죽 같이 흘리며 영수증 구멍으로

영수증을 넣고 있는걸 봤을 테니까.


남자가 몇번 시도해보더니

혹시 전화는 해봤냐고 물었다.


간절히 기다리던 질문이였다.

"해봤는데 안됐습니다"

(제발 걸어주세요)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간절히 대답했다.


남자는 주저 없이 벽에 적힌

번호로 자기 폰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를 했다.

몇마디 주고 받더니 전화를

끊고

"5분안에 직원이 이리로 온답니다"

라고 말했다.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연락처를 물으려고

눈치를 살폈는데 옆에

여직원 표정이 영 아니라

꿀꺽 그 말을 삼켰다.


일본인 지인을 만들 수 있는 기회였지만

그 욕심까지 부릴 수는 없는 상황이였고

일정이 있었던지,

그 둘은 내 인사를 받자 마자

급하게 자리를 떴다.


과연 잠시 후,경비원 차림의

할아버지가 오셨다.

또 QR코드,IC카드 두가지 방식으로

접근 했는데 할배는 초장부터

내꼴이 우스웠던지

슬슬 반말을 섞어 쓰기 시작했다.


최근 인터넷에 보면 일본 가서

외국인인걸 알면 반말 하는 사람이

많아서 짜증난다.는 소리가 자주 보인다.


나는 일본에 여러번 갔지만

단 한번도 그런 경우를 당한적이

없었는데 드디어 당해 보네 싶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그만큼 캐리어를 꺼낼 수 있다는

안심감이 들었기 때문이라 별 불만도 없었다.

죽다 살아난 판이니..


이래도 안돼.

저래도 안되니..

할배가 노골적으로 짜증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그 카드 아닌거 아냐?"


"헐!"


저 말을 듣자 바로 생각이 났다.

글 서두에

지갑에 넣어뒀던

영수증이 없어졌다!

라던 그 시점에

이미 충격으로 사고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그때 이 중요한 사실을

잊어 버린 것이다.


나는 이 코인락커를

잠글때 IC카드로서

신용카드를 쓴게 아니라

애플워치의 애플페이를

사용 했단게

할배 한마디에 바로 기억이 났다.


그리고 다시 메뉴 처음 부터

진행해 워치를 터치해 락커를 열자

할배가

"뭐 이런 미친새끼가 다 있냐?"

는 눈빛으로 내 발부터 머리 까지를

기분나쁘게 훑고는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서 가버렸다.


원래 같으면 붙잡아 세워서

"태도가 그게 뭐냐?"며

성질 냈을 상황인데

내 입에서는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가

발사 됐다.

진심으로 고마웠기 때문인다.


나쁜 일만 있었던

후쿠오카 였고,그로 인해

두번 다시 가기 싫은 곳이

되었지만

한 청년에게 너무

고마운 은혜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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