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침한 후라이팬
아침엔 눈을 뜨자마자 이 생각부터 한다.
“오늘 아침엔 뭐 먹지?”
제일 만만한 건 언제나 계란후라이.
익숙한 손길로 가스레인지 불을 켰을 때, 어디선가 쉰 목소리가 들린다.
“야… 나 힘드니까 오늘은 좀 쉬면 안 될까?”
어제 저녁, 친구들과 오징어 튀김을 하느라 꽤 무리했던 후라이팬이 말을 건다.
헬쓱한 팬의 얼굴엔 노란 기름 얼룩이 꼬질꼬질 묻어 있다.
“아유, 어제 주방티슈로만 대충 닦고 자서 미안해.
하루 만에 완전 지쳐 보이네, 너...”
후라이팬은 힘없는 소리로 투덜댄다.
“기름기도 안 닦아주고 그냥 자더니… 나, 오늘은 정말 무리일 것 같거든.”
그래서 나는 후라이팬을 씻겨주기로 했다.
뜨뜻한 물에 퐁당 담궈 마사지하듯 문질러 주자, 팬이 으슥 기지개를 켠다.
“아~ 살 것 같다. 기름 골고루 뿌려줄 테니, 계란 꺼내.
근데, 차가운 계란은 싫어. 5분만 실온에서 기다려줘.”
“넌 진짜 까다로워졌다?”
“까다로운 게 아니라, 예민한 거지. 장비를 아껴 써야 맛이 나는 거야.”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팬이 예열되면 계란을 툭 깨뜨려 올린다.
“어어, 노른자 터지잖아. 살살!
달군다 달군다… 너무 뜨거워! 온도 좀 낮춰 줘!”
팬의 불평은 끝이 없다.
하지만 그 소리들조차 정겹다.
그리고 어느새 완벽한 반숙의 계란이 익어간다.
“계란 뒤집는다~ 준비해!”
“잠깐만, 지금 간지러워서… 어라, 어라! 푸하하… 큼큼…
그만 좀 간지럽히고 후딱 뒤집어!”
팬이 웃다가 정색한다.
나는 장난이 더 치고 싶어 계란을 빙그르르 돌려 하늘로 던졌다.
휘익!
“아아악!!! 너 진짜 이럴래?? 하지 말랬지??”
버럭하는 후라이팬이 마치 오래된 친구 같다.
이제 진짜 마무리할 시간이다.
“고마워, 계란후라이 진짜 잘 먹을게.”
“그런 인사치레는 됐고… 내 팬이나 얼른 닦아 놔.
기름 냄새 나는 거 진짜 싫다고 몇 번을 말해?”
팬은 오늘도 전자레인지 위의 지정석에 걸어 달라며 으스댄다.
그리고는 눈을 감으며 한 마디 덧붙인다.
“흥… 이런 건 전자레인지는 못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