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아기와 달빛 고양이

어둠이 짙을수록- 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

by 몽글포실냔냐

아기는 달콤한 꿈 속으로 들어간지 오래였습니다. 작은 손은 이불 위에서 살짝 움찔하다가 이내 고요해지고,

쌔근쌔근 작은 콧구멍으로 미세한 바람이 나왔다 들어갔다 했습니다.

방 안 가득 아기 숨결이 가득 찼습니다.



고양이는 아기 곁에 가만히 몸을 둥글게 말고 앉았다가 곧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훌쩍 뛰어 올라 창문 옆에 앉았습니다.

창밖에는 초승달이 떴습니다.

달빛이 고요히 세상을 덮은 밤,

고양이의 눈에도 초승달이 떴습니다.

고양이의 밤은 낮보다 더 또렷하게 다가왔습니다.


창가 너머로 보이는 작은 나무들은

달 빛에 젖어 하얗게 빛났고,

그 사이 사이 바람 결에

나뭇잎 그림자가 살며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멀리 늦게 퇴근하는 자동차의 라이트 불이 번쩍였습니다.

빛의 움직임을 따라 조심스레 몇 발자국 움직여 보았습니다.

그러나 자동차의 불빛은 다시 모퉁이를 지나 사라졌습니다.



자동차가 지나가고,

고양이의 눈에는 부드러운 회색빛과 푸른 빛으로 번져 있는 고요한 세상이 들어왔습니다.

저만치 흔들리는 가느다란 나뭇가지 끝에는

잎사귀 하나가 살짝 살짝 떨리며 춤을 추고 있는 듯 했지요.



고양이는 창 밖에서 흔들거리는 작은 잎사귀 하나에 다시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잎사귀가 흔들거릴 때마다 고양이는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작은 방울이 달린 털실 뭉치, 바스락 소리 나는 천 조각 쥐 인형, 낡은 깃털 막대기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아기 침대 위에 매달려 있는 흑백 모빌도 잘 있는지 살짝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 창 밖의 살짝 스친 그림자가 나무 기둥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고양이는 몸을 낮추고 눈을 반짝이며 그 그림자의 흔적을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쥐 일까? 아니면 또 다른 고양이? 그 그림자는 나뭇가지 위에서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다음 나뭇가지로 건너가다 생긴 그림자였습니다.



아기가 자는 까맣고 고요한 밤,

고양이의 초승달을 닮은 노란 눈이 더욱 반짝입니다.



밤이 깊을수록 고양이의 세계는 더욱 환해져만 갑니다.




제가 쓴 동화를 다시 읽다보니

가만가만 온 신경을 아기에게만 집중해 누구보다 예민했던 첫 아이 신생아 시절이 떠오릅니다.

동굴 속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어야 하는 웅녀가 된 듯한 기분이기도 했다지요.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씻는 것도 먹는 것도 아기가 깰까봐 조심스럽고

까만고 까만 밤이 무서운 기분, 갖혀진 기분까지 들었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 시기를 돌아보니

예민한 고양이 대신

우아한 엄마 고양이였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민함과 우아함 사이의 줄다리기는 늘 쉽지 않지만

어둠이 짙을 수록 더욱 선명한 눈빛을 가진

달빛 고양이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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