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한 집안에서 자랐기에 부모님 말씀을 강압적으로라도 들어야 했다.
그 와중에도 고집불통에 독립심이 강한 편이어서 종종 반항하기도 했다.
그런 집안 환경 때문인지, 부모님은 아는 게 많고 똑똑하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부족함 없이 자라게 해 주셨기에 경제관념도 잘 잡혀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내가 저지른 실수나 남 앞에 나서야 할 때도 부모님이 해결해 주셨기에, 늘 든든한 배후가 되어 주셨다.
세월이 흘러, 내가 아는 게 많아졌기 때문일까?
어떤 계기를 통해, 부모님도 자신들의 경험 외에는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진 것처럼 느껴졌고,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내가 가야 할 어두운 길에서 빛을 잃어버린 느낌이랄까.
며칠을 멍하니 그 생각에 잠겨 지냈던 기억이 난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이제 내가 그 빛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더 많은 걸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시간 동안 우여곡절을 겪고, 많은 경험이 쌓이면서
도움을 받던 아이는 어느덧 성인이 되었고, 부모님과의 입장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그제야 비로소 부모님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자식이 아닌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모르고 사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정하지 못했던 태도, 이해할 수 없던 행동들,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던 부모님이지만 늘 부딪혔던 이유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은 자기가 배운 것만 알고 산다.
부모님의 가르침, 자라온 환경, 형제자매의 유무가 큰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가르쳐 줄 부모님조차 계시지 않았던 분들도 있다.
나의 부모님이 그랬다.
부모님이 안 계셨고, 형제자매도 없었다.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랐고, 배워야 할 시기에 배우지 못하기도 했다.
양보와 친밀감을 배우는 형제간의 관계도 없었기에, 모든 걸 스스로 해내야 했다.
“나는 안 그러는데, 부모님은 왜 저러시지?”
이런 생각을 자주 했던 나였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부모님의 부모는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다행히 나의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나를 ‘자식’이기 전에 하나의 ‘인격’으로 대해 주셨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아는 선에서 하나하나 가르쳐 드려야겠다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내가 혼자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전하려 하니, 그저 잔소리로만 들리셨다.
어느 날, 계속 반복되는 똑같은 행동 때문에 너무 화가 나
“못 배웠으면 나한테라도 배워!” 하고 소리친 적이 있었다.
그때 부모님의 표정에서 무언가 느껴진 게 보였다.
그 이후로 나는 식사 예절, 경제관념, 바른말을 써야 하는 이유,
표현의 중요성,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등,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알려 드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은 나를 단지 자식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기 시작하셨다.
가끔 인생 상담을 하실 때도 있다.
엄하고 강압적이기만 했던 부모는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가끔 “네가 내 부모 같을 때가 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아직도 다 이해하지 못하고, 함께 있음에 불편함도 있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괜찮아졌다.
나도 부모님을 ‘부모’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부모라고 해서 다 어른인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경험이 없거나 배우지 못했다면, 계속 어린아이처럼 살아가게 된다.
혹시나 자신이 그렇다고 느껴진다면,
이제 내가 나의 부모가 되어, 다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를 키워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