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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김나영 Apr 27. 2021

23 < 바쁨에도 질적인 차이가 있다 >

한 잔의 차와 휴식이 주는 의미

항상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 중에는 정말로 하루 24시간을 마치 25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많은 일을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보내는 사람도 있고, 남들이 보면 그저 어영부영하는 것만 같은데도 그들 스스로는 바쁘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나 남들에게 유익한 일을 하느라고 바쁘게 보내지만, 자신과 남에게 아무런 이로움도 되지 못하는데 그냥 바쁘기만 한 사람들과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바쁘게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모두에게 이로운 일을 한다고 하는데도 괜히 바쁘고 분주하기만 하고 아무런 성과가 없는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더욱 우스꽝스러운 것은 바쁘다는 것이 왠지 멋져 보이고 바쁜 삶만이 제대로 잘 살고 있는 것인 줄 착각해서 바쁜 사람들의 겉모습만 흉내 내려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쁘게 활동하는 사람이 어쩐지 능력이 있어 보이게 하는 사회적 풍토가 만연해서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 우리의 몸과 마음이 자신을 돌아볼 새도 없이 바쁘기만 한 삶을 원하고 있을까요. 그 대답은 분명 NO.입니다. 

게으르고 태만한 것보다는 보다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바쁘게 보내는 것이 더 나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바쁨의 시간들 속에 휴식의 시간을 비워두어야 합니다. 휴식을 취하느라고 바쁘게 보내자.라는 역설적 의미에 기반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몸이 편해지거나 혹은 마음의 즐거움을 찾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숨어 있는 진정한 자아의 마음을 돌아보고 우리의 영혼이 기뻐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바쁘기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혼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료하게 느껴질 정도의 한가한 시간일지라도 바쁜 일상 속에 섞어지도록 스스로 할애해야 합니다.

좋은 책을 읽고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명상하고 사색하는 시간들뿐만 아니라, 그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일 조차도 영혼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돌아보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라는 것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씨도 안 먹힐 이야기일 것입니다.

또, 성공을 향해 오로지 달려가려고만 하는 사람들에게도 전혀 마음에 와 닿을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목표를 모두 이루고 난 후에 기필코 찾아오는 <허망함>을 깨닫게 되면 그때서야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이 밀려옴을 느낄 것입니다.

진정한 자아가 원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허망하고 후회가 되고 하는 것입니다.


그 옛날 온 천하를 떠돌며 유유자적하던 한량의 모습은 어찌 보면 깨달음을 얻은 지혜로운 자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마도 진정한 자아와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 잠시 쉬고 싶어 질 때 한 잔의 따뜻한 차를 마시기도 하고 특히 남자들은 담배를 피우기도 합니다.

그것이 맛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차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하는 것이겠습니까.


차를 마시는 동안, 자기만의 째깍거리며 흘러가는 시간을 스스로 잠시 멈추고는 정지된 시간 속에 머물게 된 것을 음미해 보십시오.

그때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자아와 스치듯 해후를 하게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찰나적인 짧은 만남일지라도 자신과 만난 다는 것은 우리에게 아주 유익한 일이 될 것입니다.

가능하면 자주자주 참된 나와 만나려 하고 나의 본심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야 후회 없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중간점검이라고나 할까요. 잠시 브레이크를 걸고 자신이 가고 있는 진로가 제대로 맞았는지 확인을 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휴식이 필요한 것입니다.


삶의 여유로움을 아는 사람은 여백의 미를 살린 그림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입니다. 음악에서 쉼표가 없이 계속 흐르기만 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음악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음이 흐를 때의 긴장감과 소리의 공백이 주는 이완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기에 음악이 우리에게 특별한 감흥을 일으켜 주는 것입니다. 쉼표가 있음으로 해서, 흐르는 선율이 우리의 심장에 임팩트(impact) 효과를 더욱 강하게 줄 수 있고, 또한 쉼표 속에는 다음에 흐르게 될 선율을 기대하게 되는 야릇한 흥분감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삶이라는 고단한 토대 위에 발을 디디고 서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래서 백조처럼 물속에서는 헤엄쳐 가기 위해 남모르게 발을 동동거려야 할지라도 우리의 시선을 조금은 위로 향하게 하고 유유히 호수 위를 떠다닐 수 있을 정도의 허세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아니, 그것은 허세가 아니라 삶의 지혜인 것입니다. 머리와 가슴만이라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려 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지혜로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망중한(忙中憪)이라는 말이 있듯이 바쁜 중에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영혼이 기뻐하며 우주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보다 건강한 영혼으로 자라나서 튼튼하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너무나 투명해서 유리처럼 약해 보이는 영혼이지만 우리가 거름을 주듯 휴식이라는 영양제를 줌으로써 아주 강한 영혼이 될 수 있습니다.

영혼이 건강한 사람은 어떤 슬픔이나 외로움 등의 감정 따위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여가시간을 보내거나 여흥을 즐기고 때로는 여행을 하고 하는 것이 모두 여유로운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입니다.

아울러 아름다운 영혼을 가꾸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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