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공할 수 없었던 결정적 이유
성공, 그것을 다시 꿈꾸다 <2>
옛말에, 재주가 많으면 빌어먹는다는 말이 있다. 특출 나게 잘하는 한 가지 재주에 올인하는 것이 더 낫다는 뜻에서 비롯된 말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엔 그 말이 꼭 맞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다방면에 재주가 있어야 연예인으로서도 더 크게 성공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요즘엔 만능 재주군들이 도처에 넘쳐나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도 자잘한 여러 가지에서 골고루 재주가 있었다. 그 여러 가지가 하나같이 내게는 참 재미있고 신나는 것들이어서 저절로 몰입되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그것들을 골고루 다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러니 항상 분주하게 시간이 흘렀다. 그러면서 내가 절감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재주가 있어서 쉽게 입문이 될지라도 그것을 완성시키고 그 분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요구하는 만큼의 절대량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 말이다.
물론 내게도 잘하지 못하는 것들 또한 수두룩하다. 다만 서로 일맥 상통하는 분야에 있어서의 몇 가지를 내가 특히 내려놓기 어려워했던 것 같다. 어떤 것은 나의 전문 분야로 자리매김하고자 했고, 어떤 것은 하는 수 없이 그저 즐거운 취미 정도로 여기며 잠시 뒤로 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여러 가지 중에서 결코 포기하지 못하고 어렵게 선택한 세 가지가 음악, 글쓰기, 그리고 언어(특히 영어)였다.
세 가지 모두 참으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들에 속했다. 그것의 완성이라는 것도 모호하기 그지없는 분야였다. 세상 어떤 일이든 진정한 전문가가 되려면 무수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내게 있어서 이 부분은 특히 그런 것처럼 느껴진다. 음악을 위해 피아노를 전공했고, 글에서는 출간한 저서도 있는 작가로서 이렇게 브런치에서 글도 쓰고 있고, 영어 스마트 러닝 관련해서 공부한 응용언어학 박사가 되어 있으니, 어쩌면 다 이룬 것 같기도 하다. 앞선 글에서도 말했지만 성공의 의미가 그런 것이라 정의한다면 이것도 감사한 일이며 그것을 위해 애썼던 나의 시간들을 결코 후회하거나 원망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의 마음 어느 부분이 비뚤어진 것일까. 어떤 생각의 발로에서 비롯된 부족감이 나를 지배하게 된 것일까. 최근 들어 더욱 많이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고, 감사할 줄 몰라서 그렇다고. 내가 정의한 성공은 어느 한 분야에서든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어 많은 이에게 회자되는 것이었나 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랐던 것이었나 보다. 그런데 아직 내가 그것을 이루지 못한 것 같아서인가 보다. 정작 결정적인 기회에서 조차 도망치기 바빴으면서.
사실, 나는 그 세 가지를 번갈아 조금씩 발전시키며 일정 정도의 궤도에 올려놓기에 급급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각각의 것이 요구하는 절대량의 시간을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할애하지 못했다. 같은 길을 걸었던 동료들이 그 분야에서 먼저 빛을 발하는 것을 그저 속 끓이며 지켜볼 뿐이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나는 그들에게 열등감을 지니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의 부끄러운 마음이다. 정말이지 어쩌면 나도 한 가지에 더욱 집중해서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이르게 그 분야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여기며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스스로에 대한 부족감을 떨치지 못하게 되었고 미완성의 측은한 패배자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자리하도록 허용했다. 그런 와중에 더욱 최악인 것은 세월이 그런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힘이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다시 힘을 내어 열정을 불살라 보고자 해도 솔직히 이전과 같은 만큼의 에너지가 생겨나질 않는다.
야속하게 흘러간 세월 중에는 그 세 가지를 그나마라도 만들어 내기까지 동시에 힘겹게 생업에 매달려야 했던 시간들이 포함된다. 그런 가운데 비겁하게도 때로는 나의 성공이 빠르게 자리하지 못하게 된 탓을 그것에 떠넘기곤 했다. 나의 부족한 노력과 태만에 대한 합리화였다. 그리고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꽤 여러 해 동안 나를 스스로 포기한 듯 방치했다. 그러는 동안 몸의 컨디션도 쇠잔해졌다. 흔히 가장 도피하기 쉬운 '나이'라는 핑계에 가볍게 편승했다.
내가 성공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깨달아가는 중에, 아이러니하게도,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어이없게도 결정적 이유는 비단 지금까지 언급한 그 한 가지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그 모든 결함을 찾아내고 개선해서 진정 내가 원했던 성공에 도달하게 된다면, 그것이 성공을 꿈꾸는 많은 사람에게 미력하게나마 응원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감히 그것을 소망하며 지금은 처절하게 부끄러운 나의 결함들을 꾸밈없이 드러내며 계속해서 써나가려 한다.